천변지나 dreaming 115

LETTER # 11 상상력과 진달래꽃의 안부를 전하는 봄밤

20210325 LETTER # 11 상상력과 진달래꽃의 안부를 전하는 봄밤 봄밤, 봄을 도둑맞은 밤일까? 밤을 도둑맞은 봄일까? 문득 3월이 댕강 사라진 듯, 오늘이 25일이라니... 시간에 쫓겨 봄이 달아날까 안달하는 밤.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비낀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 김억 시인의 ‘봄은 간다’ 중에서 봄밤은 그리움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꽃향기에 바람이 들었나봐.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는 길 어제오늘 오자마자 시집과, 시를 적은 필사노트에 한참을 머물고, 그리움으로 바람든 마음에 허전함을 달래고 있어. 뭔가 모를 몹시..

LETTER #10 고맙습니다.

20210317 LETTER #10 고맙습니다. 목련꽃 그늘아래 자전거를 타는 아침일상, 꽃들이 피는 한주, 지난 목요일부터 집을 비운 날들. 돌아와보니, 나몰래 남도의 봄바람이 목련과 벚꽃의 향기를 전해주네. 작년 코로나로 연기되었던 워크샵 교육이 8개월만에 마무리되었어. 오랜만에 게스트하우스에 숙박을 하고, 여성장애인들을 대상으로 16시간 교육을 했어. 별도의 숙박시설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잠만자고 교육장소로 이동하기에 난 주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데, 코로나로 10인실은 폐쇄하고 6인실 이하만 운영하고 있더라구, 보통 다인실이라도 혼자지내는 편인데, 내옆 침대에 미국인 여행자가 있네, 코로나에도 정년퇴임한 65세 여성이 장기여행을 다니고 있네, 50리터 100리터 트렁크 2개 장기여행자, 나를 만..

LETTER # 9 나를 존중하며, 곁을 돌아보고 지켜내는 일

20210309 LETTER # 9 나를 존중하며, 곁을 돌아보고 지켜내는 일 어제는 자전거를 타고 한옥마을을 지나가는데, 경기전 담벼락을 따라 매화, 산수유가 눈을 맞추네. 장난기 많고 순박한 노란 산수유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다정하더라고. 그 옆 한두송이 피기 시작하는 매화는 고고하고. 이맘 때쯤 산에는 생강나무 꽃이 필텐데. 난 생강나무와 산수유 꽃을 잘 구분하지 못하겠더라고 멀리서 보면 총총 가지에 등처럼 걸린 노란빛이 같거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산수유는 가지에 한송이 한송이 꽃이 펴져 피고, 생강꽃은 가지에 꽃송이가 뭉쳐있어, 그래서 가끔은 산수유는 노란빛이 아지랑이가 바람에 흔들리듯 흐릿하고, 생강꽃은 선명한 노란꽃송이가 작은 풍등같아. 이렇게 알고 있어도 둘다 꽃이 먼저 피기 때..

LETTER # 8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삶의 브레이크를 걸고

20210303 LETTER # 8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삶의 브레이크를 걸고 바쁘다는 개인만의 감각과 기준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를까 ? 하루 24시간 중에 몇시간은 나도 모르게 사라지고, 종종걸음으로 자판의 레일을 걷고 걷고 달리고, 끝은 보이지 않고, 차곡차곡 책상옆에 쌓이는 책들, 갑자기 하늘에 툭 떨어지거나 숨어있다 나타난 처리해야 할 사소한 것들, 매끼 먹고 자야하는데....냄비 속 뭔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넘칠랑말랑, 결국 넘쳐 증발해 버린 마음. 마음의 냄비에 담긴 영혼을 잃어버릴지도 몰라. 3월도 봄도 지나치지 않도록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삶의 (속도)브레이크가 아닐까 싶어. 등반 브레이크라는 단어가 떠오르네, 등반을 하다보면 적지않은 수의 뛰어난 클라이머들이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산..

太陽의 한조각(2020/하루재) 읽고

20210302 ● 다니구치 케이의 빛나는 청춘 - 太陽의 한조각(2020/하루재) 읽고 이 책은 자유로운 영혼 다니구치 케이(1972-2015)의 평전으로, 그녀에게 등반을 배웠던, 함께 했던 오이시 아키히로가 그녀의 일기와 짧은 등반기록, 가족과 지인, 2000-2015년 산악회와 그녀의 등반파트너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총 11장에 걸쳐 쓰여진 책이다. 43세 케이는 네팔 판드라(6,850m) 동벽등반을 앞두고 훗카이도 구로다케(1,984m) 겨울산에서 추락 사망한다. 대개 평전은 작가의 인물(사건)에 대한 비평과 해석이 들어가는데, 2000년 케이오야마 산악회, 2002년 노구치 겐의 에베리스트 청소대에 참가하여 뒤늦게 등반에 입문한 다니구치 케이의 삶은 그녀 자신에게는 물론 주변인들에게 끊임없는 ..

닛타지로의 아름다운 동행1/2 (일빛/1999) 읽고

20210225/ ● 닛타지로의 아름다운 동행1/2 (일빛/1999) 읽고 여성등반가들이 주인공이 되어 산과 등반을 주제로 풀어 낸 보기드문 소설이다. 등반을 하기 전 책을 처음 접할 땐, 대조적인 주인공들의 산과 등반가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했다. 일본 전위산악회 재그산악회를 중심으로 도시코와 미사코(인물)을 통해 산(배경)을 만나고 성장하고 자일파티가 되어 알프스3대북벽등정과 드뤼서벽 죽음(사건)에 이르기까지 흡인력있게 읽힌다. 특히 겨울산을 접하고 등반을 접한 독자라면 작가가 산이라는 주제로 등반의 세계를 풀어내는 것이 막힘없이 탁월해서 주인공들과 함께 겨울산을 걷고 설동에 머물며, 북벽을 오르고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일본여성산악인 이마이 미치코와, 와카야마요시코가 모델인데, 작가는 실제..

LETTER #7 시작-설레게 하는 것

20210224 LETTER #7 시작-설레게 하는 것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있어, 지난 주 토요일 6번째 마라톤도전을 마치고, 일요일에는 코로나로 인해 멈췄던 축구연습도 시작하고 경기까지 뛰고, 꽃샘추위로 인해 회복을 위한 러닝과 운동을 하지 못해 체력이 방전되는 것 같네. 1-2월 느슨하게 진행되었던 독서모임들과 팟캣스트 기획, 3월에 시작하는 온라인 강의 준비 등 이번주부터 갑자기 쉼없이 돌아가네. 오늘도 회의를 3개나 했어. 최근들어 가장 사람들을 많이 만난 날이네. 슬슬 사람들과 활동을 시작하는 3월, 모두들 봄의 활기로 멈췄던 일과 미뤄던 일들이 하나둘씩 시작하는 때인 것 같네. 난 매년 팟켓스트를 시즌제로 기획제작하고 있는데(팟캣제작은 기획부터 섭외, 방송, 편집까지 해야 해 생각보다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