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쓰기 writing 35

20220207 #LETTER 1. 더 다정한 희망을 불러본다.

20220207 #LETTER 1. 더 다정한 희망을 불러본다. 안녕! H, 허리수술을 하고 회복하고 있다는 H의 소식,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 핸드폰너머로 전해지는 맑은 목소리가 반가웠어. 힘겨운 수술이었을텐데. 통증이 사라진 것만으로 견딜만하다니 얼마나 아팠을까 싶었어. 몸조리 잘하고 퇴원과 재활도 잘 되길 응원할게. 늦은 밤, 꼭 읽어야할 독서모임 준비 숙제를 미루고, 방안에서 방황하다 해찰하며 펼쳐든 시집, 에밀리 브론테의 시를 읽다가, 위로의 편지로 2022년의 인사를 전해. 상상력에게 에밀리 브론테(1818-1848) 긴 하루의 근심과, 아픔에서 아픔으로 세상 변하는 것에 지쳤을 때, 길을 잃어 절망에 빠지려 할 때, 그대의 다정한 음성이 나를 다시 부른다. 오, 나의 진실한 친구여. 나는 ..

#LETTER 34 아듀 adieu∼

20211129 #LETTER 34 아듀 adieu∼2021 잘 지내 ? H.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 먼저 온 겨울을 맛보는 아침 바람, 스치는 차가운 선뜻함이 좋아, 파란하늘이 열린 모악산이 지난 주 나의 힘겨움과 찌든 때를 씻어주네. 지난 주말 내내 서울교육일정으로 도심빌딩숲속에 갇혀 있다가 해방된 느낌. 눈을 뜨자마자 모악산으로 달려갔네. 두팔 벌려 환영하는 늦가을 나무들의 정겨운 인사에 발걸음도 경쾌하게 모악산 북봉을 찍고 내려왔어. 11월의 반은 제주한라에서 걷고 달리고 돌아와 정신없이 서울대구광주를 돌아다니네. 일상이 바쁠수록 힘들수록 산과 달리기가 그리워, 몸에 덕지덕지 뭍은 것들은 털어내야 하는 것. 언젠가 전해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생각나.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

# LETTER 33 전환점과 반환점

20211107 # LETTER 34 전환점과 반환점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H에게, 삶의 반환점을 막 지난 것 같은 나는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해도 좋다’ 또는 ‘해봐도 좋다’고 전하고 싶어. 직접 경험해 본 것과 생각만 한 것은 큰 차이가 있거든, 바라는 결승점의 성취와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결승점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레이스에서 달리기 시작한 나는 이미 다른 내가 되어 있거든. 반환점을 돌아보니, 이제까지 익숙한 삶의 자리에서 안주하고 있더라고, 좀 더 낯선 공간의 낯선 시간의 삶을 살아볼 걸. 삶이 주는 새로운 공간과 낯선 시간의 선물을 이제라도 맘껏 누리자고. 최영미의 시처럼 순간순간 기적을 만날 수 있길 바라며. 노트르담의 오르간 최영미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들은’ 만큼만 꿈꿀 수..

#LETTER 32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공동체’

20211026 #LETTER 32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공동체’ 안녕 ! H. 봄봄님의 기분과 건강은 좀 어떠신지 ?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이해(사리를 분별하는 앎)의 영역이 아니라, 인정(고유의 개체 자유로웠던 야생동물이었음)과 수용(인간에게 맞춰 살아가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받아들임)의 영역인 것 같아.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매번 화장실에 싸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셈 아닐까 ?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네. 일요일 조기축구 정기훈련 시작시간 6시가 이제는 깜깜해. 물론 저녁 6시도 어두워지는 가을이네. 축구하러 갈 때엔 5시에 기상해서 30분정도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축구장에 도착하니 보름달이 비추는 새벽이었네. 푸른 어둠 사이로 온기 없는 서늘한 달빛에 몸은 움츠러..

#LETTER 31 시간의 강가에서

20211019 #LETTER 32 시간의 강가에서 H 제주 여행학교는 잘 다녀왔지? 고생 많았네. 청소년들과 함께 가는 마지막 여행이라고 했는데, 그동안 10년 넘게 지구촌 곳곳의 길 위의 여행학교를 누빈 H, 이번 마지막 제주여행 의미 있는 시간이었길. 오늘은 세월이 전해주는 바람소리를 들었네. 2000년 전주에서 내려와 잠깐 활동했던 반성매매여성운동단체 20주년 좌담회에 다녀왔어. 시간은 삶이라는 물성을 채우고, 간 밤의 꾼 꿈결인 듯, 생의 허무와 찰나의 바람처럼 우리 곁을 떠나가네. 옛말에 지나온 세월이 화살처럼 지나갔다는 말. 아 20년이 흘러갔네, 모두들 흰머리 휘날리며 앉아 있구나. 사람들은 시간과 지나간 세월을 꿈과 흐르는 강에 비유하곤 하는데, 깨어보니 20년이 지나갔다. 20년의 시간..

#LETTER 30 코시국과 4.3 그리고 가을

20211007 #LETTER 31 코시국과 4.3 그리고 가을 어제 2차 백신을 맞고 내내 약을 먹고 해롱해롱 했어. 근육통과 발열으로 꼬박 이틀을 누워 있네. 생각보다 심하게 앓고 있는 중이네. 어젠 하루종일 자다깨다 몸살을 앓고 기운없이 지냈는데, 오늘은 정신을 차리고 요가를 다녀오고, 먹거리도 사와 사브작 사브작 간단한 요리도 해 먹으며 이제야 답장을 쓰네. 이런 노트북을 켜니, 갑자기 한글 프로그램이 열리지 않아 어찌된 일인지, 당황하고 있는 중, 이리저리 해보아도 까막눈이라 뭐를 할 수가 없네. 결국 아래층 후배에게 SOS구조요청을 했는데, 저녁 늦게 들어온다네. 낼부터 연휴라 에고고 다음주나 AS를 받아야 할 것 같아. 우선은 메일을 이용해 답장을 하네. 디지털문맹으로 살아가는 서글픔이네. ..

#LETTET 29 여백과 여유 그리고 한라산

20210929 #LETTET 30 여백과 여유 그리고 한라산 힘겨웠던 H의 지난 제주살이, 그리고 마지막이 될 여행학교의 다가올 제주살이, 기냥 제주 삼신할망께 맡겨버리면 어떨까? 도착하자마자 와흘분향당에 들러 소지천을 준비해 4.3 항쟁의 애도와 더불어 정성을 드리는거지. 기일인 7/17/27일 이면 더 좋구. 아님 새화리나 종달리 영험한 할망당에 불안한 미래까지 축원을 올리는 거지. 떠나기 전에 준비할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여백과 여유’에 마음을 쓰는 것, ‘신체는 지혜의 나무이며, 마음은 맑은 거울이니, 수시로 털어내고 닦아내어 먼지가 일어나지 않도로 하라’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도덕경의 한귀절이네. 스스로가 만든 마음의 번뇌에 괴로울 때 종종 ..

# LETTER 28 삶은 비극, 마음이 건강한 9월

20210923 # LETTER 28 삶은 비극, 마음이 건강한 9월 전보라는 H의 편지가 속달로 도착했는데, 답장은 파란 가을하늘아래 비둘기행 완행열차에 더디 실어보내네. 허리통증으로 와병이라니, 속상하지?, 몸도 아픈데 자책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이 더 다칠 까 걱정이네. 홈트와 산행 등 운동의 즐거움과 건강한 몸에 대한 기대가 컸을텐데, 안타까운 마음이네. 나도 매번 운동을 하면서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는데, 할 때마다 속상한 마음에 사소한 것부터 각종 원망?과 억울함?이 들곤 해서 반복반복해서 부상을 떠올리고 심신을 지치게 했어. 어리석고 나약한 인간인지라 몸에 대한 소중함과 현재의 감사함을 다시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어. 재활의 시간을 보낸 뒤에는 삶의 작은희열들과 좀 더 괜찮은 몸과 운동을 좋아하..

# LETTER 27 책과 책 그리고 축구

20210916 # LETTER 27 책과 책 그리고 축구 책은 책을 부르고, 나에게로 온 책은 인연이 되어 내 곁에 머물고, 머물면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꼭 읽어야 할 때 신기하게 마음의 퍼즐이 되어 심심한 삶에 간을 맞춰준다고 할까. 가끔 지금 이 순간 책상에 놓여있는 책들은 간택받은 귀한 분들. 귀한 분들과 동침을 하고 서가에 자리를 찾아주는 즐거움도 읽는 쾌락 다음 나만의 기꺼운 작은 사치이지. 안녕! 지난 H의 독서 근황에 대한 편지를 받고, 소소한 생활툰이 그려지네. 쌓여가는 책들과 시장보고 반찬만들고 청소하고, 책장과 책상위치를 바꾸고....하루24시간이 책을 읽기에 무척 짧지? H는 “책을 읽어야 하는데, 하기 싫어서 튕기기 놀이를 하고, 유독 책읽기만 피하고 있다”고 전했지. 글쎄 난 ..

20210909 #26 사랑받았다. 사랑해 주었다는 것을.

20210909 #26 사랑받았다. 사랑해 주었다는 것을. “인간도 위로를 못하는 무언가를 이들이 해 주는 것 같아서, 서럽고 고맙고 감동적이어서 펑펑 울었지요” 안녕! 지난번 H가 보낸 준 반려묘들의 루나와 봄봄의 동물가족이야기 잘 읽었어. 편지를 읽으면서 버스를 타고 이번 정류장에서 내려 약속장소에 가야 하는데, 가야하는데 벨을 누르지 않고 지나친 것 같아. 지금도 버스안에 있는 심정이야. 이번주는 답장을 쓰기가 쉽지 않았어. 나의 동물가족들을 모두 떠나 보낸 뒤, 문득문득 밀려오는 슬픔과 그리움에 아프거든. 20년 넘게 같이 있던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전부 나를 두고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 가버리다니. 모두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이름을 짓고 선물같은 날들을 함께 보냈어. 해진, 나무, 마고,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