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쓰기 writing

LETTER # 9 나를 존중하며, 곁을 돌아보고 지켜내는 일

지산22 2021. 3. 10. 16:39

20210309

LETTER # 9 나를 존중하며, 곁을 돌아보고 지켜내는 일

 

어제는 자전거를 타고 한옥마을을 지나가는데, 경기전 담벼락을 따라 매화, 산수유가 눈을 맞추네. 장난기 많고 순박한 노란 산수유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다정하더라고. 그 옆 한두송이 피기 시작하는 매화는 고고하고. 이맘 때쯤 산에는 생강나무 꽃이 필텐데. 난 생강나무와 산수유 꽃을 잘 구분하지 못하겠더라고 멀리서 보면 총총 가지에 등처럼 걸린 노란빛이 같거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산수유는 가지에 한송이 한송이 꽃이 펴져 피고, 생강꽃은 가지에 꽃송이가 뭉쳐있어, 그래서 가끔은 산수유는 노란빛이 아지랑이가 바람에 흔들리듯 흐릿하고, 생강꽃은 선명한 노란꽃송이가 작은 풍등같아. 이렇게 알고 있어도 둘다 꽃이 먼저 피기 때문에 구별하기는 쉽지 않지. 꽃이 지고 잎이 나면 구별이 뚜렷한 편 생강나무잎은 심장모양이거든 좌우심방을 거느린 3개의 잎이고 산수유는 계란모양의 잎. 물론 산수유는 6월 자잘한 초록의 열매가 열려 가을 붉은 열매가 익으면 게임 끝, 교과서에 실린 김종길시인의 성탄제라는 시에 등장하는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열매그러고 보니 산수유 꽃은 수수하고 생강나무는 좀 화려한가 ? 꽃말은 반대이네. 산수유의 꽃말은 호의, 생각나무는 수줍음? 이라네. 생강나무는 잎이나 가지를 손으로 비비면 생강냄새가 나지. 생강나무는 산동백이라고도 하는데, 옛날엔 씨앗에서 기름을 짜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왜냐하면 동백나무는 따뜻한 남쪽에서만 자라서, 기름이 필요한 추운 지방사람들은 생강나무를 대신 사용을 했지. 김유정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노란 동백꽃.... 그 알싸한 향생강나무를 말하는 것이지. 한동안 목수를 하면서, 나무의 매력에 빠져, 온갖종류의 나무관련 책들을 찾아보곤 했지, 나무사전, 세계의 기이한 나무, 나무의 역사와 이름 등 나무이름만 들어가도 좋아했지, 오죽하면 강쥐이름도 나무로 했지. 나무는 신기하고도 매력넘치는 종일세. 지구의 주인이 나무라는 설이 있어. 지구에서 가장 오래사는 식물인 나무, 주목나무는 거의 만 이천년을 살지. 가끔 상상을 하지 나무가 말을 한다면 인류의 역사가 달라졌을 거야’. 아바타 영화 속의 주인공 나무가 생각나네. 물푸레나무는 물가에 자라는데 가지를 꺽으면 푸른 물이 나와 이름이 물푸레. 자작나무는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나서 자작나무, 명랑한 댕강나무는 나무를 꺽어 부러트리면 댕강소리가 난다지. 꽃소식에 안부인사를 전하려고 했는데 삼천포로 빠졌네. H 곁의 노란 봄빛에 인사를 전한다고.

설레는 캐틀벨은 어떤지 ? 유명한 코치, 운동하는 여자는 어떤지 ? 2013년인가 ?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토왕폭빙벽등반을 위해 3달 헬스 개인 트레이너를 받은 적이 있어. 300미터가 넘는 토왕폭포 등반을 위해, 어께근육만들기 등 웨이트트레이닝을 했었어, 3개월동안 캐틀벨도 잠깐했지. 근육은 2주만 운동을 게을리 해도 풀어지더라고, 그때는 매주 등반을 하던 때라 열심히 했지. 두분의 정직한 몸의 변화를 만끽하길 바라며 즐거운 운동라이프 되시길.

 

1133.8 세계여성의 날이었지. 어젠 평소 신문을 보는 시간에 비해 2배나 걸렸어, 이유는 3.8 여성대회라고 여성관련 기사들이 2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제 단 하루! 미디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 27%(경향), 23%(한겨레) 이라고 했어. 여성은 평소에 신문의 41도 차지 하지 않는 것이지. 4분의 3는 감추어져 보이지 않고, 드러나는 4분의 1마저도 2차 가해에 시달리며, 존재를 입증하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있지. 대부분의 지면을 차지하는 남성과 권력자들은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억압(배제와 혐오, 자본시장의 보이지 않는 집단학살을 자행하며)하며 자신들의 세상을 넘치게 누리고 있는 셈이지. 세계 500대 기업 중 여성 경영진(CEO)은 겨우 5%정도. 한국의 유리천장지수는 29개국 중 꼴찌야. 4분의 3을 누리는 지배권력과 구조에 분노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사회 4분의 3의 리얼리티의 절망, 추모와 애도를 할 수 있는 품위 있는 사회가 아니지.

3. 8을 기념하며 몇가지 책을 신청했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적힌 책갈피가 굿즈 상품으로 왔어.

때론 먼지투성이의 길에서,

때로는 거리에 떨어진 신문 조각에서,

때로 햇빛을 받고 있는 수선화에서 리얼리티를 발견할 수 있겠지요

 

마음의 겨울을 지나 어느 계절보다 봄엔 자살률이 높아, 죽음의 그림자. 찬란한 이별이 가능한 봄. 버지니아 울프도 19413월에 자살을 했지. 그녀의 유서에는 치유될 수 없는 그녀의 불우한 가정환경, 정신이상증상과 어릴 때부터 의붓오빠들의 성적학대와 힘겨움을 적어 놓았어, 그녀의 마지막 편지글에는

 

“ .... 저는 지난 30년 동안 남성중심의 이 사회와 부단히 싸웠습니다. 오로지 글로써. 유럽이 세계 대전의 회오리바람 속으로 빨려들 때 모든 남성이 전쟁을 옹호하였고, 당신마저도 참전론자가 되었죠. 저는 생명을 잉태해 본 적은 없지만 모성적 부드러움으로 이 전쟁에 반대했습니다. 지금 온 세계가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작가로서의 역할은 여기서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저는 지금 저 강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 버지니아울프의 자살전 편지내용 중에서

 

심리학자 로저스는 정신이상자들이 현실인식이 너무 뛰어나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게 된다고 했어. 나는 한편으로 자살에 이르는/선택한 사람들은 리얼리티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적당한 타협도, 현실도피도 못하는 한편으론 순정한 사람들이 아닐까? 2018년 미투가 지난 3년 서지현검사는 희망을 놓지 않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했어,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면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고. 자신을 존중하며 서로의 삶의 곁을 지키는 용기가 필요한 때.

살아갈 이유가 있고, 살아갈 힘이 생겼다는 H의 지난 편지를 받고

지금할 수 있는 있는 공부를 하며, 절망을 만드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마구마구 삿대질하며 희망의 손을 내밀겠다는 용기와 더불어 당분간 죽음은 찾아오지 않을 듯하여. 삶의 브레이크를 접어두고 치열하게 달린다는 H. 과속은 하지 않기 바랄게.

죽음이 전하는 배움의 길위에 선 오늘. 각자의 선 자리에서, 삶이라는 숙제에 무엇을 묻고 답해야 할까 ? 자신을 존중하며 곁을 돌아보고 지켜내는 일, 위로와 희망을 잇는 봄이 되길

 

사고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점층적이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모든 상황들은 무수히 많은 확률을 좁혀가며 그 순간을 향해 뻗어 나간다. 사고지점에 충돌하기 전까지. 그 일을 막을 수 있는 무수한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사고는 아주 긴 시간동안 차분히 그 지점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 천선란의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우리는 이별을 떠나기로 했어(2021/허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