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 115

행복을 찾는 사람 (루시 몽고메리)

행복을 찾는 사람 루시 몽고메리 (1874∼1942) 행복을 찾아서 온 세상을 헤맸어요. 오, 간절한 마음으로 멀리멀리 탐험했지요. 산과 사막과 바다까지 뒤졌어요. 동쪽에 가서 묻고 서쪽에서도 물었지요. 사람들이 북적이는 화려한 도시로 가고 햇살 맑은 푸른 바닷가도 찾아 다녔지요. 웅장한 대궐 같은 집에 묵으며 서정시도 짓고 웃으며 즐겼지요. 오, 세상은 내가 간정하고 빌었던 것을 많이도 줬어요. 하나 그곳에서 행복은 찾지 못했습니다. 하여 실개천 가에 자그마한 흙벽 집 한 채가 있는 내 오랜 골짜기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산마루를 호위하는 보초병 전나무 숲에 온종일 바람이 휘휘부는 그곳. 골짜기 위에 자리 잡은 고사리밭을 지나 어린 시절 걷던 오솔길을 구불구불 걸었습니다. 그리곤 들장미 정원 앞에 이르러..

이리 와 잠깐 쉬어요 (루시 몽고메리)

이리 와 잠깐 쉬어요 루시 몽고메리 (1874∼1942) 이리 와 잠깐 쉬다가 어른거리는 골짜기로 새어 한가로이 거닐어요. 바람이 산들거리는 먼 곳으로. 욕심투성이 장터도 근심 많은 거리도 벗어나 잔잔하게 흐르는 고운 음악을 들어요. 산울림은 듣고자 하는 귀에만 가 닿기에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이는 듣지 못하지요 - 안개 낀 언덕과 가려진 골짜기 너머로 바람이 불어 기억 속 상념의 종을 걷잡을 수 없어 울려댑니다. 한 발짝 옆엔 이슬 머금은 꽃봉오리가 장미와 제비꽃으로 다정하게 꽃잎을 펼치고 노래와 로맨스는 여전히 숲속을 거닐지요. 그대가 눈길을 주지 않는 이 길엔 지천으로 꽃입니다. 이리도 가까이엔 옛 시절 소중했던 것이 다 있군요. 그대도 보지 않으렵니까? 삶에 그리도 급급하여 그대는 미소 짓는 법도 ..

순수의 전조(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前兆) - 윌리엄 블레이크 하나의 모래알에서 한 세계를 보고, 한 떨기의 야생화에서 한 천국을 보며, 손바닥에서 무한을 잡고, 한 순간에서 영원을 잡는 것. 새장에 갇힌 울새 한 마리가 온 천국을 분노하게 한다. 크고 작은 비둘기가 들어찬 비둘기집 하나가 구석구석까지 지옥을 떨게 한다. 주인집 문간에서 굶어죽은 개 한 마리가 나라의 몰락을 예언한다. 노상에서 혹사당하는 말 한 마리가 하늘에 호소하여 인간의 피를 부른다. 사냥꾼에게 쫓기는 토끼가 울부짖을 적마다 인간의 뇌에서 조직을 뜯어낸다. 종달새 한 마리가 날개를 다치면 아기 천사는 노래를 멈춘다. 싸우기 위해 꽁지 잘리고 무장한 싸움닭이 떠오르는 태양을 놀라게 한다. 모든 늑대와 사자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지옥에서 인간의 영혼을 불러낸다..

선물 (포루그 파로흐자드)

선물 포루그 파로흐자드 (1935∼1967) 나 저 깊은 밤의 끝에 대해 말하려 하네 나 저 갚은 어둠의 끝에 대해 깊은 밤에 대해 말하려 하네 사랑하는 이여 내 집에 오려거든 부디 등불 하나 가져다 주오 그리고 창문 하나를 행복 가득한 골목의 사람들을 내가 엿볼 수 있게 : 2021년을 보내며, 선물 같은 2022년이 되길 바라며 포루그 파로흐자드의 시를 암송하며 보냈다. 코로나19. 일그러진 대통령선거후보들 너머. 2022년에는 좀 더 많이 행복한 골묵의 사람들을 엿보고 싶다. 등불하나 창문하나... 포루그 파로후자드 (1935∼1967) 는 테헤란에서 일곱자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파로흐자드는 사내아이들과 어울리며 여성스럼움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고등학교진학해 예술에 눈을 뜨기 시작 고전시집을..

항구의 밤과 이상함(가네코 미스즈)

항구의 밤 가네코미스즈(1903∼1930) 구름 낀 밤. 작은 별이 오슬오슬 하나. 추운 밤. 배의 등불 물속에 잠기어 흔들리고 둘. 쓸쓸한 밤. 바다의 눈동자 파랗게 빛나고 셋. : 2005년 어느 밤. 그해 나는 2월부터 1,230K를 길 위에서 보냈다. 동해바다가 내다보이는 허름한 침대에 누워,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별들이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작은 바다의 푸른 별을 타고 나는 다음날 울릉도로 갔었다. 이상함 가네코미스즈(1903∼1930) 난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검은 구름에서 내리는 비가, 은빛으로 빛나는 것이. 난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파란 뽕나무 잎새 먹고 있는, 누에가 하얗게 되는 것이. 난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아무도 손대지 않는 박꽃이 혼자서 활짝 펴나는 것이. 난 이상해서 견..

운명의 바람, 당신은 어느 쪽인가(엘라 휠러 윌콕스)

운명의 바람 : 범선 엘라 휠러 윌콕스 한치도 다르지 않는 바람이 불어도 어떤 배는 동쪽으로 가고, 다른 배는 서쪽으로 간다. 이는 돌풍이 아니라 돛이 나아갈 방향을 잡기 때문이다. 바다에 부는 바람처럼 운명의 바람도 그러하다 삶의 여정에서 잔잔하거나 거센 바람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다다를 목적지를 정하기에 엘라 휠러 윌콕스 Ella Wheeler Wilcox (미국, 작가, 시인 1850∼1919) 가난한 시골의 농부의 딸로 태어나 문학을 사랑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8세 때부터 시를 쓰며 13세에는 출판을 꿈꾸며 여러 곳을 두드린다. 수없이 거절을 당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그녀의 가장 유명한 시집 ⸢정열의 시 Poems of Passion⸥(1883)-, 시인 중의..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가네코미스즈)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가네코 미스즈(1903∼1930) 내가 양팔을 활짝 펼쳐도, 하늘을 조금 날 수 없지만, 나는 작은 새는 나처럼, 땅 위를 빨리는 달릴 수 없어. 내가 몸을 흔들어도 고운 소리 나지 않지만 저 우는 방울은 나처럼 많은 노래 알지는 못해. 방울과, 작은 새와, 그리고 나, 모두 달라서, 모두가 좋아 : 한달 내 3권의 시집을 돌려막기로 음미하고 있다. 첫 번째 시집과 시인은 가네코미스즈다. 작년 12월 30일 눈오는 날, 21년 한해 동안 공유공간을 함께 머물고 떠나가는 멋진 벗에게 박솔뫼의 소설 한귀절과 함께 선물한 시다. 벗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미래를 응원하며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 와야 할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지금에서 그것을 지치지 않고 찾아내는 사람들은 이미 ..

#LETTER 34 아듀 adieu∼

20211129 #LETTER 34 아듀 adieu∼2021 잘 지내 ? H.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 먼저 온 겨울을 맛보는 아침 바람, 스치는 차가운 선뜻함이 좋아, 파란하늘이 열린 모악산이 지난 주 나의 힘겨움과 찌든 때를 씻어주네. 지난 주말 내내 서울교육일정으로 도심빌딩숲속에 갇혀 있다가 해방된 느낌. 눈을 뜨자마자 모악산으로 달려갔네. 두팔 벌려 환영하는 늦가을 나무들의 정겨운 인사에 발걸음도 경쾌하게 모악산 북봉을 찍고 내려왔어. 11월의 반은 제주한라에서 걷고 달리고 돌아와 정신없이 서울대구광주를 돌아다니네. 일상이 바쁠수록 힘들수록 산과 달리기가 그리워, 몸에 덕지덕지 뭍은 것들은 털어내야 하는 것. 언젠가 전해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생각나.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

# LETTER 33 전환점과 반환점

20211107 # LETTER 34 전환점과 반환점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H에게, 삶의 반환점을 막 지난 것 같은 나는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해도 좋다’ 또는 ‘해봐도 좋다’고 전하고 싶어. 직접 경험해 본 것과 생각만 한 것은 큰 차이가 있거든, 바라는 결승점의 성취와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결승점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레이스에서 달리기 시작한 나는 이미 다른 내가 되어 있거든. 반환점을 돌아보니, 이제까지 익숙한 삶의 자리에서 안주하고 있더라고, 좀 더 낯선 공간의 낯선 시간의 삶을 살아볼 걸. 삶이 주는 새로운 공간과 낯선 시간의 선물을 이제라도 맘껏 누리자고. 최영미의 시처럼 순간순간 기적을 만날 수 있길 바라며. 노트르담의 오르간 최영미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들은’ 만큼만 꿈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