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쓰기 writing

#LETTER 34 아듀 adieu∼

지산22 2021. 11. 29. 17:38

20211129 #LETTER 34 아듀 adieu∼2021

잘 지내 ? H.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 먼저 온 겨울을 맛보는 아침 바람, 스치는 차가운 선뜻함이 좋아, 파란하늘이 열린 모악산이 지난 주 나의 힘겨움과 찌든 때를 씻어주네. 지난 주말 내내 서울교육일정으로 도심빌딩숲속에 갇혀 있다가 해방된 느낌. 눈을 뜨자마자 모악산으로 달려갔네. 두팔 벌려 환영하는 늦가을 나무들의 정겨운 인사에 발걸음도 경쾌하게 모악산 북봉을 찍고 내려왔어. 11월의 반은 제주한라에서 걷고 달리고 돌아와 정신없이 서울대구광주를 돌아다니네. 일상이 바쁠수록 힘들수록 산과 달리기가 그리워, 몸에 덕지덕지 뭍은 것들은 털어내야 하는 것. 언젠가 전해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생각나.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찾으니, 어떤 학자가 동물은 무슨 일을 하고 난 뒤에는 매번 온몸을 털면서 끝을 낸다고 하네. 우리 강쥐들이 가뿐히 털고 가볍게 걸어가는 모습이 떠오르네. 온몸을 털을 곤두세우고 털어 덜어내듯 말이야. 2021년 함께한 편지는 한주의 묵은 일상의 나를 털어내고 삶의 비질을 하는 듯 했어.

 

H의 마지막 편지를 받고, 우리의 1년의 편지왕래를 이제야 돌아보네. 온라인이라는 바다에 편지라는 배를 띠워 매주 컴을 켜고 자판이라는 노를 저어 당도한 우리들의 일상의 대륙은 여전히 코로나19바이러스가 버티고 있었더랬지. 우리는 코로나에 빼앗긴 지난 봄을 뒤로하고 2021년 일상의 기쁨과 서로의 삶의 바다에 뛰어들어 쓰기와 읽기의 노를 저어 2021년의 마지막 항해를 하고 있네. 일단 배가 난파되지 않고 무사히 약속의 땅에 당도하게 되어 기쁘네. 매주 정박한 선착장에는 때론 어찌할 수 없는 각자의 삶의 오르막과 덧없음에 힘겨워하고, 떄론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기도 하고, 각자의 찬란한 슬픔과 고뇌?에 엄살도 피우고, 살아온 삶과 살아갈 걱정에 불안과 두려움을 마주하기도 했어. 때론 몸과 마음의 무게, 나이듦과 시간의 힘에 짓눌리기도 하고 서로의 삶의 전환점과 반환점을 응원하며 40대와 50대의 여정을 거울처럼 비춰보기도 했어. H의 페미니즘 이력서를 통해 페미니스트로서의 나를 반추해보기도 하고, 일렁이는 H의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흐르는 시간의 강가에 서서 나의 마음을 도리질 하기도 했어. 클럽하우스, EBOOOK, 영화 등의 신문물과 전해지는 낯설고 풍요로운 시공간의 이야기로 내 삶이 조금 더 충만해진 것 같아. 고마워. H의 봄봄과 루나 동물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의 희노애락을 통해, 떠나보낸 나의 반려동물들, 펫로스의 아름다운 추억과 슬픔을 통해 위로도 받았어.

 

2021H에게 편지쓰기를 제안하고, H의 첫 번쨰 편지를 받고 글감쓸감땔감 감감감을 이야기 했던 것이 떠오르네. 나의 21년의 글감쓸감땔감들이네.

#먹고 싶은 게 뭐야? H? 오고있어? 왔어?, #on my face, #앎과 앓음다음-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자유롭고 싶은, 생각이 많은, 괜찮은, #꽃을 벗삼아 시름을 잊고 향기에 취해 길을 떠나는 밤, #응원할게, #시작-설레게 하는 것,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삶의 브레이크를 걸고, #나를 존중하며, 곁을 돌아보고 지켜내는 일, #고맙습니다, #상상력과 진달래꽃의 안부를 전하는 봄밤, #봄엔 냉이튀김을, #온기를 전한다, #공생과 환대, #삶의 풍경과 맥주한잔, #그늘 넉넉한 나무, #해녀와 다리미 그리고 한걸음, #시선, #시간, 옛ㅇ치 못한 일이 주는 즐거움, #주저리, 주저리, #여름엔, 000000, #글을 쓰고 외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지리산살이, #이번주까지만 놀고....해야지, #그 말이 나를 살게 하고, #사랑받았다, 사랑해 주었다는 것을, #책과 책 그리고 축구, #삶은 비극, 마음이 건강한 9, #여백과 여유 그리고 한라산, #코시국과 43, 가을, #시간의 강가에서,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공동체, #전환점과 반환점, #아듀 adieu까지.

 

H2022년 욕심을 응원하며, 우리는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 받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