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쓰기 writing 35

# LETTER 15 : 그늘 넉넉한 나무

20200526 # LETTER 15 : 그늘 넉넉한 나무 H의 편지를 받고 열흘이 지났네. 16번째 편지를 받곤 답장을 생각하며 몇가지 (10년이라는 시간, 열심히 살다)단어를 메모해 놓고, 한계절이 지나버렸네. 5월은 영화속 설국열차는 아니지만 급행열차를 타고 사는 것 같다고 할까 ? 급행열차안에서도 앉아있지못하고 이쪽저쪽 종종거리며 바쁘게 살아버렸네. 바삐, 빨리, 급하게는 싫은데 말이지. 어쩌다보니 코로나장기화로 못 만났던 사람들, 미뤄두었던 교육들을 한꺼번에 하며 만났던 2주였네. 천천히 가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마라. 시간은 짧다. 그 음악도 언젠가는 그칠 것이다. 어딘가를 향해 너무 빨리 달리면, 그곳에서 얻게 될 행복은 반으로 줄어든다. 일생을 애태우며 허둥지둥 사는 것은, 열어 보지도 않..

# LETTER 15 삶의 풍경과 맥주한잔

20210512 # LETTER 15 삶의 풍경과 맥주한잔 어제는 봄이더니 오늘은 여름이야, 한낮의 더위에 선풍기를 찾고, 해질녘 자전거에 스치는 바람이 반갑네. 사계절 옷을 꺼내놓고 살아야한다는 기후위기에도 멈추지않는 소비와 코로나를 핑계로 점점 늘어나는 쓰레기들... 여름과 겨울이 점점 더 빨라지고 길어지고, 환경재앙, 기후우울로 순간순간 멈추자고 다짐을 하면서도 4캔의 만원하는 맥주를 사들고 기뻐하며, 오락가락하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이 되네. H의 마음의 날씨와 재발한 허리, 어쩔까? 아픈 몸보다 더 힘든 마음의 통증이 느껴지네. 힘겨운 일상과 심리적 탈진, 아서프랭크의 상처입은 스토리텔러가 떠오르고 그럼에도 삶의 물음에 마주하고 자신을 반추하고 곁을 돌아보고 이해하려는 H, 편지를 읽으며 H가..

# LETTER 14 : 공생과 환대

20210422 # LETTER 14 : 공생과 환대 지금 모악산은 은은한 분홍빛의 산철쭉이 연두빛숲길과 어우러져 초록이 빛나는 날들이야. 자연은 생태계파괴를 일삼는 인간을 코로나19로 응징하지만, 관대하게도 봄을 내려주어 어리석은 인간들의 코로나로 지친 일상의 시름과 상처를 위로하네. 바람에 안부를 전해 H와 EE의 반려묘 봄봄과 루나, 트랜스휴먼시대 인간/동물, 인간/기계, 생물/미생물. 유기체/비유기체 등 수많은 차이의 존재들-타자들, 지구의 타자들과 친족관계망, 반려종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했어. 난 아무래도 이제는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가능한 미래도 괜찮을 것 같고, 노화로 인해 가끔 윤이형소설속에 책읽어주는 돌봄로봇이 필요한 것 같기도하고. 헤러웨이는 인간중심, 젠더관계를 뛰어넘어 이종적..

# LETTER 12 봄엔 냉이튀김을

20210407 # LETTER 12 봄엔 냉이튀김을 5시에 일어나 세계 최고의 여성 클라이머 ‘카트린 데스티벨’ 그녀의 책을 한 장 읽고, 푸른새벽 쌀쌀하지만 상쾌한 천변, 재잘거리는 조팝꽃들과 8K 달려 태양을 맞이하고, 씻고 신문보면서 아침 밥을 먹고, 화상으로 4월의 작가 이주란의 ‘한사람을 위한 마음’으로 조찬소설독서모임을 하고, 푸릇푸릇 연두빛 새잎이 나는 가로수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바퀴사이로 미소짓는 분홍꽃잔디를 지나 공유연구공간에 도착해 고소한 커피한잔에 여유를 찾는 아침. 내책상앞에서 보이는 옥상텃밭에 쭈빗쭈빗 귀여운 초록의 잎위로 뽀얀 얼굴 같은 딸기꽃이 피었네. 나의 딸기딸기 2그루에 완두완두콩콩콩콩콩 9개의 완두새싹이 나기 시작했네. 딸기꽃은 흰노란빛 다섯장 꽃잎에 자자란 수술이 ..

LETTER # 11 상상력과 진달래꽃의 안부를 전하는 봄밤

20210325 LETTER # 11 상상력과 진달래꽃의 안부를 전하는 봄밤 봄밤, 봄을 도둑맞은 밤일까? 밤을 도둑맞은 봄일까? 문득 3월이 댕강 사라진 듯, 오늘이 25일이라니... 시간에 쫓겨 봄이 달아날까 안달하는 밤.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비낀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 김억 시인의 ‘봄은 간다’ 중에서 봄밤은 그리움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꽃향기에 바람이 들었나봐.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는 길 어제오늘 오자마자 시집과, 시를 적은 필사노트에 한참을 머물고, 그리움으로 바람든 마음에 허전함을 달래고 있어. 뭔가 모를 몹시..

LETTER #10 고맙습니다.

20210317 LETTER #10 고맙습니다. 목련꽃 그늘아래 자전거를 타는 아침일상, 꽃들이 피는 한주, 지난 목요일부터 집을 비운 날들. 돌아와보니, 나몰래 남도의 봄바람이 목련과 벚꽃의 향기를 전해주네. 작년 코로나로 연기되었던 워크샵 교육이 8개월만에 마무리되었어. 오랜만에 게스트하우스에 숙박을 하고, 여성장애인들을 대상으로 16시간 교육을 했어. 별도의 숙박시설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잠만자고 교육장소로 이동하기에 난 주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데, 코로나로 10인실은 폐쇄하고 6인실 이하만 운영하고 있더라구, 보통 다인실이라도 혼자지내는 편인데, 내옆 침대에 미국인 여행자가 있네, 코로나에도 정년퇴임한 65세 여성이 장기여행을 다니고 있네, 50리터 100리터 트렁크 2개 장기여행자, 나를 만..

LETTER # 9 나를 존중하며, 곁을 돌아보고 지켜내는 일

20210309 LETTER # 9 나를 존중하며, 곁을 돌아보고 지켜내는 일 어제는 자전거를 타고 한옥마을을 지나가는데, 경기전 담벼락을 따라 매화, 산수유가 눈을 맞추네. 장난기 많고 순박한 노란 산수유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다정하더라고. 그 옆 한두송이 피기 시작하는 매화는 고고하고. 이맘 때쯤 산에는 생강나무 꽃이 필텐데. 난 생강나무와 산수유 꽃을 잘 구분하지 못하겠더라고 멀리서 보면 총총 가지에 등처럼 걸린 노란빛이 같거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산수유는 가지에 한송이 한송이 꽃이 펴져 피고, 생강꽃은 가지에 꽃송이가 뭉쳐있어, 그래서 가끔은 산수유는 노란빛이 아지랑이가 바람에 흔들리듯 흐릿하고, 생강꽃은 선명한 노란꽃송이가 작은 풍등같아. 이렇게 알고 있어도 둘다 꽃이 먼저 피기 때..

LETTER # 8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삶의 브레이크를 걸고

20210303 LETTER # 8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삶의 브레이크를 걸고 바쁘다는 개인만의 감각과 기준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를까 ? 하루 24시간 중에 몇시간은 나도 모르게 사라지고, 종종걸음으로 자판의 레일을 걷고 걷고 달리고, 끝은 보이지 않고, 차곡차곡 책상옆에 쌓이는 책들, 갑자기 하늘에 툭 떨어지거나 숨어있다 나타난 처리해야 할 사소한 것들, 매끼 먹고 자야하는데....냄비 속 뭔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넘칠랑말랑, 결국 넘쳐 증발해 버린 마음. 마음의 냄비에 담긴 영혼을 잃어버릴지도 몰라. 3월도 봄도 지나치지 않도록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삶의 (속도)브레이크가 아닐까 싶어. 등반 브레이크라는 단어가 떠오르네, 등반을 하다보면 적지않은 수의 뛰어난 클라이머들이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산..

LETTER #7 시작-설레게 하는 것

20210224 LETTER #7 시작-설레게 하는 것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있어, 지난 주 토요일 6번째 마라톤도전을 마치고, 일요일에는 코로나로 인해 멈췄던 축구연습도 시작하고 경기까지 뛰고, 꽃샘추위로 인해 회복을 위한 러닝과 운동을 하지 못해 체력이 방전되는 것 같네. 1-2월 느슨하게 진행되었던 독서모임들과 팟캣스트 기획, 3월에 시작하는 온라인 강의 준비 등 이번주부터 갑자기 쉼없이 돌아가네. 오늘도 회의를 3개나 했어. 최근들어 가장 사람들을 많이 만난 날이네. 슬슬 사람들과 활동을 시작하는 3월, 모두들 봄의 활기로 멈췄던 일과 미뤄던 일들이 하나둘씩 시작하는 때인 것 같네. 난 매년 팟켓스트를 시즌제로 기획제작하고 있는데(팟캣제작은 기획부터 섭외, 방송, 편집까지 해야 해 생각보다 많..

LETTER #6 응원할께

20210217 LETTER #6 응원할께 아침에 일어나니, 휙이- 회오리치는 겨울눈보라에 화이트 아웃, 회색빛 블리자드가 입춘이 지나 먼저 온 봄을 저멀리 날려 버렸어, 요란한 바람소리와 함께 싸래기눈이 날리다가 금새 합박눈이 되어 내리네. 변덕 심한 아이처럼 아이스크림에 꽁한 마음이 풀리듯 정오가 되니, 햇살에 말끔이 녹아 이만 총총 사라졌어. 눈보라에 숨은 모악산이 고개를 들고, 아침의 심술을 잊은 듯 천연덕스럽게 나를 내려다 보네. 천변 햇살의 따사로운 유혹에 베란다 창문을 여니, 바람은 여전히 차. 유리문 하나로 안과 밖의 온도차가 이렇게 달라. 예측할 수 없는 날씨를 보며, 환경에 따라 저마다 사람들의 변화무쌍한 내면의 풍경과 마음의 온도차를 생각해보네. H와 했던 어제 화상만남후 후 두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