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쓰기 writing

20220207 #LETTER 1. 더 다정한 희망을 불러본다.

지산22 2022. 2. 7. 23:34

20220207 #LETTER 1. 더 다정한 희망을 불러본다.

 

안녕! H,

허리수술을 하고 회복하고 있다는 H의 소식,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 핸드폰너머로 전해지는 맑은 목소리가 반가웠어. 힘겨운 수술이었을텐데. 통증이 사라진 것만으로 견딜만하다니 얼마나 아팠을까 싶었어. 몸조리 잘하고 퇴원과 재활도 잘 되길 응원할게.

 

늦은 밤, 꼭 읽어야할 독서모임 준비 숙제를 미루고, 방안에서 방황하다 해찰하며 펼쳐든 시집, 에밀리 브론테의 시를 읽다가, 위로의 편지로 2022년의 인사를 전해.

 

상상력에게

에밀리 브론테(1818-1848)

 

긴 하루의 근심과, 아픔에서 아픔으로

세상 변하는 것에 지쳤을 때,

길을 잃어 절망에 빠지려 할 때,

그대의 다정한 음성이 나를 다시 부른다.

오, 나의 진실한 친구여.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그대가 그런 어조로 말할 수 있는 한!

 

그 없는 세상은 그토록 희망이 없다니.

그 안의 세상을 나는 두 배로 소중히 여긴다.

속임수, 증오, 의심, 그리고 차가운

의혹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 세상.

그대와 내가, 그리고 자유가,

반박할 수 없은 권위를 지니는 곳.

 

무슨 문제가 되리, 사방에,

위험과 죄와 어둠이 있고,

그저 우리 가슴속에

밝고 고요한 하늘을 지녀,

겨울이라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

태양의 수만 빛으로 따뜻하기만 한다면?

 

물론 이성은 자연의 슬픈 현실에

종종 불평하기도 하겠지.

그리고 아픈 가슴을 향해 말하기도 하겠지

소중한 꿈들은 늘 분명 헛되어져 버린다고.

그리고 진리는 이제 막 피어난 환상의 꽃들을

무례하게도 짓밟아 버릴 수도 있어.

 

그러나, 그대는 늘 그곳에 있어,

서성이는 환상을 되가져 오고,

엉망이 되어 버린 봄 너머 새로운 영광을 숨쉬며,

죽음에서 아름다운 생명을 불러,

성스러운 목소리로, 그대의 세상처럼 빛나는.

현실의 세상에 대해 속삭이지.

 

나는 그대의 유령 같은 축복을 밎지 않으나,

그러나 저녁 고요한 시간,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고마움으로

그대, 인자한 힘을 환영한다네.

인간 근심의 확실한 위무자,

희망이 절망일 때, 더 다정한 희망!

에밀리 브론테의 <<상상력에게>>(민음사/2020) 시집 중에서

 

우리에게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소설가로 알려진 에밀리는 멋진 시인이기도 해. 특히 브론테 세자매는 모두 19세기 뛰어난 소설가이자 시인들이었지. 언니 샬롯(제인에어)과 동생 앤(아그네스 그레이)과 함께 공동의 시집을 출판하기도 했어. 이들 자매는 모두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어. 잠깐 잠깐 기숙학교에 다니며 교육을 받을 기회는 있었지만 질병과 집을 떠난 심리적부담감, 건강하지 못해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고 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자매는 정식문학교육을 받는 대신 함께 이야기를 꾸미고 일기를 쓰면서 문학적 재능을 키웠다고 해. 세자매는 나중에 여성들을 위한 기숙학교를 세우자는 계획까지도 세웠지만 병으로 앤과 에밀리가 일찍 죽게 되지. 동생들이 죽는 순간까지 슬픔을 시로 남겨, 먼 훗날까지 아름다운 눈물을 흐르게 하는 뛰어난 시인자매들. 리스펙!

 

2022년에는 멋진 시와 시인들을 더 자주 만나야지.

올 한해는 조금 더 인생을 음미하는 담백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되돌아보는 여유와 태도(품위?)를 갖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무엇이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줄까? 미지의 모험 50대 중반을 향해 출항

 

H2022, “2022, 욕심을 내어 살아보려고 합니다지난해 마지막 편지 한 귀절이 생각나네.

H 더 다정한 희망을 불러, 건강에 욕심을 내어 살아보려는 거지.

이이와 동물가족들에게도 안부를 전하며

 

전주에서 지산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