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쓰기 writing

#LETTER 30 코시국과 4.3 그리고 가을

지산22 2021. 10. 7. 21:04

20211007 #LETTER 31 코시국과 4.3 그리고 가을

 

어제 2차 백신을 맞고 내내 약을 먹고 해롱해롱 했어. 근육통과 발열으로 꼬박 이틀을 누워 있네. 생각보다 심하게 앓고 있는 중이네. 어젠 하루종일 자다깨다 몸살을 앓고 기운없이 지냈는데, 오늘은 정신을 차리고 요가를 다녀오고, 먹거리도 사와 사브작 사브작 간단한 요리도 해 먹으며 이제야 답장을 쓰네. 이런 노트북을 켜니, 갑자기 한글 프로그램이 열리지 않아 어찌된 일인지, 당황하고 있는 중, 이리저리 해보아도 까막눈이라 뭐를 할 수가 없네.

결국 아래층 후배에게 SOS구조요청을 했는데, 저녁 늦게 들어온다네. 낼부터 연휴라 에고고 다음주나 AS를 받아야 할 것 같아. 우선은 메일을 이용해 답장을 하네.

디지털문맹으로 살아가는 서글픔이네.

디지털문맹 컴앞에 서면 난 작아지는데....늘 뭔가 모자라고 더딘 사람이 된 것 같아.

 

코시국에 집콕에 백신접종 후 앓는 동안 조한진희의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라는 책을 읽었어, 가끔 그녀의 질병관통기 칼럼과 글들을 보면서 비장애인이 기준이 된 것처럼, 건강한 사람이 기준이 되어 있는 사회에서 '아플권리; '질병권' '질병의 개인화' 같은 접근과 시야가 새롭게 다가왔어. 갱년기와 노화, 부상과 재활 반복을 하다보니,예전과는 다르게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는, 앞으로는 더 좋아지지 않는 몸의 진실에 대해서 마주보게 되네.

책은 저자가 30대 후반부터 갑상선암과 원인모를 고통에 대해 투병과 완치를 반복하면서 아픈 몸에 경험과 성찰을 기록 한 책으로 그동안 썼던 원고들과 기사들을 엮은 것이라 쉽게 읽히네.

먼저 나에게 던진 질문는 얼마나 건강해야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한 물음 이었어.

저자는 두가지 기준 즉 첫째, 사회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없는 것과 두번째는 질병이 없는 상태를 이야기하며

우리사회의 건강의 기준을 의심하고 질병이 없는 '정상'에 대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 이 사회가 말하는 건강한 표준의 몸은 조작과 허구에 가까울 지 몰라.

한국은 최장의 노동시간에 자양강장제와 피로회복제를 먹으며 박카스광고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당연시되네.

건강하지 못한 몸은 늘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받아(프로페셔널 하지 못하다).

아프거나 질병에 걸린 몸을 수용하지 못하고, 원망, 한탄하거나 결국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하지.

빨리 곧 건강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나도 내 몸을 내 삶의 뭔가를 할 도구로 여기며 대상화, 내몸을 소외시키는 것은 아닌지?, 조금이라도 아프면 몸을 원망하면서 안달하고,

우리모두 건강한 '정상의 몸'이라는 허상을 버려야 한다. 모두의 몸이 다르고, 순간 순간 노화에,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말이지.

'안 아픈 몸을 기본 값으로 설정하지 말고, 정상이나 표준의 몸을 정해 두지 말아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돌봄을 필요로 하는 나약한 존재, 인간이니까.

두번째는 의료가치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네. 연명치료와 죽음에 대해서는 종종 생각하는데,

아플 때 삶에 대한 결정권을 놓치고 싶지 않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의 의료적 가치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의사의 선택이 아니라),

병원이나 의료자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일상에서 최소한의 지식과 의료산업이나 의료에 대해 알아야 겠다. 노화나 질병을 피할 수 없으니 잘 알고 잘 아플 수 있도록.

셋번째는 저자처럼 1인 가구 또는 여성들 대상 건강두레 같은 상부상조 돌봄두레나 품앗이 등

아플 때 이용할 수 있는 건강관리, 일상돌봄 사회적 서비스나 공동체, 네트워크, 친족자매들 등등을 상상하네. 이왕이면 장례나 장례업체까지

마지막으로는 아픈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아픈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 무지가 폭력적이는 말이 지겹다는 저자의 말처럼

아프다는 건 그 사람의 정체성 가운데 일부이지 전부는 아닌데, 아픈 사람으로만 규정하고 그의 다른 정체성과 삶이 축소되지 않도록 유의하자는 말이 와 닿았어.

원하지 않는 정보전달하고 충고하지는 않았는지, 타인과의 질병을 비교하고, 아파서 기운없는 표정에 나의 불편함에 힘내라는 말을 강요한 것은 아닌지 등등 반성했네.

H도 기회되면 읽어보고 함께 이야기 해 보세.

 

스치는 가을바람에

혹시 앞으로 누리지 못할 미래의 어느 날을 위해

파란하늘을 더 자주 올려다 보려 해, 오늘은 모악산 가을하늘이 변화무쌍한 하루였어.

아침 파란하늘이 오후엔 먹빛으로 변하더니 비가 내리고, 잠깐 고구마치즈피자에 한눈판사이, 황금빛 일몰이 눈부시네.

 

입맛이 없어 내내 누워있다가, 고구마치즈 피자를 만들어 먹었어. 간단히 해 먹을 수 있어.

고구마를 채 썰고, 찬물에 한번 헹궈서 전분을 뺀뒤, 소쿠리에 건져 소금 쬐끔 넣고 섞어 주네.

그리고 후라이펜에 약한불로 고구마를 앏게 펴 피자처럼 2장을 구워 그 다음 후라이펜에 고구마 한장을 올려 놓고 좋아하는 치즈를 잔뜩넣고

그 위에 고구마 한장으로 덮고 피자가 녹을 때 까지 구워주면 끝. 바싹 쫄깃 부드럽고 맛있는 고구마치즈피자 완성. 위로하는 음식이라고 할까.

 

H의 제주 여행, 어떻게 지내고 있으신가 ?

제주의 가을아래 4.3의 시간이 흐르고, 지금 쯤 H는 역사의 바다 파도를 타고 있겠구나.

강요배의 한라산자락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비극적인 분단의 역사, 불행이 남긴 흔적들을 마주했겠구나,

몇일 전에 읽은 카슈미르 분쟁의 이야기인 아룬타티 로이 [지복의 성자]의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죄악이 저질러졌다' 라는 문장이 떠오르네.

파괴의 현장에서 살아간다는 것, 살아남았다는 것, 평화없이 살아간다는 것, 일상이 죽음이 될 때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

 

H가 함께 한 2021년의 4.3 이야기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