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쓰기 writing

20210909 #26 사랑받았다. 사랑해 주었다는 것을.

지산22 2021. 9. 10. 00:32

20210909 #26 사랑받았다. 사랑해 주었다는 것을.

 

인간도 위로를 못하는 무언가를 이들이 해 주는 것 같아서, 서럽고 고맙고 감동적이어서 펑펑 울었지요안녕! 지난번 H가 보낸 준 반려묘들의 루나와 봄봄의 동물가족이야기 잘 읽었어. 편지를 읽으면서 버스를 타고 이번 정류장에서 내려 약속장소에 가야 하는데, 가야하는데 벨을 누르지 않고 지나친 것 같아. 지금도 버스안에 있는 심정이야. 이번주는 답장을 쓰기가 쉽지 않았어. 나의 동물가족들을 모두 떠나 보낸 뒤, 문득문득 밀려오는 슬픔과 그리움에 아프거든. 20년 넘게 같이 있던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전부 나를 두고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 가버리다니. 모두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이름을 짓고 선물같은 날들을 함께 보냈어. 해진, 나무, 마고, , 마녀 보고싶다. 너무너무. 산에 올라가 산을 불러봐 산아 산아 내 산아’, 자전거 타며 스쳐가는 나무를 보며 나무야 나무야바람에 전해, 책을 읽으며 우리 마고와 마녀를 찾아, 우리 해진이 누군가 무엇이 이토록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 사랑받았다. 사랑해주었다. 창밖의 반짝이는 불빛보다 더 영롱한 동물가족들의 눈동자가 그리운 밤.

 

이렇게 동물가족들이 그리운 날엔, 보는 책들이 있어

다니구치 지로의 개를 기르다는 내가 좋아했던 책이야. 동물가족의 마지막 보내는 이야기로 탐(강쥐)이 자연사할 때까지 그린 만화책. 우리마고의 마지막 2, 눈도 멀고 귀도 멀고 그럼에도 매순간을 코 골며, 잘 먹고, 씩씩했던 마고처럼. 개를 기르다는 탐을 보낸 후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이야기로 연결되지. 난 고양이를 기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직까진.

 

우울할 땐 가게야마 나오미의 시바견 곤 이야기를 읽어 4컷만화와 반려견 시바견 곤의 일상인데 웃음반발. 방금도 울다가 책을 보고 3초만에 급 반전. 그리고 가끔 한번씩 꺼내보는 책 이별의 순간 개가 전해준 따뜻한 것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을 읽지. 가끔 봐야 해. 볼 때 마다 울거든. 이별의 순간 개가 전해준 따뜻한 것은 10마리의 강쥐들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 친절하게도 마지막 장은 무지개다리 너머 강쥐가 보낸 편지로 남겨진 가족사람을 위로해.

 

이제 그만 울어요.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세요.

방긋 웃어요.

그러면 우리도 기뻐져요.

그리고 언젠가 꼭 우리를 마중 나와 주세요.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우리는 언제까지나 재밌게 싸우지 않고 지내고 있을게요.

이 무지개 다리 너머에서

 

읽을 때 마다 죽음이 기다려지는 기쁨을 주고 가는 나의 동물가족들. 무지개다리 건너에서 만나려면 착하게 살아야 하는데.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은 고양이의 따뜻함으로 인간의 인연과 슬픔을 기적처럼 치유하는 이야기. 매 순간 동물가족들에게 배운다. 사랑받았다. 사랑해 주었다는 것을.

한동안 연구보고서, 비평글 글쓰기로 인해 누리지 못한 읽기의 쾌락을 만끽하고 있어.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소설들을 즐겁게 읽었어. 그녀의 유년시절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지넷윈터스의 오렌지만이 과일이 아니다가 생각나게 하는 책. 미국와 나이지리아를 배경으로 종교와 가부장제사회의 성장소설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지. ‘숨통은 그녀의 단편집인데 12가지 이야기가 실려있어. 나에게는 무지한 아프리카 현대, 나이지리아 역사, 이주, 세계화의 이야기가 촘촘히 밀도있게 전개되네. 그리고 숨통의 단편들이 장편의 이야기로 쓰여진 것 같은 아메리카나 1/2’이야. ‘아메리카는 나이지리아에서 즉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유학 또는 이주간 이들을 부르는 말. 이 소설은 그녀가 2013년에 쓴 소설이야. 미국으로 유학을 온 나이지리아의 젊은 여성이 주인공인데 인종과 여성차별 등 현실의 사회문제를 글쓰기(블러그)를 통해 흡인력있게 전달해. ‘인종 단상이 인상적이었어. 비미국인 흑인(아프리카, 나아지리아인을 통해)과 미국인 흑인, 계급, 이념, 인종, 지역에 따른 우리가 모르는 시대, 내가 모르는 현실과 주류에서 벗어나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사회. 문학의 힘을 새삼 깨닫네. 결이 다른 영미문학. 읽을수록 내 시야가 얼마나 좁고 미천한 지.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나라와 지역의 작품들을 읽어봐야겠어. 간만에 부담없이 읽기의 쾌락에 빠져드네.

책읽기 좋은 계절 가을. 잘 지내길.

 

동물가족들과 함께하는 기적을 만끽하시길. 이 순간의 행복을 누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