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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9)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 그 크기는 그 파멸의 무덤애 들어가서 재는 대로 추측할 뿐 - 고독의 가장 무서운 경종은 스스로 보고는 - 스스로 앞에서 멸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 -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는 동안 - 공포는 결코 보이지 않은 채 - 어둠에 싸여 있다 - 끊어진 의식으로 - 하여 굳게 잠가진 존재 - 이야말로 내가 두려워하는 –고독- 영혼의 창조자 고독의 동굴, 고독의 회랑(回廊)은 밝고도 –캄캄하다- :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자 페미니스트인 에드리언 리치는 “자신이 특출하다는 점과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었던 에밀리 디킨슨의 은둔은 그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었다” 고 했다. 누구나 자신답게..

그가 값진 언어를 먹고 마시더니 (에밀리 디킨슨 8)

그가 값진 언어를 먹고 마시더니 에밀리 디킨슨(1830∼1886) 그가 값진 언어를 - 먹고 마시더니 정신이 튼튼해졌다 -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 정도만 기껏해야 알고 있었고 자신의 액자는 먼지에 불가하다는 것도 - 우중중한 날에 춤을 췄고 날개가 준 이 유산은 오직 책 한 권 - 느긋한 정신이 가져다 준 이런 자유 - : 이런 자유, 좋다. 좋아한다. 에밀리의 집에는 커다란 서재가 있었는데, 그녀는 아버지의 서재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통해서 세계를 엿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점점 은둔자가 되어 외부세계와 외부현실에 대한 관심을 잃어 간다. 24세가 될 무렵에는 가족들에게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단다. 일평생 정신의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자유로웠을 시인. 1800여편의 유산을 남긴 그녀로 인해 오늘 같은..

여행 (사이토 마리코 3)

여행 사이토 마리코 마음이 말의 몸이고 말이 마음의 몸이고 몸은 마음의 말이다 타는 말 멀리 와서 멀리 돌아간다 : 주말엔 서울에서 놀러 온 후배들과 처음으로 딕싯 DiXit 보드게임을 해 보았다. 라틴어로 ‘그는 말했다’라는 뜻이라는 카드를 이용한 이야기 게임이다. 그림카드에 대한 질문과 이야기를 통해 보드판의 토끼들이 경주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 만화의 한 장면이 ‘찰칵’ 그려진 일종의 투사검사지인 셈이다. 질문과 더불어 지금 이 순간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말을 통해 마음을 말하는-를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마음을 여행하는 게임이다. 20년의 인연의 강을 거슬러 가 서로의 삶을 추억하고, 현재의 엿보기도 하고, 10년 후의 지금 이맘때 쯤의 우리를 그려보기도 하고, 함께 한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