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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전보다 순해졌다 (에밀리 디킨슨 4)

아침이 전보다 순해졌다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아침이 전보다 순해졌다 - 밤들은 점점 밤색이 되어가고 - 산 열매 빰은 더 포동포동하고 - 장미는 외유 중이다 단풍은 화사한 스카프 걸치고 - 붉은 드레스 차려입은 들판 - 구식 차림 안 되려면 나도 뭐든 액세서리 하나 해야 겠다 : 순하다-고분고분하고 부드럽다-. 순두부는 좋아하는데, 순하게 살 수 없었다. 아침이 전보다 독해졌다. 천변은 꽁꽁 얼어가고, 몇 일째 강추위가 계속되고 천둥오리는 외유 중이다. 거리엔 온통 검은색 롱패딩, 나도 너도 구식차림

마음에는 문이 많아 (에밀리 디킨슨 3)

마음에는 문이 많아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마음에는 문이 많아 - 나는 그저 노크할 뿐 - 혹시라도 달콤한 “들어오세요” 들릴까 귀를 쫑긋하고 있을 수 밖에 - 퇴짜 맞더라도 슬프지 않아 내겐 늘 있는 일이니까 어딘가, 거기 존재하는 지존 : 50이 지나, 삶이라 껍질을 벗기고 보니, 슬픔이라는 속살이 자주 드러난다. 슬픔은 어쩌면 인생의 가장 가까운 친구일지도, 그 친구가 예전만큼 슬프지 않다. 인생은 늘 슬픈 일이 있으니까 어딘가, 거기 존재하는 지존 슬픔이여. 지존의 원문을 살펴보니 ‘supremacy’ 였다. 최고, 우월, 우위. 지존 이라는 뜻인데.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어제는 에밀리 디킨슨의 2번째 시집-을 읽었다. 시집 첫장을 펼치니, 에밀리 디킨슨이 평론가 히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