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존재하기/달리기와 존재하기

달리기와 존재하기 25 : 마음에 필요한 고어자켓

지산22 2021. 1. 31. 12:11

20210130

달리기와 존재하기 25 : 마음에 필요한 고어자켓

 

오늘 총10.79k 2021년 달리기 70.78k (221-28일 비대면 6번하프대회도전)

129일 금 자전거타기 1시간

130일 토요일 날씨 : 구름낀 다소 강한 찬바람 51-230

복장 : 고어텍스 자켓과 집업티, 러닝레깅스, 장갑, 모자, 선글라스,

코스 : 산천천변(삼천교-신평교-원당교-신평교-삼천교-) 15K

기록 : 10.79K (1:23:21 07'43''/ 05'45'')

 

바람이 차다. 휴일의 느긋함이 찬공기에 주춤, 천변의 산책족들이 사라졌다. 지난주의 화사한 천변족들의 오렌지 맛이 날것 같은 발랄함과 경쾌함이 그리운 날이다. 오늘따라 창밖에서 모악산도 구름에 가려 뚱한 모습이다. 구름낀 흐린 날씨, 찬바람에 체감온도가 더 낮다. 어제 입었던 고어텍스자켓을 입고 달려야 겠다. 전주에 내려와서 이동수단을 자전거를 자주 이용한다. 대중교통인 버스 배치시간의 간격이 넓고 그 넓은 만큼 거치는 정거장도 많다. 가끔 버스를 이용하는 날이면 인내심만큼 분노와 짜증게이지도 동반된다. 어쩔 땐 서울의 지하철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대도시의 속도와 소비중심의 생활방식을 벗어나고자 전주로 내려왔는데. 편리함이라는 몸에 밴 익숙함으로 여전히 불평하고 불만족한 삶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다소 줄어 들었던 자가용 이용자도 조금씩 늘고 감염의 영향으로 인해 이전보다 자가용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타는 대신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면 헬스장을 별도로 이용하지 않아도 지구와 함께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자원도 아끼고 오염도 줄이고 기후위기대응도 함께말이다.

어젠 저녁까지 약속이 있어, 고어텍스 자켓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주는 소도시라 자전거로 왕복 1시간 또는 1시간 반 정도이면 어느 곳이든 이동이 가능하다. 천변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면 좋겠지만 도심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리와 동선을 고려하면 보행자도로와 겸해있는 자전거 도로를 주로 이용하게 된다. 혼잡한 보행자도로와 상가의 펼쳐 놓은 마대, 보도 턱으로 자전거도로는 전시용이 아닌가 한탄하게 된다. 맘껏 먹으라 해 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이 한두가지 뿐이고 그것도 비빔밥이라 선택의 여지도 없어 배고파서 먹는다는 심정이다. 차리리 늦은 밤, 구즌 날씨에 자전거 타기가 더 좋은 편이다. 천변도 보행자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구분되어 있으나, 지켜지지 않는다. 그럼 러너는 달리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하나 ? 라이더가 되어 자전거를 타고 천변을 달릴 때는 천변산책족들을 원망한다. 한글을 읽지 못하나 ? 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여 2-3명씩 길을 막고 걸어가나 ? 러너가 되어 달릴 때는 산책족으로 인해 달리는 속도와 장애물이 많아 자전거 도로를 달리게 된다. 더욱이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가 합쳐지는 구간이 많아 산책족들 입장에서 보면 라이더와 러너들은 속도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은 라이더도 산책족도 구즌 날씨에 사라져, 맘 놓고 달릴 수 있는 날인 셈이다. 단 찬바람과 함께 해야 하는 난제.

찬바람과 눈비를 부르는 날씨에 고어택스 자켓을 어제부터 입고 천변 러닝까지 하고 있다. 고어자켓은 비바람을 막는 성능은 좋으나 서뜬서뜬한 찬느낌과 함께 소리가 요란하다. 바람과 싸우는 소리같다고나 할까 ? 바람 앞에 어설픈 힘자랑하는 초보무사 ?. 바람한점 들여보내지 않는 내 고어자켓은 성능이 너무 뛰어나 탈이다. 희박한 공기와 험난한 고산 원정이나 동계훈련, 빙벽을 오를 때 강추위에서나 필요하지 한국의 산이나 특히 천변에서는 과하다. 가끔 천변족들의 지나친 고어사랑, 평상복처럼 입고 등산복, 기능족들을 보면 뜨악한다. 8000미터 고산 -30이상의 강추위와 바람을 막는 고가의 기능성 고어자켓을 평지 천변, 체감온도 영하1도 미만 겨울에 시장에 거리에 입고 다니는 편리함 자원낭비의 아이러니. 천변의 고어자켓족 러너가 되어 달리게 된 날이다. 고어자켓은 눈비바람은 막고 땀은 배출하게 설계가 되어 있지만 자켓 안쪽 고어 필름의 기능에 따라 성능따르며, 그만큼 보관과 사용에 따라 수명이 영향을 미친다. 뭐니뭐니해도 날씨변동이 심할 때, 비상시에 필요한 든든한 의류인 셈이다. 활동시 땀 배출을 위해 겨드랑이 안쪽의 지퍼를 이용하면 나름 쾌적하게 운동할 수 있다.

 

구즌날씨에 달리니, 역경을 헤치고 뭔가 절박한 삶의 한 장면이 펼쳐질 것같은 장거리 주자가 된 것 같다. 10k의 단거리를 뛰며 50이라는 나이의 반환점을 돌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거리 레이스를 뛰고 있다. 50레이스의 반환점을 방금 돌았는데, 어두운 하늘에 구름낀 생의 어두운 무게, 찬바람이 불고 삶이 하루하루가 뭐하나 뚜렷하지 않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 고단함과 불확실한 구간의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걸까 ? 생은 오늘 살아있다는 것으로 지금 달리고 있다는 것만이 진실인가 ? 기쁨도 절망도 희망도 살아있다는 것이 생의 진실인가보다. 생의 슬픔과 피로가 함께 달리는 구간의 레이스 그런데도 권여선의 소설처럼 아직멀었다는 말’. 그럼에도 생의 진실은 달릴 수 있을 때 오늘을 기뻐하라. 소중한 것을 잃고 놓치고 슬퍼하고 지나면 후회하는 날이니. 50의 반환점은 잃고 놓치고 슬퍼하고 후회하는 레이스가 함께 달린다. 든든한 고어자켓을 입고 달려야 하는데 ...

 

달리기에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와 기쁨과 두려움이 모두 들어 있다. 우리는 두려울 때도 달리고 기쁨에 취해서도 달리며 문제에 도망치려고 달리고 즐거움을 찾아서도 달린다. 상황이 나빠지면 사람들은 더 많이 달린다

- 크리스토퍼 맥두걸의 본투런중에서

 

2월 비대면 달리기대회를 접수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