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존재하기/달리기와 존재하기

달리기와 존재하기21 : 운동화 끈을 묶고, 다시 달리는 거지.

지산22 2021. 1. 17. 22:51

달리기와 존재하기21 : 운동화 끈을 묶고, 다시 달리는 거지.

 

이번주 러닝 총 14k

114일 목요일 자전거타기 1시간 /요가 1시간

15일 금요일 러닝 14k/ 요가 1시간

16일 토요일 축구대신 댄스체험 90

 

마지막 러닝일지 기록이 2020121210K러닝이었다. 부끄럽게도 나약한 의지와 코로나와 강추위를 핑계삼아 삶을 유예하고 달리기와 멀어졌다. 12월부터 주말 축구연습마저 하지 못하게 되자 방안에서 세월을 탕진하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달리기가 멀어지자 축구도 요가도 자전거타기도 사라졌다. 달리지 않는/못하는 온갖 핑계만큼 자책과 후회의 생각들에 갇히고, 나만의 광기가 슬슬 도지고, 활기를 잃어간다.

 

달리기는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머릿속을 비우고 쉬며 광기를 잠재우는 곳이다

(레이첼 앤 컬런의 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중에서)

 

이럴 땐 무작정 달려야 한다. 달리기는 앞으로 전진하니, 그간의 달리지 못한 날들은 되돌아보지 않고 오늘부터라도 달리면 된다고 운동화끈을 묶는다. 오랜만에 강추위가 풀리고 눈이 녹은 천변의 햇살은 나를 유혹한다. 달리는 여자가 되라고.

지난주 강추위에 천변이 얼고, 전주에는 눈이 많이 왔었는데, 포근한 날씨에 눈이 녹듯이 오랜만에 잔뜩 움츠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얼굴도 녹는다. 오랜만에 풀린 날씨만큼 산책하는 사람들, 함께 달리는 강쥐들이 정겹다. 천변의 청둥오리들이 따뜻한 햇살에 나른하게 졸고 있다.

그래 다시 달리는 거야,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기의 마약은 달리자마자 시작된다. 특히 쉬었다가 달리기 시작하면, 달리기자체가 주었던 기쁨이 되살아나고 지금 이순간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충만함이 초반 레이스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린다. 초반의 흥분된 빠른 스피드는 지나칠 경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있다.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하려면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속도만 내지 않는다면 2-3주 정도 달리기를 쉬었다가 달릴 경우, 그동안 몸의 에너지가 축적되어 장거리 달리기가 잘 되기도 한다. 가볍게 바람막이만 입고 달려 몸도 가볍다. 장갑을 낄까말까고민하다 놓고 나오길 잘 한 것 같다. 최대한 복장을 가볍게 했다. 한가로운 겨울 평화로운 들녘을 지나 3k지점 신평교다. 오른쪽으로 모악산이 손짓한다. 잘 왔다고. 장거리달리기는 숨이 차지않도록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달릴 수 있는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의 장거리는 긴시간 동안 천천히 먼거리를 달려 지구력을 높이는 트레이닝이 필수 인데, LSD(Long slow distance) 거리와 속도보다는 최대한 오래 달리는 연습이다. 하프코스는 2시간 풀코스는 4시간 이상이 소요되니 말이다. 오늘은 시간과 속도에 구애받지 말고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자.

작년 2월부터 전국의 마라톤 대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마라톤대회는 나같은 초보자들에겐 적절한 동기부여와 성취욕을 주고 달리기의 기쁨과 훈련을 배가시키는데. 코로나로 인해 대회가 무산되어 아쉬움이 크다. 온라인으로 열리는 대회(달리기앱)라도 신청해야 하나? 아님 달리기 파트너라도 구해야 하나? 6K 지점 반환점 원당교다. 다리가 슬슬 무겁다. 오랜만에 달려서인서 오른쪽 허리가 아프다. 이렇게 달리다보면 내몸이 전해주는 생생한 신호를 전달받고 달리지 않았던 나를 반성하곤 한다. 몸은 정직하다. 다리통증은 운동부족이요, 허리통증은 실내에서 먹고 자는 긴시간으로 탕진한 만큼 되돌아온다. 다시 8K 지점 신평교다. 오랜만에 모악산을 배경으로 달리기 인증샷을 찍어본다. 모악산 아래 천변의 겨울 오후는 한가롭고 달리는 만큼 내 마음의 광기도 조금씩 가라앉는다. 14K 달리기 완료.

 

나는 달리기를 사랑한다. 힘들어질때마다 달리기로 돌아간다. 좋을 때는 달리기와 함께 축하한다. ” (레이첼 앤 컬런의 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중에서)

 

꿈을 현실로 바꾸는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는 날. 6번째 레이스는 꿈꾸며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