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존재하기/달리기와 존재하기

달리기와 존재하기 10: 운동과 날씨-인간 청개구리의 심보와 비바람 레이스

지산22 2020. 7. 20. 08:58

 

 운동과 날씨: 인간 청개구리의 심보와 비바람 레이스

 

이번주 러닝 총 k 37k

71414k 아침러닝

71611k 아침레이닝러닝

717일 자전거 타기 1시간

71912k 나이트러닝

 

지금 시간이 일요일 저녁 520분을 지나고 있다. 천변에 비바람이 불고 있다. 베란다에 천장에 매달아 놓은 드림캠쳐가 빙글빙글, 드림켑처 끝에 달린 깃털이 티벳룽다깃발처럼 흔들린다. 룽다는 바람 이라는 뜻인데, 신에게 기도하고 소원을 비는 청백녹적황색의 깃발처럼 일상의 안녕과 평화를 바람에 전할까 ? 이번주 내내 긴 장마로 비가 잦았다. 게으른 목수가 연장탓 하듯, 어설픈 러너가 날씨탓한다. 달리고 싶을 때는 비가 오고, 날씨가 좋을 때 달리기를 미루는 청개구리 심보 맘보라고 할까 ? 동화 책속에 청개구리는 모든 것은 거꾸로 하는 존재로 우리의 머리 속에 들어있지만 실제 청개구리는 거짓없이 자연환경에 투명하게 순응, 반영하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한다. 인간이란 존재가 청개구리를 핑계 삼아 인간의 나약함을 위로 받는다. 미안하다. 청개구리야 너의 종 이름과 존재를 빌려 비올 때 마다 욕보여....

 

주말은 장거리러닝을 해야 하는데.... 비가올듯말듯해서 달려나가지 못하고, 또 하나의 이유는 밥먹은지 1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은지 최소 1-2시간이 지나 뛰어야 한다. 매번 달리기를 할 때, 속을 적당히 비워야 하는 것과 나처럼 탄수화물 중독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사람은 적절한 에너지원의 공급과 균형이 미천한 실력에 경기력을 감안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 작년 여름 김포 마라톤대회 출전시 1시간전에 먹은 바나나와 냉커피가 복통을 일으켜 경기중 화장실을 5번이나 갔었다. 레이스에 준비된 화장실은 다 거쳐간 듯하다. 돌이켜 회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 당시 나에겐 최고 난이도 장애물 경주였던셈이다.

 

비올 확률 30%. 등산과 클라이밍을 할 때도 날씨의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데, 날씨를 핑계삼아 산행과 등반약속을 지키지 않게 되는데, 특히 팀으로 이루어지는 등반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산행과 등반을 하다보면 조금씩 자신만의 원칙이 하나 둘 생기는데, 나에게 날씨와 관련된 원칙 중 하나가 팀별로 하는 산행/등반 약속을 먼저 거절하거나 어기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날씨란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 예측 불가능성이 새로운 모험과 도전 결과를 주니까 말이다. 지금 비가 온다 하더라도 막상 산행 출발시에는 맑아지기도 반대로 흐려지도 하니 마음을 비우고 우천시를 대비하며 즐거움 마음으로 출발하자 가 내 자신과의 약속이었는데... 마라톤의 팀운동이 아니라 철저히 1인 운동이니 그만큼 자유로운 만큼 날씨와 더불어 온갖 핑계로 나태와 나약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심지어 비가 오면 쬐끔 기쁘기도 하다. 안되겠다. 지금이라도 뛰고 와야겠다. 목요일에 비를 맞고 들어왔는데 비밖에 더 맞겠는가 ? 시원하게 달리다가 비와 함께 오자.

 

비바람이 심한데 넘넘 시원하다. 천변을 가르는 바람이 온몸으로 부딛쳐온다. 온몸으로 여름을 가르고 달린다고 할까 ? 기분 좋다. 마치 내 몸이 바다한가운데를 운행하는 작은 돛단배의 돛이 된 것 같다. 돛단배는 바람을 타고 가야 순응하는데 돛이된 나의 몸은 바람과 역행하며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천변이라 다행이지 바다였다면 벌써 침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긴 천변레이스 여름바람바다에 침몰하니 시원하다. 여기에 비라도 내리치면 바로 얼굴로 온몸에 쏟아부으면 바다속 한가운데 비장한 탈출기가 되는 것이다. 공상의 나래를 펼치며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비는 오지 않는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여름 들녘의 벼들이 파도가 되어 움직인다. 저멀리 모악산이 보인다. 비구름이 가득이다. 비를 피하겠다고 빨리 달린다면 오버페이스고 나는 나만의 페이스로 바람과 만약 온다면 비를 친구 삼아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우산을 들고 비를 대비하고 걷는 사람들사이로 가볍게 달려 나간다. 원당교 6k로 반환점이다. 시커먼 회색의 비구름은 점점 커지고 모악산이 가까워졌다. 천변의 파문, 수면의 이는 물결이 바람에 춤을 춘다. 천변의 백로들이 날아 다니고 나는 비바람레이스에 달리고 있다.

시원하게 달리고 돌아왔다. 결국 비는 오지 않았다.

 

수요조찬 북클럽 - 작은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월 여성작가를 선정하여 그녀들의 단편을 읽고 나누는 독서모임이다. 8월의 작가 김금희, 그녀의 작품 중 2편을 선정하기 위해 그녀의 작품들을 읽고 있다. 김금희 작품 중 마지막 이기성(2019)’속에 나오는 문장이다.

 

피하고 싶은 마음과 마주보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 채 초초하게 손을 맞 잡았다

 

피하고 싶은 마음과 마주보고 싶은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는 것, 초초하게가 아니라 기쁘게 또는 후련하게 손을 맞 잡을 수 있는 것이 달리기다. 특히 비가 올듯말듯할 때 운동화를 신고 달려나가자. 비는 결국 오지 않으니까 ? 오면 좀 어떤가 ? 여름밤인데, 시원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