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존재하기 8. 우중소요와 달리기
• 이번주 러닝 총 30k
월 6월 29일 8k 천변 우중소요
수 7월 1일 10k 아침 러닝
목 7월 2일 8k 아침 러닝, 12k모악산 우중소용(코로나로 일정취소)
토 7월 3일 14k 천변 우중소요
일 7월 5일 12k 나이트 러닝
소도시 전주에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대도시의 삶과 인연에 이별을 고하듯 흩어지는 땀으로 나의 40대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다. 달리기 3년차다. 달리기 시작한지 6개월만에 의욕과 자만의 나물에 무지라는 장에 비벼 첫대회에 나갔다. 결과는 달리기 2년차 근 1년을 부상으로 재활을 했다. (러너에게 포기란 없단다. 그런데 포기했어야 했다) 꼴찌에서 3등으로 완주를 했으나 부상 오른쪽 대퇴부 파열이었다. 3개월을 걷지 못했고, 6개월을 달리지 못했다. 나의 자만의 출발은 10년을 등산과 클라이머로 실이온 경험의 무지였다. 러닝은 또 다른 운동이었고, 새로운 몸을 원했다. 달리기의 새로운 몸, 적합한 몸 러너의 출발점에 이제야 서게 되었다. 첫대회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꼴지들의 완주라고나 할까 ?
⁕꼴지에서 3등인 나 여성/ 40대 후반/ 대회 경험없는(무지-대회전날까지 연습함) 6개월차 초보러너 ⇰ 대회 경주 안내차량과 함께 결승점에 들어온다.
⁕꼴지에서 2등인 너 남성(지체)장애인/ 20대/ 3번의 대회 경험있는 2년차 (페이스메이커 있음)⇰ 대회 안전(차량통제)을 위한 경찰차량과 함께 결승점에 들어온다.
⁕ 꼴지 그 남성/ 70대/ 대회경험 있으나 완주경험이 없는 오랜 훈련을 준비한 초보러너
⇰ 엠블란서 차량과 함께 결승점에 들어온다.
달리기의 약자들 여성, 장애, 노인들.... 완주를 하고 주저 앉았다. 대회는 끝나고 사람들을 가버렸고 꼴찌들은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마지막까지 포기 하지 않았다. 지금돌아보니 이렇게 무식, 무대포 일 수가 없었다.
클라이밍 할 때도 추락해 뼈가 부러지는 것보다 산에 가지 못하고 바위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 더 힘들었었다. 걷지 못하는 비애라니, 상체보다 하체가 튼튼한 나인데 그중에서 오른쪽 허벅지를 걷기의 엔진이라 그렇게 믿었는데 오른쪽 다리가 날 배신하다니... 별별 원망을 다했다. 걷지도 못하는데 달리지 못하니 나의 인내심에 또 한번 좌절하고 50을 바라보는 내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벚꽃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재활 중 걷기와 달리기를 위한 재활을 핑계로 자전거 타기도 했었다. 자전거를 타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자전거를 친구삼아 재활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재활, 고난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내몸에 순응하며 달리기의 순수한 즐거움과 기쁨, 충만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재활 후 풀마라톤의 욕심을 버리고 즐기는 하프코스부터 다시 도전하기 시작했다. 2년차부터는 4번의 마라톤대회를 나갔다. 지역의 마라톤대회를 핑계삼아 마라톤여행을 하면서 한강, 김포, 속초, 담양 마라톤까지 달리는 생의 충만함을 누렸다.
마라톤 3년차 2020년 2월. 으악 코로나다.
6번째 3월 정읍동학마라톤대회가 취소되었다. 집에 배달 온 기념품은 울금짱아찌라니 ... 4,5,6월 마라톤 대회가 다 꽝! 꽝 ! 취소, 연기, 우려.... 일일 게으름과 달리기의 유혹과 가쁨속에 5월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주3일 달리기 그리고 주말은 하루는 LSD(장거리 러닝)
즉 1주일에 42.195는 꼭 달리기(물론 합산해서)해보자⁓
고로 이번주는 목표달성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비가오는 날이 많아 우중소요와 산책을 했다. 나는 매일 나를 용서한다. 이번주 천변러너는 우중소요와 러닝의 적절한 비빔밥.
천변러닝의 한 장면을 떠올려본다.
천변은 지금 노란 금계국과 구름같은 흰 개망초가 지천이다. 러닝 출발점과 결승점마다 양옆의 꽃사래 박수가 장관이다. 바람에 스치며 흩어지는 나의 생의 하루가, 찰나가 지나간다. 지나가는 나의 생과 함꼐 달린다. 땀흘린 만큼 개운해 지는 나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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