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reading /소설읽는 밤

sf 소설 2 : 구병모의 미러리즘

지산22 2020. 2. 4. 15:54


20202월 4

구병모의 미러리즘 (2016/ 현대문학 )

                                                        단하나의 문장 (2018/ 문학동네) 8편 중 123-158

 

병원응급실에서 원인모를 주사테러가 행해진다. 치사량의 호르몬제 혼합 약물로 인한 성별의 변이(급격한 여성화)가 도시의 불특정 남성들을 대상으로 일어난다. 주인공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는 회식중 쓰러지고 간헐적이고 불규칙한 테러리즘의 8번째 희생자가 된다. 피해자는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고 누가 테러를 하는지, 테러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추측이 떠돈다. 남성들을 증오하는 여성집단이라는 둥, 남성들이 군사력을 줄이기 위한 외국발 비밀 실험이라는 음모론 설이 나오나 어느 것도 테러와 직접적인 관계를 포착하기는 어려웠다. 회사원은 병원측을 상대로 변호사와 함께 피해보상을 준비하고 왜 하필 자신이 희생자인지 분노하며 의문에 휩싸인다. 한편 변이로 인해 4년 교제한 애인과 헤어지고 회사에서는 좌천되고 경쟁자 김팀장으로부터 수모와 멸시, 조롱과 폭력을 받게 된다. 그동안 여성을 위해 자신이 했던 일을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이야기하며 자신은 생물학적 응징을 당할 만큼 여성에게 악의적으로 한적이 없다고 억울해 한다. 그러나 자신이 남성으로 살면서 체감하지 못하는 여성의 (차별)현실과 남성들이 누리는 특권의 및낮을 직면하게 된다. 과거애인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이제까지 당연하게 누렸던 남성으로서의 특권(권력)을 박탈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약물을 얻는 헤어진 기자애인이 그에게 약물을 전달한다. 그러나 전해받은 약물이 성분이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다. ? 진짜 그 약인지는 알 수가 없다.

 

미러리즘은 제목만큼 불특정대상의 남성이(누구에게나 상관없이 무차별로 이루어져-테러리즘)여성들의 몸이 되어 세상(남성-김팀장과 같은 사람들에 의해 수모와 멸시, 조롱과 폭력)과 자신을 비춰보게 되는 설정이다. 아무리 말해도 남성들이 듣지 않으니, 알지 못하니(무지 자체가 권력) 몸을 바꿔 체화할 수 밖에 없는 설정으로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페미사이드의 여성의 몸,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가부장제 젠더(남성)에 기반한 무차별적 폭력의 희생자가 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 가부장제 남성권력/폭력은 무한복제되어 맺히는 전염병 같은 왜상을 지속, 반복한다.

 

소설속의 테러의 피해자가 된 남성이 여자친구의 대화에서 일상적인 (남성으로서 특권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억울해 할 때(152)와 그런 일상적인 남성권력에 대한 무지를 꼽는 여자친구 한 말(154)이 인상적이다.

 

152-153

애당초 난 무얼 잘못해서 이렇게(변이:여성화된 몸) 된 걸까? ... 왜 김팀장같은 새끼 놔두고 하필 내가 .... 내가 그동안 그녀를 비롯한 여성들을 대함에 꽤 모범벅 믿어 의심치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여자들이 원하더라도 술에 취한 사람은 손대지 않았다. 아이돌 몰카 동영상 같은 거? 그래, 그거 좀 친구들끼리 구워보고 돌려보고 품평했다. 직접찍어 돌린 것도 아니고 출처모를 거 받아다가 돌렸는데 그정도도 안하는 남자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큰소리고 술집에서 이야기 하는 중)...말끝마다 여자가 같은 소리도 팀원들에게 습관적으로 뱉어본 적 없어, 치마길이에 핀잔 준적도 없고, 회식 때 술 쏟아부어서 닦아 준 것 외에 무릎에 손대본 적도 없고.....그만한 일이라도 뭐 확 저질렀어야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것 같아서. 클라이언트의 빈잔에 술 좀 따라드리라고 눈치 줬던 거? 사회생활하면서 그 정도도 안하나? 운동 좀 하고 살 빼라고 핀잔 줬던 거? 그 친구가 하도 자기가 쪘다 어쩌나 망했다 노래를 부르기에 듣기 싫어서 한마디 했을 뿐인데 그것도 내탓이야? 월차를 그리 자주 낼 바엔 휴직하라고 권한 거 ? 아픈애 친정에 맡겨놓고 하루 두세시간씩... 복도나가서 ....전화 받으면 다른 팀원들이 그 빠진 만큼 고생하니까 팀장으로 당연한 조치였다고....그럼에도 내가 가벼운 비난을 넘은 생물학적 응징을 받을 만큼 죄질이 나빴던 적 없다....”

 

여자친구왈 (154)

나는 정말로 세상 모든 여자들을.... 뭐 알고 지내온 동안 네가 평타 이상 치는 사람이었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말이야, 그건 이 사회가 말하는 평타의 허들이 워낙 낮아서가 아닐까. 너 나름대로 퍽 준수하다고 여겼던 그거, 옵션 아니고 기존인 건 알지 ? 그거 인정받고 싶니 ? ”

 

그리고 피해자가 되는 건 반드시 그럴 만한 일을 해서가 아니야. 내가 삼십오년간 너희 김팀장 같은 마수에 얼마나 자주 노출되었는지 너는 상상못할걸, 아니 이제 짐작이 가능하려나. 네가 가졌으면서도 호흡만큼이나 당연한 까닭에 가진 줄도 몰랐던 반푼어치 권력을 박탈 당하고나서야 비로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