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30일
아고타 크리스토퍼의
문맹(2004)/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1986)/ 어제(1995)을 읽고 한참지나서...
위의 아고타의 책은 전주에 내려와 참여한 나의 첫 번째 소설읽기 비비북클럽의 2020년 1-2월 선정도서였다. 월2회 참여하는 소설읽기 북클럽인데 매년 6명의 작가들의 주요작품 3권씩의 소설을 선정하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독서모임이다.
오랫동안 나의 리딩의 습관은 책을 주제에 따라 편식을 했고 그 중에서 소설을 카레속의 당근이나 국속의 파처럼 싫어해 읽지 않았다. 소설을 주로 읽게된 것, 읽어야겠다고 골고루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도 40대 이후였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난 30대까진 내가 원하는 세상과 사람들만을 함께하려고 했던 것 같고, 40대 이후는 원하지 않아도 이해해야만 하고 함께할 수밖에 없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소설읽기가 공감과 소통을 위한 소심한 접근이 아니었나 싶다.
1. 문맹(2004) (백수린 역‧2018/ 한겨레출판사, 128쪽)
먼저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퍼는 헝가리출신의 작가로 2차세계 대전의 영향으로 스위스로 망명해 (헝가리어)모국어를 리고 그녀의 표현대로 한다면 프랑스어 ‘적어 敵語’를 배워 글쓰기라는 치열한 생존을 위한 전쟁을 겪었다. 그 전쟁과 생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서전적소설이 바로 ‘문맹’이다.
문맹은 단편같은 짧은 소설이지만 작가로서 그녀만의 글쓰기-감정을 배제한 지독히도 건조한 문체, 참혹한 부조리의 현실과 비정한 인간사도 담담한 현실로 한줄한줄 짧고 단순(생존을 위한 꼭 필요한 소통단어?로만)하게 그런데도 깊은 파문이 이는-와 자서전적 삶을 그려내고 있다. 2020년 새해, 두 번의 태양이 뜬날 읽고 나를 반성하고 ‘쓰기’라는 새해다짐을 하게 한 책이다.
아고타는 4살때부터 글을 읽고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병적일 만큼 독서라는 치유되지 않는 질병에 걸린 어린시절부터, 스위스로 망명해 자신이 모국어를 잃고 문맹이 되어야 해던 시절, 난민/이방인으로 생존을 위해 시계공장노동자로서의 힘든 삶속에서도 규칙적인 시계음에 맞춰 시를 쓰고, 다시 프랑스어를 배워 소설을 쓰고 작가가 되기까지 언어에 대한 고뇌와 글쓰기의 갈망이 담긴 삶에 대한 기록이다.
나의읽기와 쓰기에 대한 고뇌의 갈망은 ? 고뇌와 갈망보다는 읽기에 대한 쾌락과 게으름, 쓰기의 나약함과 무력감, 모국어로 읽고 쓸 수 있는 자유와 행복을 왜 누리지 못하는가 ? 부끄러움과 나태함.... 정말 불행해져야만 글을 쓸까 ? 고통을 견디기 위하 해결책이 글쓰기라는데 왜 나는 글을 쓰지 않는가 ? 말이다. 쓰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읽기는 게으름이라는 쾌락되어 버렸다. 20일이 지나 겨우 쾌락의 늪에 한발을 빠져나와 지금 자판을 누드리고 있다. 고통스러운가 ? 하고 나에게 자문해본다. 헛웃음이 나오네.
참 소설속의 소제목들이 아고타의 삶의 기록이었는데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삶의 목차를 보면서 덕분에 나의 삶의 여정을 언어로 표현해 보았다.
노을과 할머니/ 기차 ‧ 오전반 오후반/ 롯데리아/ 해방처녀/ 여성운동과 연인/ 동물가족/쓸모없음과 어중간함/ 달리기와 존재하기 / ?
2.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1986) (까치/ 2014 560쪽 )
이책은 40여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3부작 소설로 5년에 걸져 쓴 그녀의 작품들이다.
제1부가 비밀노트(1986) 전쟁 후 국경근처 할머니집으로 피난을 간 쌍둥이 형제이야기
제2부가 타인의 증거(1988) 성장한 쌍둥이 클라우스와 루카스 이별과 루카스의 실종 이야기
제3부가 50년간의 고독 (1991) 죽음을 앞두고 쌍둥이 형제의 재회와 죽음에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
이 소설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헝가리가 배경이다. 실제로 작가는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접한 헝가리의 시골마을에서 자랐는데, 아버지는 전쟁에 동원되고 이에 어머니는 채소와 가축을 기르고 작가는 오빠와 남동생과 함께 독일군과 소련군의 시체와 더불어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책은 쉽게 막힘없이 쉽게 읽힌다. 그러나 힘들었다. 단어와 단어사이 문장과 문장사이 보이지 않지만 참혹한 전쟁인 남긴 역사와 삶(전쟁과 폭력, 수간, 강간과 윤간, 동성애, 도둑질, 협박, 살인 법과 질서의 부재 등등)의 수레바퀴 인간이라는 존재의 슬픔과 고통, 비참과 허무, 행복과 희망, 절망 등이 원시적이고 날 것으로 떠올라 읽고 난 뒤의 후폭풍이 인다. 소설보다 더 디스토피아가 실제 과거와 현실에 있으니말이다. 수잔나 타마로의 말처럼 지옥에는 악마들이 없다 모두다 지상에 존재하니 말이다. 우화같은 갑갑한 진실
은희경작가는 아고타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두고 그녀는 정확하고 건조하게. 새롭 않은 것을 새롭게 그리는 작가라고 했다. 아고타의 (형용사와 부사의 부재) 감정이 없는 담담한 문장. 있는 그대로의 것들, 본 것들, 들은 것들, 한 일들만 정확성과 객관성 사실에 충실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1부 비밀노트는 9세 쌍둥이 형제의 눈으로 본 괴기한 현실, 전쟁이라는 참혹한 사건에 인간/존재들이 어떻게 절망하고 살기위해 최악을 연습하며 생존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모든행동을 노트에 기록한다. 전쟁을 피해 대도시에서 할머니집으로 피난을 온 쌍둥이 형제, 악만 남은 사람들의 세상에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폭력과 거짓말, 살인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고, 강제수용소에서는 사람들이 불타죽고 형제를 데리러 온 엄마는 폭격으로 죽고 쌍둥이 형제는 엄마의 해골을 방에 걸어두고, 아빠는 지뢰를 밟고 죽고 쌍둥이 형제 중 한명만 국경을 넘는다.
제2부 타인의 증거는 국경을 넘지 않고 남은 쌍둥이 중 한면 루카스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쌍둥이 형제와 이별한 루카스는 무기력에 빠져 지내다 서점주인 빅토르를 통해 페테르를 알게 되고 야스민을 만나고 마티아스 곱추아이와 돌보며 함께 살게 된다. 그러던 중 남편의 억울한 죽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도서관 직원 클라라에 집착하며 그녀의 집을 매일 방문하고 그녀를 통해 금지된 다양한 책을 읽게 된다. 클라라는 떠나고 글을 쓰기 위해 빅토르 서점주인은 여동생이 있는 고향으로 떠나게되고 루카스는 마티어스와 함께 서점을 운영하게 된다. 앞집의 불면증 환자 미카엘과 주디트, 아그네스와 레오니숙모, 빅토르의 살인 등 15-30세 루카스의 실종되기 전까지 루카스가 써놓은 노트 이야기다. 실종 후 루카스의 형제 클라우스는 루카스의 노트를 읽게된다.
제3부 50년간의 고독은 망상 공상같은 거짓말이었나 ? 조금 아리까리 했다. 클라우스의 이야기로 되는데 그는 죽음을 앞두고 루카스를 찾아 어릴 적 마을로 돌아온다. 루카스도 쌍둥이 형제를 기다렸다. 그러나 쌍둥이 형제는 서로를 부인하고 어릴 적 할머니집에 분명히 혼자 였고 힘들고 침혹한 현실과 절망과 외로움이 쌍둥이라는 우리라는 존재의 거짓말이 만들어졌나 ? 마치 헷갈려서 1부의 쌍둥이이야기가 거짓말 같다.
아고타 크리스토퍼가 문맹을 떨치고 프랑스어를 배워 이 소설을 쓰기까지 쓰기와 작가로서의 갈망과 숙명이 곧곧이 들어난다. 그리고 나에게 남는 문장들
302쪽
“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권의 책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 이건, 보잘 것 없는 책 이건, 그야 무슨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네 ”
“ ....종이 몇 장, 연필 한 자루, 지우개 한 개 그리고 커다란 노트를 사서 나의 첫 번째 거짓말을 적기 시작했다....”
394쪽
“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사실만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는 나 자신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얘기를 쓴다고 했다 ”
“ 기억은 희미해지고 고통은 줄어들고..... 내아내를 기억하지 그녀는 내인생의 기적이었어 ”
328쪽
“ 내가 당한 몸의 상처는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다른 사란들을 다치게 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게는 참을 수 없는 상처가 될 거야 ”
3. 어제(1995) ( 용경식 옮김/ 1997/ 문학동네)
나에게 박완서와 한국전쟁처럼 아고타 크리스토퍼와 2차세계대전이 작가의 세계와 작품의 배경을 만들어 준다. 어제도 전쟁으로 왜곡된 인생들-헝가리 망명자들의 암울하고 가혹한 삶을 메마르고 그녀만의 사실적인 문장으로 담담히 풀어낸다. 창녀의 자식이라 불리는 토비아스의 성장기. 토비아스가 상도르되어 공장노동자로 살아가며 어릴 때부터 꿈꾸는 희망 글을 쓰는 일과 사랑했던 기다리는 캐롤/린의 이야기 역시 주인공 토비아스를 통해 쓰기에 대한 집요한 질문과 사유로 인생을 답하는 소설. “누구를 위해 왜 쓰는가 ?” “작가는 많이 읽고 많이쓰고 아무것도 안해야 한다”
아고다 크리스토퍼 ‘문맹’의 목차가 자서전적인 인생의 소제목들을 나타냈다고 하면, 어제에서는 전쟁 망명자들의 참혹한 현실과 무력감을 목차에 담았다. 도망/ 거짓말/ 나는 생각한다/ 죽은 새/ 그들/ 비/ 항해자들 .....그들을 어떤 인생인가 ? 결국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욕조에서 동맥 자살을 하거나, 목매달아 죽거나, 오븐에 머리를 밀어 넣은 채 삶보다 죽음이 거 가까운 현실, 죽음보다 더한 현실이라니, 결국 토비아스도 꿈을 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는 다른 형태의 자살을 하며 끝을 맺는다. 맴도는 마지막 이야기
“ 내 아내 욜란드는 아주 모범적인 엄마다. 나는 여전히 시계공장에서 일한다...나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인상깊은 문장, 나의 필사노트의 한 쪽 귀퉁이에는
“ 무력감이 감정 중에 제일 무서운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없이 아무런 욕망도 없이 그저 맥주를 마지고 또 마시고 담배를 계속 피워대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
이렇게 적어놓았더라. 혹시 나는 무력감에 맥주와 담배대신 책으로 ‘읽기’만 하고 있지는 않나 ? 신년 아고타 크리스토퍼의 3작품 모두 나에게 쓰기/쓰지않는 삶에 대한 부끄러움과 나태함을 반성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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