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4 : 문목하- 돌이킬 수 있는 (2018/아작, 413쪽)
멋진 여성영웅은 누가하면 좋을까 ?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길을 돌아가면 된다고
재난/ 모험/ 탐험영화, 구원서사, 영웅서사, 천재이야기, 나를 아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징그러운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 등등이 나오면 니가 좋아하는 것 나온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왜 이런 영화를 좋아했을까 ? 재난과 위기의 사건과 참혹함보다는 재난이 인간에게 모험과 도전과 탐험을 선사하고, 그 도래하지 않는 상상의 여정속에 뛰어난/ 특별한 영웅천재가 살록홈즈처럼 해결, 구원하는 것말이다. 그만큼 인간의 나약함과 나의 찌질함에 반하는 능력자에 대한 갈망이 숨겨져 있나? 초능력자 주인공에 대한 흠모와 선망 그 시간만큼은 현실의 무능력한 나의 열등감에 위로가 되나 ?
무엇이 재난일까 ? 어떤 것으로부터 재난의 형상이 드러날까 ? 매일매일 반복될 것 같은 일상 - 오늘이 사라지는 것 ? 오늘이 없는 내일, 오늘과 다른 미래, 그 미래는 불확실하고 상상할 수 없는 만큼 끔찍하다. 인간이 당할 수 있는 고통과 절망의 예측할 수 없는 위기/재난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현실의 위기가 재난의 씨앗이 된다. 씨앗이 발아되어 삶을 파괴하고 그 파괴의 현장에 영웅/ 천재/ 초능력자들이 세계를 구원하며 희망을 만들어간다. 문목하 작가에 의해 탄생한 ‘돌이킬 수 있는’ 이야기. 그녀의 첫 번째 장편이다.
신입경찰 수사관 윤서리는 비원이라는 범죄조직을 건드리게 되고 이로인해 대형싱크홀 발생으로 폐쇄된 유령도시의 비밀을 알게 된다. 도심의 싱크홀로 인해 3만이상 정확한 숫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무너진 암흑 지옥과 같은 재난현장에서 살아나온 600여명의 생존자들은 초능력을 갖게 된다. 비밀리에 우주에서 온 물질의 실험장소였던 도시였고 그 물질로 인한 재난, 싱크홀의 밑바닥에 초능력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싱크홀귀환자-초능력자들은 무언가를 멈추거나(정지자), 돌려보내거나(귀환자), 터트리거나 부숴버리는(파쇄자) 힘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이 초능력의 또 다른 비밀은 초능력자 한명이 죽으면 죽은사람의 초능력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옮겨간다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의 죽음은 또 다른 생존자의 초능력-힘을 강하게 만드는 것. 사람들은 이들을 변종, 괴물들이라 취급하며 혐오한다. 국가는 모종의 싱크섹션(서형우)이라는 기관을 통해 비밀리에 생존자들을 제거, 말살하려는 작전을 수행 중이다. 한편 초능력을 가진 생존자들은 유령도시를 배경으로 경선산성과 비원으로 분열이 되어 살육전쟁을 한다. 생존자들의 전쟁을 지휘하는 싱크섹센은 두조직이 지속적으로 대립하여 공멸하도록, 추후 일망타진을 하기위해 내부첩자(두더지들)를 끊임없이 보내며 경선산성의 2대리더 정여준을 암살하기 위해 시도한다. 12년전 600여명의 생존자들을 싱크홀에서 이끌고 나온 이경선과 최주성을 통해 싱크홀의 최초의 생존자 윤서리(신가영)의 비밀이 밝혀진다. 윤서리는 2조직의 휴전, 평화, 공존을 꿈꾸는 정여준을 만나게된다. 시간 다루는 즉 되돌리는 초능력자 윤서리는 100년동안 시간을 무한반복하면서 현재를 바꾸려고 노력해왔다. 정여준을 살려 그를 통해 평화와 희망을 꿈꾸며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자신 스스로 비원의 수장이 되어 현재를 바꾸는 것으로 다시 시작한다. 두조직의 전쟁을 끝내고 새로운 희망, 미래를 돌이킬 수 있는 여정을 찾아가는.....“시간을 되돌리는 복원자가 그 희망을 놓아서야 되겠어? 잘못되면 다시 시도하면 되잖아.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길을 돌아가면 된다고”
‘돌이킬 수 없는’ 아니 ‘있는’ 책 제목은 ‘돌이킬 수 있는’ 인데, 자꾸 내입은 ‘없는’을 말한다. 헤갈리는 것일까 ?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현재는 돌이킬 수 없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일까 ? 윤서리처럼 수년동안 과거의 시간을 돌려 원하는 미래와 희망을 만들기보다는 돌이킬 수 없다고 믿나보다(의지박약인가?)우리의 영웅 윤서리의 말처럼 (싱크홀이 생기기도 전에 포기해 버리면)미래의 내가 화를 낸다고 희망이 부셔질때까지라니. 어떻게 윤서리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오랜시간 노력을 하고 반복적으로 되돌릴까? 미래에 닥쳐올 재난과 위기는 현재를 끊임없이 돌이킬 수 있으면 변화시킬 수 있다고 그 변치않는 신념과 사랑(애정)이란! 되돌려질때마다 지옥같은 과거의 고통을 반복해서 겪에 되는데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삶과 세상을 지켜주는 영웅이라니...복원의 힘은 그런 것일까 ? 윤서리를 통해 만나는 페미니즘과 sf가 만나는 세계는 돌봄과 복원의 힘인가 ? 여성영웅이 구원하는 세상과 사람들 작가가 그리는 현재와 미래를 돌이킬 수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이 생생히 살아나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현재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냐고... 돌이킬 수 있는 사람이냐고 ?
어릴 땐 (시간을) 정지하거나 순간이동하는 초능력을 공상하곤 했다. 책에선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보았을 3가지 초능력-정지자, 복원자, 파쇄자-이 등장한다. 안타깝게도 선택의 여지없이 3가지 초능력 중에 한사람이 한가지씩만 능력을 부여받는다. 싱크홀의 대형참사가 생존할 인간과 그에게 부여할 초능력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초능력을 둘러싼 인간들은 비원과 경선산성으로 통해 경쟁과 탐욕의 이기심, 무지와 배제와 혐오의 민낯을 드러낸다. 오랫동안 산을 다니면서 겪고 들었던 등반사고들이 생각났다. (고산과 거벽을 등반하는 사람들)등반에서의 삶과 죽음은 산 자체가 재난이 되어 버린다. 알고보면 등반사고(재난)의 원인은 인재와 예기치 않는 자연재해가 만나 일어나고 결국 살아있는 것, 살아남는 것이 가장 큰 능력이 된다. 산과 같은 지구라는 자연이 재난이 되어 등장하지만 그 씨앗은 결국 인간이 뿌린 것이다. 그러면 평화로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파멸의 시간을 정지, 파쇄, 복원하는자가 되어 돌이킬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 우리의 영웅 윤서리처럼 오랜세월이 걸려 반복할지라도 시간과 노력을 통해 나를 바꾸고 내곁에 사랑하는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복원자가 되어말이다.
문목하 작가의 여성영웅이야기를 영화로 만나고 싶다. 쬐금 답답하지만 멋진 여성영웅은 누가하면 좋을까 ?
* 밑줄 그은 문장들
23쪽
• 땅속의 거대 진공청소기.. 바닥이 보이지 않는 뻥 뚫린 싱크홀의 어둠은 심해를 넘어 우주를 연상케 했다... 비원 소속 대부분은 싱크홀 때문에 생긴 난민들
130-132쪽
• 우리의 연구과제는 인공중력이었는데, 물질의 치명적인 단점은 절대 결합하지 못하는 성질, 그 물질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물질이 있는게 아닌 이상, 물질이 자기 주변 공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어쩌면 거대질량, 고중력이 아니더라도 공간을 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난 그 물질의 의지가 사람한테 옮아갔다고 생각해, 절대 결합하지 않으려 했던 건 사실 그 물질의 성질이 아니라 의지였던 거야, 서로 밀어내고 돌아가고, 정지하도록 만드는 에너지가 그안에 있었던 거지.... 원소가 지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꼴...의지에 따라 제한된 공간을 통제할 수 있는 에너지의 존재를 상상해봐...에너지를 가두던 물질들이 붕괴했으니 다른 숙주가 필요했겠지, 마치 바이러스처럼. 자유의지를 가진 그릇이 때마침 싱크홀 안에 잔뜩 있어잖아? 그 사람들이 에너지를 나눠 가졌던 거야. 에너지는 어디로든 ‘돌아가서’ ‘정지하려는’의지를 따랐고, 변종들이 그 힘을 자기 의지에 따라 쓸 수 있게 된 거지... 변종들의 능력 역시 시공간에 영향을 주는 식으로 발현하는 거야. 그게 우리 눈에는 부서지고 되돌아가고 멈추는 것처럼 보일 뿐이고. 시공간을 한정된 조건하에서 변화시키는데에 지니지 않아... 그변종들은 무언가를 멈추거나, 돌려보내거나, 터트리는 힘을 가지고 있단 것... 다행히 이 셋 중 둘 이상 중복으로 가능한 변종은 없어....능력의 실체를 주장하면 처음엔 미친 놈 취급을 받을 거고, 능력을 증명하면 위험분자로 몰릴 거고, 아주 빠르고 효과적으로 사냥당할 거라고.
197-198쪽
• 싱크홀을 기억하려는 사람과 싱크홀을 이겨냈다고 생각하려는 사람의 차이
예비범죄자 취급과 역경을 이겨낸 영웅
자기 초능력에 벌벌 떨며 살인을 해댔어요.... 그 아래 있는 사람들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동일한 인간들이다. 만약 우리에게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우리 능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지옥을 재현할 것이다(최주상). 우리는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지옥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온 사람들이다. 그것도 혼자서 살고자 하는 욕구를 누르고 다른 이를 도와 함께 살아왔다(이경선)
236쪽 윤서리
• 비원과 전혀 상관없는 민간인들을 건들지 않았으면 했어. 바라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지. 여자를 건들지 말았으면 했고, 빈민충을, 지체장애인을, 부모 잘못 만난 이유로 인생 망친 사람들을, 팔려온 사람들을, 아픈 사람들을, 간절한 사람들을,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용해 피골을 빨아먹지 않았으면 했어. 이런 짓만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비원의 손발을 움직이...
244-245쪽 정여준과 윤서리
• 죽지 말고 죽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산성의 반이상을 잃고.... 어떻게든 이겨야 겠다...이길 수 있을까요 ? ..... 이길 수 있겠냐고 좋은 질문이야. 일단 열심히 이겨보고, 12년 뒤에 대답해보자.
258쪽
시간을 되돌리는 복원자가 그 희망을 놓아서야 되겠어? 잘못되면 다시 시도하면 되잖아.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길을 돌아가면 된다고
300쪽
그녀가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능력을 얻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던 탓이다. 결국 그녀는 싱크홀 아래에서 똑같은 지옥을 고스란히 한 번 더 겪기만 했다.
반복은 그녀가 자신의 재주를 쓴 이래 혹처럼 달고 다니는 짐짝이었다. 무엇이든 반복하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바꾸려면 그것과 이어져 있는 수십 개의 과정을 일일이 끊어내야 했다.
318/ 322쪽 경선산성의 사람들. 이경선과 정여준 그리고 경선산성사람들
실제로 저는 이경선이 그 희망을 놓지 않는 덕분에 계단을 타고 올라와 살았습니다. 그 사람이 붙잡은 게 하필 불가능과 비상식이라서 제가 산 거예요.... 제능력은 이경선의 죽음이 아니었으면 존재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누군가가 더 나아지기 위해선 다른 누군가가 희망을 품은 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거겠죠.... 경선산성은 이경선 시절부터 우리 목숨을 비원에 맡길 순 없다는 생각으로 뭉친 집단이었다. 자신들은 사회악이 아니고, 선한 의지로 서로를 조절하면서 다 함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339/ 350/ 352쪽 윤서리 따뜻한 영웅이야기
내가 아직도 만나지 못한 미래의 당신이 너무 보고싶어.... 난 네 옆에 있어도 괜찮아. 너 같은 사람이 돼도 괜찮아...사람이 얼마나 깊은 나락에서 돌아오든 얼마나 특이한 초능력을 가지게 되든, 그 능력은 아마 누군가를 찌르고 뭉개고 부수기 위한 게 아니라 그저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붙여주며 킬킬거리기 위해 생겨났을 것이다....남들보다 몇배로 시간을 누리는데도 그 값을 못하는 내 잘못일까 ? 아니면 되돌아갈 줄만 알고 변화할 줄은 모르는 이 시간이란 놈이 잘못인 걸까...
388쪽 최주상에 대한 윤서리의 이야기
우두머리가 되어선 안됐던 사람이었다... 사람들을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건져올릴 능력은 있었지만, 그들의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능력은 그에게 없었다.
389-390쪽
우린 싱크홀에 떨어져서도 포기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 싱크홀이 생기기도 전에 포기해버리면 미래의 우리가 분명화낼 거예요. 난 복원자예요. 먼저 폭발해 다가오는 게 없으면 돌려보낼 수 없어요. 그러니 희망이 부셔질 때 까지 기다려줘야 해요. 적어도 그 전엔 되돌리지 않을 거예요.... 모든 사람이 끈질기게 위까지 다다르도록 견뎌내야만 했다. 그들은 함께이되, 종래엔 각자의 방식으로 복수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용서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그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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