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reading /소설읽는 밤

지넷 윈터슨 Jenette Winterson의 오렌지만은 과일이 아니다/ 육체에 새겨지다/ 하룻밤만의 자유

지산22 2020. 2. 3. 16:16


202023

    

지넷 윈터슨 Jenette Winterson

오렌지만은 과일이 아니다(1985)/ 육체에 새겨지다(1992)/ 하룻밤만의 자유(2000)

 

작가라는 사람이 될 수 있는 하룻밤의 자유, 쓰는 것은 사랑하는 것

 

20년 또는 10년이 지나 가물가물한 기억속에 있었던 책들이다. 읽었던 책도 백지장처럼 하앟다. 책의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하얗다 못해 멍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그 책이 책꽂이 어딘가에 있으리라는 위치를 알고 찾을 수 있다는 정도이다. 책장을 펼치니

비소리가 양철지붕에 쏟아진다 추루룩 똑 책배달 온 날, 2001115이라고 쓰여있었다. 한 장한장 다시넘겨 읽으니 사라진 기억과 책속의 이야기가 안개가 걷히듯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20년전 지넷 윈터슨을 좋아했던 것은 그녀의 글보다는 작가로서의 그녀의 삶과이미지 ? 얼굴 ? 이 나의 취향 ?. 특히 육체에 새겨지다의 그녀의 사진, 그리고 나이를 들어감에 드러나는 그녀의 (작가적 ? ) 존재감을 발하는 열정의 눈빛이라고나 할까 ? 그리고 늙어 갈수록 천재들만의 발하는 아인쉰타인에 견줄만한 특별함과 창조력 ? 그것이 자유로운 헤어스타일로 완성되는 나만의 취향저격.

 

1L Reading and Changing의 첫 번째 작가로 선정되어 그녀의 도서를 다시읽게 된 것이다.

 

1. 오렌지만은 과일이 아니다(1985) (김은정 옮김, 민음사/ 2009, 295)

 

오엔지만은 과일이 아니다는 지넷이 241983-1984에 쓰고 1985년에 첫 번째소설이다. 실제 작가는 출생직후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독실한 기독교집안에 입양되어 기도와 성경, 교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성경책을 제외한 빈약한하고 엄격한 집안환경에서 빌린 책을 화장실에서 몰래 읽을 정도로 책읽기와 쓰기를 좋아했다. 그러던 중 16세 한소녀를 사랑하게 되어 그 사실을 부모님에게 들켜 가출을 하게 되고 장례식보조, 아이스크림 장사, 정신병원도우미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이어가면서 옥스퍼드대학에 입학을 한다. 이 성장과정을 바탕으로한 작가의 자서전적인 소설이 바로 오렌지만은 과일이 아니다이다.

 

책의 내용은 엄격하고 독실한 기독교 집안과 교외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시골마을과 사람들을 배경으로 한 입양소녀의 성장소설이다. 8부로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의 내용이 구약성서의 제목이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서 판관기 룻기 등이다. 또한 책속의 책, 액자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는 독특하고 해박한 작가만의 글쓰기인데 나에게는 다소 산만하고 사족같기도 했다.

 

죄악이 가득한 세상에서 기도과 성경, 교회가 가장 중요한 어머니,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 입양된 소녀는 철저하게 주님의 어린양으로 훈육되어진다. 그러던 중 학교에 가게 되고 멜라니라는 소녀을 만나 사랑하게된다.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들키게 되어 집에 갇히고 교회와 사람들에 의해 마녀재판, 퇴마의식을 통해 회개를 강요당한다. 결국 억압에 굴복하고 멜라니는 떠나고 예전의 자신-교회에 충실한 어린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교회에서 케이티라는 소녀를 만나고 사귀게 된다. 결국 사귀는 것을 들키고 케이티를 위해 주인공은 모든 책임과 비난을 혼자 감내하게된다. 어머니는 지넷에게 퇴출명령을 내리고 쫒아낸다. 지넷은 그동안 어머니와 교회에 대한 믿음에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오렌지만은 과일이 아니다라고...

 

책을 읽고난 후

첫째는 오렌지만은 과일이 아니다의 의미와 제목이 새로웠다. 오렌지만이 익숙하고 주어진 세계라면 그 외의 과일의 존재여부와 맛은 어떻게 알까 ? 오렌지로 대변되는 기독교적 세계와 어머니 즉 가정의 가치와 미덕, 이성애 등

 

두 번째는 책의 소제목 구약성서의 장처럼 지넷의 삶의 여정이었다. 엄격하고 폐쇄적인 기독교문화속에서도 불구하고 그기독교문화와 세계를 통해 성장한 작가의 풍부한 감성적 자원와 재원에 대한 것들

 

세 번째는 작품속에 나오는 사람들 즉 절대적으로 헌신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그리고 나의 친구였던 신이 그립다라는 그녀의 말이 잔잔하게 울림을 주었다. (교회) 공동체안에서 세상의 선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 그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누리는 것, 그리고 절대적인/ 지지자인 친구 신이라니 말이다. 신이 라는 친구가 주는 고요함과 평화...

 

네 번째는 배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넷이 어머니와 교회에 대한, 사람들에 이야기였는데

배신이란 당신편이라고 약속하고서 다른 사람편이 되는 것이다가끔 책에 밑줄 그는 나를 보면 현재의 나의 인식하지 못하는 내가 표면으로 떠오른다. 나는 지금 내편이 그리운가 ?

 

인상깊거나 밑줄 그은 문장들

 

단지 선생님이 무엇인지 알아 볼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예요

 

시간은 위대한 둔화제, 우리는 우리가 의지하는 것을 이야기로 만든다

시간은 위대한 둔화제다. 사람들은 잊고, 지겨워하고, 늙고 떠난다. 그녀는 시간상 주일사이에 그렇게 많은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세월은 매듭으로 가득한 끈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를 존중하는 것, 매듭을 더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역사는 흔들기 위한 해먹이요, 놀기 위한 게임이다

 

담장은 보호하고 동시에 제한한다. 무너지는 것도 담장의 본질인 것이다.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당신이 자신의 트럼펫을 불 줄 알게 된 결과이다

 

변화시키고 싶은 물질을 이해하기 전에는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악의 본질이다

 

나는 누군가를 죽을 때까지 날 사랑할 사나운 사람을 원한다. 사랑은 죽을만큼 강하고 영원하며 또 평생 나의 편일 것임을 알고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그리고 나에 이해 파괴될 사랑을 원한다. ”

 

시간에 있어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후퇴하지도 않았다. 시간을 가로질로 나였을수도 있었던 것으로 간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굘코 있지 않았으나 나의 모든 부분들이 내가 한, 그리고 하지 않은 모든 선택들과 함께 흐르며 한 순간 서로 스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당신이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마다, 뒤에 남은 당신의 일부가 당신이 누릴 수도 있었을 다른 삶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여 그의 일부가 자신의 몸 외부에서 새로이 자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2. 육체에 새겨지다(1992) (이혜남 옮김, 웅진출판/ 1996, 237)

 

사랑이란 왜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 로 시작되는 소설의 첫문장이다. 두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한쪽이 아프고-백혈병사랑이란 이름으로 상대를 위해 이별-떠나 보내고뒤늦게 후회하고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막을 내린다. 전형적인이고 진부한 연애소설이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것은 매력적인 육체의 소유자일 것 같은 레즈비언(바람둥이 냄새를 실컷 풍기는) 화자 ? 그리고 아름다운 유부녀와의 비극적 사랑의 이야기, 작가만의 독특한 글쓰기-연인의 육체를 해부하는 의학서 형식과 작가의 인식의 흐름을 솔직하게 따라가는 재미와 서정적인 글 그리고 연인의 육체의 찬미-(여성의)육체의 쾌락을 향유하는 즐거움. 20년후 다시읽게 된 책 - 사랑과 이별의 고통을 느끼며 밑줄을 긋고 있다. 나의 사랑과 이별을 되새김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책.

 

사랑과 지나간 과거의 헤어진 여인들을 회상하며 소설은 시작한다. 잉게, 캐서린, 밧세바, 에스텔 등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납덩이처럼 묵직한 관 속에 실려 점차 침몰하고 있었다. 그녀에 말에 의하며,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사치이고, 거짓말이 오히려 미덕이며, 우리는 그처럼 형편에 따라 진실을 조절하는 일종의 절약정신을 습득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상처를 입히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말이 선행이 된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계속되는 연애와 지저분한 정사로 성병에 걸려 이를 계기로 한동안 연애의 구정물통을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걸어잠기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동물원에 일하는 재클린을 만나 안정적인 관계로 편안한 안주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재클린을 속이고 친구인 유부녀 루이즈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재클인은 분노하고 이별을 하게된다. 연인이 된 두사람 그러나 루이즈는 백열병이 걸리고 그녀의 남편 엘진은 그녀의 치료를 위해 스위스로 함께 가야한다고... 결국 루이즈를 위해 남편곁에 두고 떠나버린다. 뒤늦은 후회에 루이즈를 찾아 돌아오지만 그러나 루이즈는 이혼을 하고 혼자 죽음을 맞이한다.

 

인상깊은 문장들

가끔씩은 바로 자기자신이 가장 훌륭한 진구가 되는 법이다” 37

 

사람은 결코 남에게 마음을 내주는 법이 없다.- 그저 가끔씩 빌려 줄 뿐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상대방의 허락도 없이 다시 그 마음을 돌려 받을 수 있겠는가 ? ” 47

 

자신의 의식 세계보다도 더 깊은 곳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인식한다는 것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기 보다는 육체에 깃들여 있는 일이다. ” 105

 

우리 어떻게 되나 한번 두고 볼까 ? ” 107

 

육체에 새겨진 은밀한 암호는 특수한 시력을 지닌 이들만이 판독할 수 있다. 거기엔 그 삶의 일생을 통하여 축적된 것이 모여있다.... 나는 루이즈의 손길이 그 암호들을 해석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번역하여 그녀 자신의 책으로 만들어 버렸다” 115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는 법.....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단 당신의 집을 능묘처럼 만들지 말아야 하고 오로지 당신에게 행복하고 긍정적인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들만 간직해야 한다” 187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인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당신은 그것을 극복할 수 없다. ‘그것이란 바로 당신이 사랑앴던 사람이기 때문에, 고통이 멈추고 사람들만이 등장한다. 그러나 빈 공간은 결코 메워지지 않는다. 188

 

아픔이 사라지고 무딘 고통이 찾아든다... 인식의 성공에는 상처와 혼란이 뒤따른다. 그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사랑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의기소침해졌다. 지난 몇 달 동안은 절망감에 휩싸여 몸부림치다가도, 광란 끝에 오히려 차분해지기도 했었다. ..... 나는 멍해지고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도 슬픔의 꼭대기에서 한동안 스스로를 관조할 수 있게 된다. 190

 

3. 하룻밤만의 자유(2000) (임주현 옮김, 문학과 사상사/ 2001, 228)

 

한편의 환상동화, 가상 사이버세계와 몽환적인 현실을 담고 런던에서 파리와 이탈리아 카프리섬과 사이버 세계를 넘나드는 개성적인 로맨스소설이다.

 

상은 마음의 풍요로움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책의 앞 표지 펼치면 프롤로그 한줄이 등장한다. 작가만의 독특한 이야기 전개를 안내한다.

 

하룻밤만의 자유를 원합니다. 당신은 말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오직 하룻밤만의 자유를.

DNA의 알파벳은 특정한 문구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내 스스로를 말해야만 한다.

내가 자꾸만 자꾸만 말해야 할 이야기는 무엇인가 ?

항상 새로운 시작이, 또 다른 끝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이야기를 바꿀 수 있다.

내가 이야기이다.

이제 시작이다. ” 10-11

 

자넷의 이야기는 튤립으로 시작한다. 16세기 유럽에 튤립이라는 꽃의 역사와 환상동화 속 주인공처럼 알리가 등장한다. 튤립을 통해 여자가 남자로 변한이야기. 튤립으로 만드는 딜도라... 옛날옛날 튤립동화이야기가 21세기 사이버 가상 공간으로 이동하여 작가와 유부녀/독자의 사랑이야기로 변하고 작가의 의식의 흐름대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사이버공간의 두사람은 파리 세느강가에서 처음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사랑을 나눈다. 그 사랑의 기록이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저장된다.

 

인상깊은 문장

너무 많은 삶이 하나로 뭉뚱그려져 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삶은 모니터 상에 열려 있는 하나의 창(윈도우)에 불과하다. 상세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큰 창에서는 종종 의미가 사실들 사이에서 실종된다. 우리가 의도적으로든 우연히든 그 창을 닫을 수 있다면 그 뒤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장면이 보일 것이다... 우리가 계속 창을 닫는다면, 사실상 관문이 되는 더 작은 창을 통해, 더 작고 더 파악할 가능성이 적은 우리 자신과 만나게 된다. .....

우리의 이러한 삶, 우리에게 부딪쳐 오는 삶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구전口傳의 역사이다. 살아있는 시간의 기억이다. 시간은 우리의 육체로 다운로드되었다. 우리는 시간을 저장한다. 과거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뿐만 아니라, 끝이 없는 시간까지도 우리에게 저장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닫힌 존재, 유한한 존재하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복수이며 무한한 존재이다.” 103

 

 

2권의 사랑이야기는 만약 70세까지 산다면 그때 다시 읽어봐야 겠다. 밑줄이 달라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