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사이토 마리코
커다란 나무는
그대로 한 권의 역사책이다.
잎사귀 하나하나가 한 페이지며
해마다 새로 쓰여
해마다 새로 태어나는 책,
하루 종일 바람이 읽고 있다.
가끔 언더라인한다.
: 나는 빼곡한 숲 한가운데 있다. 커다란 나무들이 가득 찬 서재에 있으니 말이다. 월마다 날마다 새로운 나무를 찾고 방안의 숲을 울창하게 한다. 밀림이 되어버린 방, 책으로 집을 짓고 종종 간식(알라굿즈)으로 소소한 기쁨을 누린다. 시인처럼 가끔이 아닌 잦은 언더라인 때문에 숲속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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