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음미하기

마음에는 문이 많아 (에밀리 디킨슨 3)

지산22 2022. 1. 20. 23:43

마음에는 문이 많아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마음에는 문이 많아 -

나는 그저 노크할 뿐 -

혹시라도 달콤한 “들어오세요” 들릴까

귀를 쫑긋하고 있을 수 밖에 -

퇴짜 맞더라도 슬프지 않아

내겐 늘 있는 일이니까

어딘가, 거기 존재하는

지존

 

: 50이 지나, 삶이라 껍질을 벗기고 보니, 슬픔이라는 속살이 자주 드러난다. 슬픔은 어쩌면 인생의 가장 가까운 친구일지도, 그 친구가 예전만큼 슬프지 않다. 인생은 늘 슬픈 일이 있으니까 어딘가, 거기 존재하는 지존 슬픔이여. 지존의 원문을 살펴보니 ‘supremacy’ 였다. 최고, 우월, 우위. 지존 이라는 뜻인데.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어제는 에밀리 디킨슨의 2번째 시집-<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을 읽었다. 시집 첫장을 펼치니, 에밀리 디킨슨이 평론가 히긴슨에서 보낸 편지글로 시작한다.

 

나의 일은 맴돌기랍니다 -

관습을 몰라서가 아니라

동트는 모습에 사로잡혔거나 -

석양이 나를 보고 있으면 그래요 -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예요, 선생님,

그래서 아주 괴로워요,

가르침을 받으면 그것은 사라지리라 생각했어요.

 

: 그녀의 시를 고르고 옮긴이 박혜란은 시집의 말미에 당신에게 캥거루는 어떤 의미인가요?’제목으로 작가의 인생과 시의 세계를 소개한다. 자연에 만취한 삶이 작가의 일상이라고. 자연은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 나도 묻고 싶다. 에밀리 캥거루는 어떤 의미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