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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날을 꼽아 보라(조지 엘리엇)

지산22 2022. 1. 19. 10:26

잃어버린 날을 꼽아 보라

 

조지 엘리엇 (1819∼1880)

 

일몰의 자리에 앉아

자신의 지난 행동을 꼽아보라.

그렇게 꼽으면서, 찾아보라

이타적인 행동을 했는지, 말 한마디로

듣는 이의 마음을 위로했는지,

극진한 눈길 한 번으로

햇볕처럼 따스하게 비췄는지 -

그러면 그날은 가치 있게 보낸 날로 쳐도 좋다.

 

하나, 생을 살면서 어느 한순간

누구의 마음도 격려하지 않았다면 -

이 모든 날을 살면서

누군가의 얼굴에 햇볕을 비춰 준

순간을 떠올리지 못한다면 -

비싼 값을 치르지도 않건만 한 영혼을 돕는

작디작은 행동 하나 하지 않았다면 -

그 날은 잃어버린 것보다 못한 날로 쳐야 한다.

 

 

: 부끄러운 장면이 떠오른다. 언젠가 지인들과 남쪽의 첫 봄을 서둘러 맞이하러 간 적이 있었다. 꽃샘추위에도 환한 온기를 전해주는 노란 산수유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우린 임시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입구와 제법 먼 길을 돌아가지 않으려고 주차장을 표시하는 경계표지 줄을 너머 인도로 걸어가기로 했다. 나는 경계표지선을 먼저 넘고, 지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뒤따라온 후배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경계선을 잡고 있는 것이었다. 식당에 들어갈 때도 문을 잡아주고, 자리를 양보하고, 수저를 놓는 지인 조용한 위로와 배려가 몸에 밴 지인을 보며, 그날따라 낼름 낼름 받아먹기만 하는 나의 일상의 모습이 내내 되새김질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작디작은 행동조차도 하지 못했던 지난 날의 가난한 내 영혼이 부끄러웠다. 온기 없는 영혼으로 잃어버린 많은 날들. 

 

조지 엘리엇(18191880) 본명은 메리 앤 에반스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번역가이다. 조지 앨리엇은 못생긴 외모와 유부남과의 동거와 스캔들로 비난로 조롱을 당했다. 그러나 그녀는 37세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여 40세에 첫 소설을 발표하고 크게 성공한다. 그녀의 소설 <마들마치 Middlemarch>(1871-1872)는 미들마치라는 가상의 시골사람들의 삶을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하면서, 여성문제를 깊게 다룬 소설이라고 한다. 1100쪽이 넘는 분량이다. 읽어봐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