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6 # LETTER 27 책과 책 그리고 축구
책은 책을 부르고, 나에게로 온 책은 인연이 되어 내 곁에 머물고, 머물면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꼭 읽어야 할 때 신기하게 마음의 퍼즐이 되어 심심한 삶에 간을 맞춰준다고 할까. 가끔 지금 이 순간 책상에 놓여있는 책들은 간택받은 귀한 분들. 귀한 분들과 동침을 하고 서가에 자리를 찾아주는 즐거움도 읽는 쾌락 다음 나만의 기꺼운 작은 사치이지.
안녕! 지난 H의 독서 근황에 대한 편지를 받고, 소소한 생활툰이 그려지네. 쌓여가는 책들과 시장보고 반찬만들고 청소하고, 책장과 책상위치를 바꾸고....하루24시간이 책을 읽기에 무척 짧지? H는 “책을 읽어야 하는데, 하기 싫어서 튕기기 놀이를 하고, 유독 책읽기만 피하고 있다”고 전했지. 글쎄 난 위의 것들이 삶을 보살피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음을 청소하는 중이라고 할까? 현대사회의 주어진 24시간, 노동과 삶의 속도에 따라 독서를 하고 독서인으로 자유를 누리기엔 힘겹다고 늘 생각해 왔어.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와 욕망시스템안에서, 특히 대도시에서 생존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절대적 시간빈곤자로 분주하게 종종거리나 달려가는 현실이야. 실제 해야 할 일이 많기도 하고, 어느 순간 돌아보면 괴물이 되어 있거나, 좀비(살아있는 시체)가 되어있거나 하지. 좀비와 괴물이 되기 전에, 몸과 마음을 더 자주 청소하고(보살피고), 삶을 미니멀라이프(소박하고 단순한게 나에게 중요한 것만 남기고)하면 독서의 기쁨이 찾아오지 않을까? 몇일 전에 읽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는데 “당신은 어떤 시간을 살고 있나요? ” 조한혜정의 ⟦선망국의 시간⟧책 중의 부제야. 전환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에 대해 먼저 망하는 나라가 아니라 먼저 다른 시간, 살리는 시간을 사는 선망국. 그동안 그녀의 하자센터, 성미산마을공동체, 서울시민관협력활동 등의 경험으로 썼던 컬럼들과 짧은 에세이글을 묶었어. 달리기를 멈추고, 자신을 돌보며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살자고. 모두가 최소한의 사회경제적 여유가 담보되어야 하는데 말이지....다행인 것은 H에겐 최소한의 시간과 돈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와 삶의 안정성(반려인/동물, 할일/직장, 주거 등등)이 있으니, 미안 편지를 쓰다보니 꼰대짓-내경험을 기준으로 지적질과 충고하고 있네. 암튼 나에겐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두가지 질문을 던져 주었는데 첫째는 ‘공생성’을 기준으로 나의 삶에서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고 살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물음과 두 번째는 조르주아감벤의 ‘해방적 파국’ 개념이었어. 극단적인 상황에서 도리어 좋은 길을 찾아 내는 것을 해방적 파국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파국의 시대 삶의 방향전환에 필요한 것인 듯. 각자도생에 익숙한 생존주의 시대에 H와 편지로 소통과 상생하는 삶이 서로를 살라지 않았나 싶네.
이번 주는 오랜만에 4일 동안 교육을 진행했어. 주 4일 일(생계노동)하다니 !,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이 일한 주?네. 관련기획회의를 하고 교육강의안을 만들고, 교육하고, 평가 및 마무리하고 간간 휴식시간에 책읽는 한주였네. 휴식시간에 읽는 책들은 주로 단편소설책들 요즘은 김사과의 작품들 ‘카레가 있는 책상(2016)’, ‘02’단편집을 한편씩 읽고있어. 매월 월마다 작가를 선정하고 그 작가의 책들을 읽는 편이야. 김사과의 ‘카레가 있는 책상’은 고시원이 배경인데 우리사회의 전염병처럼 퍼지는 혐오현상과 그 전이,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일상의 타자를 향한 악의(그 시작과 시대적 배경)에 대해 20쪽의 짧은 단편이지만 사회의 불안과 범죄에 대해 고발해주는 좋은 작품이야. 박민정작가의 작품을 통해 디지털범죄(이대남)의 탄생을 알 수 있었다면 2015년 이후 페미니즘대중화와 그 반동의 백래쉬, 여성에 대한 폭력,범죄 및 페미니스트 혐오의 기제를 잘 보여 준 작품이었네. 절망과 희망없는 사회, 목적없는 삶, 분노, 상대적 박탈감으로 가득찬 외톨이들의 자기보호와 기만이 된 혐오. 공존 지수가 아닌 적대 지수가 높은 인간같지 않는 범죄자-자생적 테러리스트-소시오패스들, 그 분노와 혐오를 온오프라인의 폭력으로 여성(약자)에게 돌리는 현실. 관계성과 사회성을 잃은 세대에게 남는 것은 타인에 대한 혐오와 배제였네. 책이 책을 부르는 데, 신기한 우연, 우연이 필연이 되는, 수요SF페미회에서 격월로 SF소설과 함께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는데 10월이 주디스버틀러의 ⟦혐오발언⟧이네.
주말 토요일은 산에 가고 일요일은 축구훈련을 하는데, 일요일 축구 시합에서 내가 자책골을 넣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구사일생했네, 코너킥인네 상대선수가 찬 골이 내 허벅지를 맞고 골인된 기인한 일. 어이가 없다. 다행이도 5분후 ‘한나’라는 우리팀 공격수가 바로 골을 넣어 1-1로 동점으로 끝났어. 요샌 조금 위축되어 있어. 잘 안풀리는 날들. 어제도 패스 실책을 해서 답답한 심정이야. 지리산에 함께 간 선배들은 축구하는 나를 응원하면서도 산에나 다니지 축구한다고 니가 잘하는 거 하라면서 안타까워하네. 그러게. 축구를 잘 하고 싶다. 아니 가을달빛축구장에 뛰는 기쁨과 감사를, 행복하게 축구를 즐기고 싶다.
가을이 함께 하길. 동물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동무∼ 동무∼ 내동무∽
너는 나의 소동물∽, 나는 너의 대동물
우리는 동물가족∽
예전에 내가 작사 작곡한 ? 노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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