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쓰기 writing

#LETTER 23 지리산살이

지산22 2021. 8. 5. 20:21

20210805 #LETTER 23 지리산살이

 

H의 운동라이프 응원하네, 백신후기 고마워,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7개월, 전세계 누적확진자수가 2억만명, 사망자만 425만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접해. 제약회사의 백신가격인상과 백신접종을 둘러싼 불평등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국들은 변이까지 고려해 추가분을 더 확보하고....

홈트, 빅씨스를 전해 들으며, 몇일전에 읽은 디지털자본주의를 생각해,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국경을 봉쇄하고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질서가 달라질 것이라며 자본주의의 위기라고 했었어. 그런데 코로나19의 위기는 대면으로 조직된 서비스 경제의 위기라고 실상은 디지털자본주의로 급속하게 전환되면서 20세기에 인간다운 삶을 위한 안정장치들이 쓰러지고 있다고 디지털경제에 새로운 규약이 필요하다(다미엘 코엔/경제학자).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 등 강력한 규제를 해야한다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80%가 광고수입이고 이것은 다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개인정보가 빅데이터로 축적되어 기업의 이윤이 되고 빅씨스, 돈버는 이야기 등등 불편하고 갑갑한 마음. 또 조간신문에는 지금의 586들이 민주화운동뿐만 아니라 계급 재생산에도 헌신했다는 말, 상위 1%의 기득권을 비난하지만 자신들의 계급, 계층세습에 도덕적 면죄부를 주고, 내로남불....등등 투덜투덜되네.

 

난 이번주는 마감인생으로 살았어. ‘마감인생으로 살면 마감시간단위로 살게된다는 것. 일간지신문기자는 하루단위로 살고, 주간지는 일주일 단위로 산다는 말처럼 7-8월은 글쓰기와 지리산살이로 정신차리고 보면 목요일이네. 3일내 엉덩이의 힘으로 오정연의 남십자자리비평문을 구상하며 초고를 쓰고, 버벅대면서 수정하고 있어. 문장은 짧고 경쾌하게, 완급조절하면서 말하듯이 쓸 것, 임팩트가 있을 것을 멘토님이 주문했는데 쓰고 보니 정반대네. 다음주까지 다시 다시.....엉덩이의 힘이 아니라 창조적인 뇌가 필요하거나 매직 손이 필요해.

 

지난 주 금요일 지리산에 도착하니, 일주일을 살다 간 산악회 선배가 냉장고 가득 파타고니아 맥주 20캔을 선물로 놓고 갔네. 내 취향 저격인거지, 맥주의 청량감과 시원함만큼 무더위를 날릴 고마움과 감동의 선물. 나도 누군가에게 시원함을 선사하는 사람이면 좋겠네. 행복한 순간은 금새 지나가고, 끈질긴 스토커가 따라다니네. 나만 좋아하는 스토커, 해가 지니 친구까지 데리고 쫒아다니네. 신고를 할 수도 없고 안티스토커존-모기장을 치고 나서야 안전지대를 확보할 수 있었어. 모기는 나만 좋아해. 마당엔 텐트, 마루엔 모기장, 향냄새에 취할 정도로 여기저기 모기향을 피우고 취해 잠이 들었어. 지리산이 깨우는 새벽, 부지런한 새들의 합창,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여기도 산, 저기도 산 저절로 눈이 떠져. 아침은 불일폭포에서 먹자. 커피한잔과 사과한알을 들고 뛰쳐나갔어. 쌍계사를 지나 한걸음에 불일평전까지 오르네.

불일평전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인데, 도중에 잘생긴 두상이 있어. 젊은이 얼굴옆모습인데 신기해. 신화속이야기 한 장면처럼 신의 노여움으로 돌이 된 사람처럼. 1시간 정도 오르면 넓은 불일평전이 나와, 지금은 공사중인데 8월이면 산장이 완성될 듯해. 아침 6시인데 4-5명의 인부들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라구. 불일평전을 지나 10분 쯤 가면 지리산10경중에 하나인 불일폭포가 나와, 난희선배는 매일 아침 불일폭포에 도착해 기체조를 해. 선배의 주식인 셈이지.

선배는 자신의 일상의 산행을 주식, 부식으로 루틴을 만들고 오르는데, 주식은 매일 먹고 가끔 부식으로 지리산이 아닌 다른 산을 가는 것. 지리산을 매일 가는 뇨자라니 부럽네. 지리산살이하는 동안 나도 선배의 주식을 먹네. 불일폭포는 마고신의 음기가 가득한 곳이네. 여성의 몸의 형상을 하고 두팔벌려 지리산을 펼치고 쩍벌린 다리사이로 흐르는 물, 마음을 씻고 맑은 음기로 가득채우고 소원기원축복행복행운까지 잔뜩 빌었네. 불일폭포를 주식으로 사과와 커피를 디저트로 먹고 빠르게 하산. 보통 사람들은 쌍계사로 하산해, 절을 돌아보고 화개천 주변의 식당에서 산행을 마무리 해. 집에 오니, 8시 앞마당 텃밭에서 고추, 가지 등 야채를 따고 씻어 밥을 먹었어. ! 시골살이. 금새 해가 이글이글 바람 한점 없네. 태양을 피해 부채하나에 의지해 이쪽 마루에 있다가 저쪽 마루로 갔다가 책을 들고 오전내내 요리조리 옮겨다니다 보니 점심때네. 다시 국수를 삶고 각종야채를 따서 준비하는데 옆집에서 옥수수를 주네. 옥수수를 찌고 더워서 맥주한캔, 국수먹고 한캔, 옥수수에 한캔 더위에 멍때리다가 화개천으로 달려갔어. 천변에 물이 없어. 망연자실. 다음부턴 산에서 내려오지 말아야겠다. 서서히 해가 기울고 기울어진만큼 마당에 귀한 그늘이 생기네. 난희선배가 할 일없으면 마당에 풀도 뽑으라는 말을 스치듯하고 갔는데, 더위에 책도 읽기 힘들고 마당에 풀을 뽑기 시작했어. 무념무상 풀을 뽑기 시작하니 갑자기 마당이 드 넓은 운동장이네. 30분만에 땀벅벅이 되고 고개들어 마당을 보니 이제는 광활한 태평양이네. 1시간이 지나고 안하던 노동을 하니 바로 손에 물집이 생기네. 하지말라는 계시. 호미와 낫을 던져두고 우물가로 가서 씻는데 모기가 달려들어. 아 에어컨이 그립다. 지리산 시골살이 지리산은 좋은데 시골살이는 힘들구나. 종종거리며 마당을 정리하고 사과, 토마토, 목월빵집 통밀빵으로 저녁을 먹는다. 시골의 밤은 도시보다 일찍 온다. 지리산자락에 한겹한겹 검푸른 밤의 장막이 드리운다. 풀벌레 속삭임, 대나무숲 바람소리, 산아래 쌍계사의 웅성거림, 여름밤이다. 마당텐트에서 별을 보며 시골살이의 시름을 달랜다. 푸른새벽 화개천의 러너가 되어 지리산과 함께 달린다. 나의 페이스메이커는 지리산.

나의 지리산시골살이

 

다시 지리산 가는 날.

일할 땐 일하고, 쉴땐 쉬고, 놀땐 놀고 3가지를 분리해야 좋다네. 일할땐 일하고 에너지를 쓰니까, 쉴땐 휴식과 재충전, 놀땐 에너지를 창조적으로 쓰니까 쉬는 것과 노는 것을 분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 지리산살이는 노는 것. 적당히 놀고 잘 쉬어야지.

 

건강하게 지내고 일할 땐 일하고, 쉴땐 쉬고, 놀땐 잘놀기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