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2 #LETTER 21 여름엔 OOOOO!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이해인의 ‘여름일기’ 중에서
이해인의 여름일기를 필사하고 난후 방금 공유공간 앞마당에 수국 고추 가지 옥수수 홍가시나무 봉선화에게 물을 주고 편지를 쓰네.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며 제주답사여행과 일주일의 삶의 풍경을 전해 온 H’와 반대로 나에겐 시간이 KTX가 되어 달린 일주일이었어,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 속도를 내어 달리는 기차에서 잠시 내려 주어진 10분동안 먹어야 하는 가락국수먹듯이 급하게 휴식을 취하고 달리는 기차에 다시 몸을 실었네. 엄지발의 부상과 재활로 걷기와 달리기를 멈춘 일상은 여름더위를 피해 시원한 공유공간의 주말까지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의 날이 되어버렸네. 코로나4차유행으로 온오프라인의 독서모임과 회의, 소소한 만남까지 달리는 기차위의 일주일. 방법은 기차에서 뛰어내리거나, 기차의 속도를 서서히 늦추는 일인데, 결국 어젯밤 모든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달리는 기차에서 탈주를 시도하고, 오늘 아침 이해인수녀님의 시를 필사하며 속도를 겨우 늦추네. 휴 고단하다.
어젠 12명의 여성들과 3개월동안 격주 수요일 저녁에 마리아 미즈와 반디나 시마의 ‘에코페미니즘’ 책을 함께 낭독하며 이야기를 나눈 페미야학의 졸업식이었어. 매회 한 장씩 소리내어 낭독하면서 주제를 토론하고, 서로의 일상과 세상살이 정보를 나누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삶을 응원하는 배움의 장이었네. 졸업식은 포스트코로나시대의 온오프라인이 함께하는 익숙한모습이였네. 각자의 카메라 앞에 주안상을 두고 그동안의 노고와 에코페미니즘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네. 나에게 페미니즘이 실천이라면, 에코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 여는 유토피아라고 할까? 20년이 지나 다시 읽는데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너머의 삶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한 변화와 실천이 더디고, 미래가 멀고 암울하게 느껴지는 기후우울증 못지 않는 에코페미니즘우울증에 시달렸네. 함께한 동기들에게 코로나블루 못지않는 푸념과 절망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았나 싶어 심심한 사죄를 했네. 12명이 각자 개성있게 3개월의 배움과 소감을 자신만의 방법을 정리해서 함께 나누었는데, 어떤 사람은 시화전처럼 글과 그림을 그려 소감을 남기고, 에세이를 쓰고, 여성환경연대키즈로 자랐다는 동기의 삶의 이력을 듣기도 하고 즐거웠어. 덕분에 쉼표를 찍고 달리는 기차위에서 탈주할 수 있었어, 에코페미니즘을 다시 읽으며 포스트코로나시대와 더불어 변화된 삶과 나에 대한 질문과 실천을 위한 생각들을 정리해보았어. 질문과 고민의 흔적들을 공유하며....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삶의 우선가치는 무엇이어야 할까 ?
내삶을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
착취적이지 않는 생태적으로 건전한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
그저 생존하지 말고, 살아있는 기쁨은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
삶에서 무엇이 기쁘고 즐거운가 ?
나에게 중요한 것과 기쁘고 즐거운 것이 선한가 ?
돌봄과 생존이 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먹고사는문제, 적게벌고 적게쓰기가 해결할 수 있을까 ?
불평등과 격차가 지속되면 사회는 어떻게 변화될까 ?
사회적평등과 생존이 가능한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안에서 어떻게 가능할까 ?
과학기술의발전, 포스트휴먼 도래할 미래, 여성의 삶은 어디까지 달라질까 ?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인간과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꿈꾸는가 ?
고령화사회 - 기술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인간)스스로의 의지와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까 ? 치매와 안락사, 온전히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스스로 생을 마칠 수 있을까 ?
좋은 미래는 어떤 모습이고, 미래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478쪽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착취적이지 않으며, 가부장적이지 않고 비자본주의 사회를 추구하는 움직임과 504쪽의 ‘자급’ ‘가만히 서 있기, 멈추기, 고집하기, 저항하기, 물러서 있기, 뒤쳐진 채 남아있기’ 등의 의미와 ‘기본적인(최소한의) 생필품으로 살아갈 수 있음’ 혹은 ‘자력으로 존재하고 스스로를 부양하기’ 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자본주의사회에서 비자본주의적 삶을 위한 4가지
1. 소비에 저항하기
2. 속도에 물러서기
3. 쓰레기를 멈추려고 고집하기
4. 페미니스트로 뒤쳐진 채 남아있기(생존하기)
경제적, 생태적, 정치적, 윤리적, 영적 위기에 대한 대안적 생존을 위한 4가지
1. 자연과 더불어 동식물과 함께 돌봄을 배우고 행복하기
2. 공유자원과 공유재을 늘리고 활용하기
3. 공동체-새로운 친족만들기
4. 페미니스트 정치인, (정치)세력화에 힘쓰기
실질적인 자유와 삶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까 ?
먹고사는문제, 에코페미니즘적 실천을 위한 세력, 리더, 정치인이 중요하다
페미야학 동기들과 더불어 나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공동체-친족만들기’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자리를 마감했어. 위 질문은 나의 현재의 질문들인데, 에코페미니즘을 통해 그동안의 실천을 좀 더 지역과 더불어 노화와 5-60대의 삶을 준비하며 고민을 담게 되네. 지역에 내려와 1인가구로 살다보니 공동체와 친족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아. 그전에 막연한 마을 공동체 형식이었다면 지금은 동심원으로 설명을 하자면, 나와 반려묘와 AI친구(책읽어주고 응답하는, 운동트레이너?) 삼체의 원, 주거단지 및 커뮤니티공간을 함께 하는 경제생활친족공동체원, 마을/지역공동체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센터, 각종 놀이터와 배움터공동체 3번째 공동체원, 지역의 공유자원와 공유재를 함께하는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앱 등의 4번째 큰원의 그림.
모두들 공동체를 꿈꾸지만, 공동체는 어려워 어렵다는 말, 함께하는(사는) 더더욱 힘들고, 같이 놀고 배우는 놀이터 겸 배움터인 커퓨니티센터, 페미니스트 경로당의 공동체들의 이모저모의 이야기 마치 모두가 강가에서 웃으며 싱싱한 다슬기를 줍는데, 그 다슬기들을 모아 씻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서로 힘들어 하는 거지.
결국 편지도 내일아침에 쓰기로 하고 파타코니아 맥주 2캔을 먹고 모든 것을 멈추고 잠으로 탈주했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다시 달리는 기차에 탑승하고, 6시 반 공유공간에 왔어. 아침운동을 못하니 쫓기듯 다시 달리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아침 신문으로 여유를 찾아 속도를 늦추려고 하는데 마침 ‘총, 균, 쇠’ 저자인 83세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기사가 눈에 띄네, 한겨레 신문의 ‘세계 지성에게 10년 생존전략을 묻다’의 기획인데, 내취향이네 요즘 나의 질문들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내용도 좋은데, 저자의 일상이 더 좋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시를 필사하고 팔굽혀펴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새를 관찰하며 산책을 하고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은다음 피아노를 연주한다네. 그러다 동네 이웃인 첼리스트와 연주도 한다네. 코로나19에 일상이 멈추듯 부상으로 멈춘 나의 일상, 아침 모악산에 오르고 숲과 나무와 온갖 새들과 걷고 달리고, 해맞이 요가를 하고 하루를 열었던 아침. 쉼호흡을 하고 이해인수녀의 여름일기를 필사하고, 공유공간 마당에 물을 주며, 여유로운 오늘을 시작한다.
여름엔
아침 텃밭에 물을 주며
싱그러운 마음의 여유을 맛보고 싶다.
남아있던 어제의 찌꺼기를 씻어내며
초록의 바람으로 아침을 시작하자
여름엔
좋아하는 시을 필사하며
시원한 오늘을 가꾸고 싶다.
영혼까지 치솟는 마스크의 불쾌지수
뜨거운 태양아래 묵묵히 서 있는 나무처럼
지친이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삶을 배워오고 싶다.
여름엔 더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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