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2
# LETTER 14 : 공생과 환대
지금 모악산은 은은한 분홍빛의 산철쭉이 연두빛숲길과 어우러져 초록이 빛나는 날들이야. 자연은 생태계파괴를 일삼는 인간을 코로나19로 응징하지만, 관대하게도 봄을 내려주어 어리석은 인간들의 코로나로 지친 일상의 시름과 상처를 위로하네. 바람에 안부를 전해
H와 EE의 반려묘 봄봄과 루나, 트랜스휴먼시대 인간/동물, 인간/기계, 생물/미생물. 유기체/비유기체 등 수많은 차이의 존재들-타자들, 지구의 타자들과 친족관계망, 반려종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했어. 난 아무래도 이제는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가능한 미래도 괜찮을 것 같고, 노화로 인해 가끔 윤이형소설속에 책읽어주는 돌봄로봇이 필요한 것 같기도하고. 헤러웨이는 인간중심, 젠더관계를 뛰어넘어 이종적인 타자들과의 새로운 공생의 관계맺기야 말로 기존의 (남성)인간중심주의의 폭력성을 대체할 전 지구적 생태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지, 코로나19는 지구의 다양한 타자들과의 공생의 윤리로 공존의 기술과 관계망을 다시짜야 할 때라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인간들에게 생존을 위한 책임있는 응답을 요구하고 있지. 그녀는 다른 종들이 만나 살아가기 위해 훈련받아야할 윤리는 타자에 대한 응답능력이라고 했어. H 봄봄과 루나와 잘 사귀고, 두분의 부름에 응답하며 서로에게 기대어 냥이 타자들과 공생하는 미래를 나아가길 바랄게. 1인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코로나팬더믹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접촉공간, 타자들과의 만남들이 익숙해지고 있어.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만남과 접촉은 필수인데 가상공간이라는 장소에서 책임있는 응답과 상호돌봄을 위한 장소가 될 수 있을지, 대안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가 열릴 환대의 장소가 될 수 있을지 ? n번방 등 각종 디지털성범죄를 생각하면 암울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재난의 피해는 약자들애개 더 가혹해 결국 코로나재난으로인한 단절사회가 아니라 연결을 위한 돌봄과 공생의 공간을 만들고 살아살 수 밖에 없지, 이럴 때 일수록 삶을 지속시키기 위한 생태적 윤리와 성찰성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 모악산 숲길을 걸으면서 나를 둘러싼 공간과 사람들 나아가 반려종, 지구의 다양한 타자들과의 관계망을 만들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돌아보는 시간이네. 또한 요즘은 페미니스트sf와 코로나관련 최신 주제논문을 찾아 읽고, 연구공모사업의 진행을 위한 연구설계, 설문지작성과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지내고 있어 그런지 나와 다른 타자들의 삶에 대해 상상과 공상을 반복하게 되네. 타자와의 만남과 접촉의 공간에서 환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서로에게 그런 책임있는 응답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 논문을 읽다가 상호존중과 상호부조라는 인류공동체가 찾아낸 최선의 웅대의 원리라는 글을 읽게 되었어. ‘상호존중과 상호부조에 토대를 둔 환대’ 상호부조-서로돕는 것 말이지, 이웃, 친구, 가족이 빠르게 소멸되고 있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상호간의 환대가 되도록 상호존중과 상호부조로 응답하는 접촉과 관계를 하고 있는지 나를 돌아보게 되었어.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타자(여성)들은 나보다는 존중과 부조로 돌봄이 훈련되어 공동체에 훈련된 타자들인데, 관계속에 취약하고 인색한 나를 반성하게 되었어, 10년 산책독서모임원들의 생일을 이제야 적고 관심을 갖고 기억하게 되면서 연결의 관계맺기를 시작하네. 참 H와 EE의 생일도 알려주시길,
화,수요일은 대구에 다녀왔어, 겸사겸사 단체 2곳을 방문했는데, 한곳은 캄파눌라 꽃으로 나를 환대해 주었고(그러고 보면 선물만한 환대의 행위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사전 인터뷰조사로 방문한 곳은 사무실을 이전하고 처음 가게된 곳이야. 지난해 여름 긴장마(지금 내리는 비는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환경활동가의 말처럼)물난리로 사무실을 이전하게 된 곳인데, 어려운 재정상황에서도 활동가들과 회원들의 십시일반 상호부조로 이전하게 되었어, 사무실곳곳의 당당히 자리를 차지한 주인같은 화초들과 공존하는 활동가들(참 식물이 주인이 되는 공간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공간일 것이야, 짜투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공간으로 나와 같은 이방인(손님, 나그네)을 환대해 이웃과 친구로 만드는 열린공간, 따뜻하고 편안하더라고. 나에게도 친숙한 알라딘 굿즈들의 환영의 몸짓들. 봄밤 2-30친구들의 행페(행복한 페미니즘) 모임을 참석하고 페미니스트라이프스타일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어. 오랜만에 6명의 처음 본 낯선사람들과 환대의 공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또한 늦은 밤까지 수제맥주집에서 맥주맛을 보며(음식을 제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환대문화 만남과 사귐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지, 20-30년 아니 50년 동안 살면서 몰랐던 사람을 세계를 접하는 순간이라니. 새삼 타자의 삶과 세계에 들어가 공존의 기술을 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사람을 성장시키는 아름다운 체험인지 알게 되네. 몇일전 한겨레 21에서 혁신가 21명의 인터뷰기사를 읽었는데. 혁신가들이 말하는 변화를 이끄는 순간과 방법으로 3가지를 꼽았는데, 나도 전적으로 공감했어. 첫째가 경험이었고, 둘째가 다른공간, 셋째가 사람이었어. 하고싶은 것은 다해봐야 별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해보지 않고서는 내게 맞는지, 맞지 않은지 알 수 있다는 것이었어, 실패해도 배울 수 있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과정에서 성장한다고, 시작과 출발을 해서 원하는 결과를 갖지 못하더라도 경험을 끝내고 나서는 다른 내가 되어있을테니까. 둘째 다른 공간은 먼곳으로 떠나 다른 일상을 살아보는 것, 역시 셋째는 사람이지 변화를 바꾸는 가징 큰 힘은 사람이지 않을까? 코로나재난으로 시작한 연구사업이지만 덕분에 3가지의 변화를 통해 내 삶을 확장시키는 경험과 순간순간 기쁨을 주네. 방문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둘러본 김광석거리, 아파트개발바람에 들썩들썩한 주변에도 불구하고 골목길 한쪽에 낯선 나그네에 자리를 내어 주는 나무벤치와 풍경소리, 작은 돌위에 깨진 기왓장에그림을 그려 ‘꽃길만걸으소소’ 환대하는 작은 공간, 바람과 함께 한참을 머물렀네. 거창하지 않더라도 낯선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공간이 조금 더 많아지는 거리, 마음, 도시, 공동체라면 좋겠다. 나도 나의 마음에 작게라도 환대의 자리를 남겨놓은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어지네.
바람이 좋아지는 봄날, 바람을 환대하고 바람과 공생하길
남은 나의 4월은 바람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순간 조금 더 많이 찾고. 머물러야 겠어.
덤으로 바람은 나무의 언어라는 시인의 말처럼, 푸른4월의 나무가 전해주는 말을 듣고
H의 대동물과 소동물들에게 전해주길.
이주란의 소설 ‘별일없구요 ?’처럼 별일 없길 바라며. 잘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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