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3
LETTER # 8 봄이 오는 길목에서 삶의 브레이크를 걸고
바쁘다는 개인만의 감각과 기준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를까 ? 하루 24시간 중에 몇시간은 나도 모르게 사라지고, 종종걸음으로 자판의 레일을 걷고 걷고 달리고, 끝은 보이지 않고, 차곡차곡 책상옆에 쌓이는 책들, 갑자기 하늘에 툭 떨어지거나 숨어있다 나타난 처리해야 할 사소한 것들, 매끼 먹고 자야하는데....냄비 속 뭔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넘칠랑말랑, 결국 넘쳐 증발해 버린 마음. 마음의 냄비에 담긴 영혼을 잃어버릴지도 몰라. 3월도 봄도 지나치지 않도록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삶의 (속도)브레이크가 아닐까 싶어. 등반 브레이크라는 단어가 떠오르네, 등반을 하다보면 적지않은 수의 뛰어난 클라이머들이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산에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왕왕있어. 자신의 체력과 기술, 날씨와 운 등 등반브레이크가 없는 거지. 고공행진 하듯 더 높이 더 첨예하게 오르는 것을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것이지. 브레이크 없는 등반의 끝은 죽음.
자신만의 삶의 브레이크가 있어 속도를 조절해야지 싶어. 삶의 브레이크라?
지난 연휴내내 한가한 2월의 마지막 연휴를 봄비와 함께 제법 두꺼운? 책들과 함께 독서를 했어. 주말엔 소설 읽는 날. 한가한 주말 독서를 생각하면 설레고 기다려지지. 독서가 있는 휴식이 삶의 브레이크 하나. H의 지난 편지에 담긴 양생프로젝트의 ‘양생(養生)’이 두 번째 나의 삶의 브레이크. 삶을 보살피는 기술-일상의 돌봄과 더불어 먹을 것을 가리고 몸과 마음을 다스려 건강관리를 잘하는 것. 몸과 마음을 먹고 자고 일하고 운동하는 돌봄에 정성을 들이고 삶을 가꾸는 기술을 익히고 소중히 여길 것. 세 번째 삶의 브레이크는 꿈이 아닐까 싶어. 자신만의 꿈을 통해, 그 사람만의 삶의 질(방향)과 속도를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 3월에 함께 읽기로 한 홍은전의 ⌜그냥, 사람⌟의 ‘벗바리’라는 장에도 브레이크가 등장하지, 그녀는 이 사회가 이토록 형편없이 망가진 이유가 세상의 브레이크 같은 존재들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하지, 가장 먼저 위험을 감지한 장애인, 가난한 사람들, 병든 노인들, 약자들은 사회의 브레이크, 그들에게 속도를 낮추고 상처를 돌보았어야 한다고...바쁜 3월 H만의 삶의 브레이크로 ‘토요 양생프로젝트’ 건강을 위한 보양음식만들어 먹는 프로그램같은데(ㅋㅋ)즐겁게 공부하길 바랄게.
캔리우의 ⌜종이동물원⌟을 읽고, 하루 종일 그의 14편의 단편에 대해 글을 쓰고, 몇몇의 내 취향 저격인 작품들을 보며 한자의 매력에 푹 빠졌어. 특히 ‘파자점술사’에 나오는 간선생의 형성, 상형문자들의 풀이를 통해 그 사람의 운명을 풀어내는 것이 신비롭고 흥미로웠어. 마치 나를 먼 과거의 깊은 동굴속으로 데려다 놓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비밀을 전수받는 느낌. 나이들어 산이 내다보이는 나만의 동굴에서 괴/고문서와 함께 즐거운 씨름을 하는 노후도 좋을 것 같고, 멈추었던 한자공부를 해야 하나? 글/문자/책/기호라는 상징과 그 언어가 담고 있는 세계 결국 말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것. 사람의 마음의 능력은 맹자의 말처럼 知言, 말을 이해하는 것이 시작이겠지. H의 ‘양생 養生’ 어설픈 간선생을 흉내내면, 生 위해, 養 양은 기르다 성장시키다 튼튼하게 하다는 뜻이지 왜냐면 본래 羊 양은 신에게 바치는 상서로운 동물이고 食 밥식은 집안에서 그릇에 음식을 먹을 모양이지. H를 포함한 20명 개별 性 (心과 生의 결합)들을 말을 통해 마음을 읽고 알아가는(먹는) 재미를 느껴보길, 혹 마라톤에서는 사점(死點)이라고 데드포인트가 있는데, 너무 힘들어 달리기를 포기하고 싶은 시점을 가르키는 말인데, 러너들은 사점은 2분을 넘기지 않는다고 2분동안만 견디면 된다고 보폭을 적게 하고 천천히 앞을 보고 쉼호흡을 하고 자신의 호흡을 컨트럴하면서, 극복하라고 하지. 지나간다고. H의 토요양생프로젝트의 사점이 오면 초콜릿을 준비하는거야. 뇌를 녹일만큼의 달달한 것을 20명에게 나눠주는 거지. 특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 큰 것을 주도록, 가끔 나의 뇌신경을 자극한다면 잣을 주어도 좋고, 엿은 주지말고.....H의 소리없는 초콜릿 쟁투, 철없는 소리 해봤어.
핫한 세명의 여성학자들이 안내하는 길(道)을 따라 흥미로운 20명의 개별 주체(主體)들과 각각의 고유한 정체(正體)들의 복합(複合)적인 몸과 마음을 페미니즘이라는 사유의 그룻에 담아 인지과학(認知科學)으로 흔들어, 순간순간 낯선 쟁투(爭鬪)의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앎을 넓히길 바래. 몇일 전 신문에서 읽은 정희진의 글이 생각나네. “지식은 인식자의 자기심리의 산물, 앎은 대상에 대한 자기의 생각이다. 결국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모르면 자신이 아는 지식도 알 수 없다” H를 포함한 20명의 ‘양생’을 위한 몸과 마음의 쟁투기록 기대할게.
H가 꿈을 그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매주 꿈작업 꿈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모임을 계속하고 있는지는 몰랐어.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네. 난 자고일어 나는 꾸는 꿈이 아니라 ‘나는 무엇이 나를 나이게끔 하는가 ?’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 나이게끔 하는 것에 대해서, 봄이 오니까 우선은 2019년 백두대간종주 이후 멀어진 산과 함께하는 걷고 오르는 꿈. 기회되면 봄길을 걸으며 만날까? H의 월화수목금토일 중 브레이크를 거는 날에
2월까지 읽고 쓰고 달리는 일상에서 3월에는 일하기 위해 시간을 내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쬐금이라도 서근서근하고 친절해야지. 봄이 오면 산에 오르고, 꽃이 피면 꿈을 꾸기 위해 꽃그늘아래에서 해찰도 하면서 말이야. 꽃소식과 함께.
... 중략....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이해인의 ‘봄이 오는 길목에서’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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