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쓰기 writing

LETTER #5 꽃을 벗삼아 시름을 잊고 향기에 취해 길을 떠나는 봄

지산22 2021. 2. 11. 10:29

20210210

 

LETTER #5 꽃을 벗삼아 시름을 잊고 향기에 취해 길을 떠나는 봄

 

수요SF페미회 독서모임을 화상으로 방금 참여했어. 낯설었던 온라인 화상의 만남이 평범한 일상이 되었어. 작년까지도 불편했던 비대면이 익숙해지고 있네. 인간은 적응의 동물로 모든 것이 익숙해지는 존재라는 말이 떠오르네. 코로나의 뉴노멀이 이제는 노멀이 되는 시대. 포스트코로나시대 우리는 지금 AC 1(After Conora)을 살아가고 있어. 디지털산업이 가속화되고, 디지털디바이드 즉 디지털 격차가 우리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더불어 노동시장의 변화와 디지털로인해 노동 불평등과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는데...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기업들은 코로나특수로 4조원의 최대실적을 올렸다는 오늘 신문기사. 감염병위기에 40만원도 벌기 어려운 소득과 생계위험의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나(젊지 않은, 저소득층, 여성 취약계층)의 미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 노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 나와 같은 취약계층의 노동현실은 어떻게 전개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코로나상황이 나아진데도, 코로나로인한 2년간의 격차는 그동안의 보이지 않았던, 보고 싶지 않았던 풍전등화같은 내삶의 밑바닥을 낱낱이 드러내주었어. H의 편지를 받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을 보냈어. SF소설의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보다 더 생생한 현실의 노동이라는 절망의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락 : 도저히 벗어나기 힘든 절망적인 형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영어로는 Hell 정도 되겠네)

 

김혜진의 소설 ‘9번의 일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차등분할(비정규직, 기간제, 임시직, 파견직, 특수고용직 등)된 불안과 모멸로 가득한 노동시장에서 노동자, 사람이 아닌, 언제든지 대체가능한 기계보다 못한 싼 상품으로 전락하지. 상품으로 전락된 인간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 인간다움이 사라진 인간이 되어 제어할수 없는 야만과 폭력만이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 가끔 야만과 폭력만 남은 인간하면 할아버지들이 떠올라, 적지 않은 수의 나이든 남자노인들의 무례하고, 극악스럽고, 무능하면서도 큰소리에 윽박지르고, 멸시하고 이용하고, 사납고 모진모습을 왕왕보잖아.

 

이제까지 자본주의 노동시장의 나락에서 살아온 나의 노동이력과 신자유주의가 만든 헬에서 노동자로서도 미달인데, 신자유주의의 생존법칙은 각자도생이잖아. 고단한 삶의 문제를 각자가 해결하는 능력이 있거나 성공하거나 돈이 많거나...무능력한 상품으로서 상품이 아닌 인간으로서 노동을 하면 살아간다는 것은 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해. 취약한 사람을 버틸 수 있게 하고 한걸음 나아가게 하는 것이 사회안전망-복지인데 복지는 개인의 삶을 개선하는 사회적 해법인데,,, 우리사회는 더디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존노동을 어떻게 할까 ? 존재노동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사회/공동체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비관적이지 ?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진부하지만 희망이지, 절망이라는 동전의 양면 희망. 희망은 원하는 목표를 찾고 그 방법을 실행하는 유능감인데.

 

희망은 우리의 삶, 미래, 도전, 혼란, 어려움, 기회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렌즈다

- 헤더피스크의 희망의 효과 Hope in action’ 중에서

 

나의 포스트코로나시대의 희망을 찾자면, 찾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어.

1) 오늘하루를 살아가는 것, 견딜 수 있는 용기와 맺집 (인생의 지구력을 기르자)을 키우는 거지

2) 소중한 사람, 동물들, 사람들, 공동체와 함께 한다는 것(보고듣고보살피기, 목소리내고 외치기)

3) 내일의 나- 내삶의 우선순위에 몰입하자

4) 어떻게 죽을지 생각할 것-생존노동과 존재노동/ 의미있는 삶이란

 

오늘하루를 살아가는 것, 견딜 수 있는 용기와 맺집 (인생의 지구력을 기르자)을 키우려 자잘한 타격을 하지. 나의 일상을 이모티콘으로 그려 마음을 담고, 온몸을 깨워 달리고, 걷고, 먹고 자고 보고 읽고 쓰고.....오늘을 사는 용기(긍정)와 맺집을 기르기, 정세랑의 지구에서 한아뿐의 소설처럼 우주를 가로질러 나의 세계로 와 머물다 간 사랑했던 소중한 사람과 동물을 떠나보내고, 친구와 공동체를 다시 꿈꾸며 인생의 우선순위를 생각해. 외로움과 죽음을 곁에 두며, 세계를 읽어가며 삶의 의미를 찾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공동체를 엮는 연습을 하는 것과 생존노동을 어떻게 할까 ? 존재노동과 생존노등을 일치하기 위해 오늘도 감사하며 버티고 있어.

 

H의 편지를 보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 생각을 해. 조직에서 일하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갖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쉽지 않겠지, 그러면서도 요즘 개인별 인식의 차이와 세대간 경험의 차이의 존재를 많이 느껴. 원칙은 동의해도 개별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우선순위와 이해가 다르더라고. 작년 비전대학생들 특강을 하게 되면서 고민했던 내용 중 하나였어.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 ? 노동자의 생존전략, 포스트코로나시대 노동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 일반적인 문제해결능력과 협업, 소통할 수 있는 능력 3가지가 중요하게 다뤄졌지, 첫 번째 문제해결능력은 개인의 경험과 반복적인 훈련과 습득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그 속에는 공동체의 윤리, 팀웍의 능력 등 인지적 스킬과 더불어 사회적 스킬이 들어있어. H가 말한 노사갈등보다는 문제에 대한 개인의 인식차와 경험의 차, 공동체와 팀웤에 대한 것을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 그과정에서 근로계약서와 (적당한)업무분장, (적절한)권한배분, 조직의 구성원들이 알 수 있도록 명시적 또는 공시화 시켜야 하지 않을까 ? 두 번째는 협력이 중요해지는 시대, 신뢰가 없다면 협력도 없다. 협력은 쉽지 않아 서로가 서로에게 능력있는 인간인 동시에 서로에게 친철한 인간이 되어야 가능하거든, 요즘 신뢰Trust는 믿을 만한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Trustworthiness 상대방이 나를 위해 일할 의지가 있는가와 일할 능력이 있는가까지 나아가거든. 셋째는 소통능력이지, 이 세상에서 가장 먼거리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거리라는 말이 있어. 기본적인 의사소통능력에서 중요한 것은 적절한 자기주장성과 타인수용성으로 드러나는데. 의사소통은 두축이 작용하고 있어 한축은 가치와 한축에서는 자신감이지 가치도 높고 자신감도 높으면 교감이나 협력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반면 가치는 낮은데 자신감이 높으면 오만, 자만하고, 가치는 높으나 자신감이 낮으면 스승과 제자처럼 의존적인 태도를 보이고, 가치도 낮고 자신감도 낮으면 무력하거나 입을 열지 않지. 가치와 자신감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한 협업을 하는 경험을 쌓길 바래.

 

H가 전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시키면 하는 일이 아닌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 세상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이 10%도 안된다고 하더라고, 현재 H 삶의 우선순위가 궁금했어.

 

아마도 대부분은 좋아하는 일을 잘해서 돈도 버는 것(0.1%미만),

좋아하는 일을 잘하지 못해 돈을 못버는 것

좋아하는 일을 잘해도 돈이 되지 않거나, 조금 벌거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해서 돈을 버는 것

좋아하는 일 따로,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돈을 버는 것,

잘할 수 있는 일이 돈이 되지 않거나

 

어떻게 할까 ? H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 그와 더불어 일을 한다면 만족, 보상, 보람, 재미 4가지를 다 갖고 일하고 싶은 것인가 ? 아니면 무엇이 H의 현재의 삶에서 중요할까 ? 짐이라고 생각하는 보따리를 풀어 일상이라는 놀라운 치유의 기적을 믿어보길.

 

삶은 모든 것을 일시에 날려 버리는 대청소보다는, 비루한 매일을 조금씩 나누고 협상하는 갱신에 과정에 훨씬 더 가깝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평범한 삶이 대개 그렇게 빛나듯이, 그 진부한 갱신의 지속으로부터 때로는 미칠 듯이 경이로운 모습이 생겨난다

- 김봉권의 그런생활중에서

 

10년 후 살게될 설레는 삶은 지금의 노동의 시간이 쌓여

단단해지고 2022년의 H를 만들테니.

 

H. 코로나에도 봄은 차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성큼성큼 걸어와 줄 껄.

아래동네 산수유, 매화의 소식은 편지로 받고

개나리가 부르면 모악산을 오르고

순한 진달래가 손짓하면 지리산에 갈까

휘날리는 봄눈 레이스, 벚꽃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려야지.

꽃을 벗삼아 시름을 잊고 향기에 취해 길을 떠나는 봄.

 

명절 새해 복 많이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