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1
달리기와 존재하기 30 : 아름다운 욕심
• 오늘 총 11.04k 2021년 달리기 135.22k
(2월 21일 비대면 6번하프대회-제18회동계마라톤 도전)
2월 10일 수 11.04k
날씨 : 구름낀 날, 포근하다가 다소 바람불다 8 ⁓ 10℃ 낮 3:20-4:42
복장 : 바람막이자켓과 집업티, 레깅스, 모자, 선글라스
코스 : 삼천천변(삼천교-신평교-원당교-신평교-삼천교-집) 총13K 중
기록 : 11.04K (1:18:12 07'05''/ 05'49'')
자전거타기 1시간
집에 오자마자, 운동화를 싣고 달려나갔다. 천변의 하늘은 빛바랜 회색이다. 내마음속 짙은 구름이 렌즈가 되어 세상을 흑백으로 사진찍고 있다. 우중충한 마음의 필름을 현상하면 답답함과 우울이 드러날까? 작년12월부터 치과치료를 받고 있다. 기약없는 치료에 노쇠하는 몸과 삶의 비애가 새삼 다가온다. ‘삶은 가까이서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오른다. 오전일찍부터 마취주사를 맞고 치과치료를 받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도 내내 종종거리며 이리저리 휩쓸려다니고 빈껍데기만 남은 것 같다. 1시간이 지나면 풀린다는 마취주사가 오전내내 내삶을 마취시켜 슬픈 자화상을 그리게 한다. 부질없는 약속, 허무한 관계, 허텃하고 원망스럽고, 비천한 처지와 노쇠한 몸, 나약한 중생의 번뇌가 밀려온다.
달리기가 나를 부른다. 마음속 가득한 뭔지모를 응어리를 풀어보자고, 조금이라도...
달린다. 무조건 달리자.
눈을 멀리 보고, 심호흡을 하고 체간을 똑바로 세우고, 한걸음한걸음 내딛고 달려보자.
지금할 수 있는 건 달릴 수 있는 것 뿐, 달릴 수 있는 몸에 집중하는 거야.
달릴 수 있다는 것에만 감사하자.
답답한 응어리가 연료가 되어, 달리기에 연소된다.
내삶이 불완전하더라고 노여워하지는 말자.
어라 ! 달리기의 속도가 부상전의 페이스로 회복되는 것 같다.
노쇠하다고 구박받던 내몸이 가볍게 뛰어오른다.
속도를 올려볼까 ?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고 어리석은 짓을 반복한다.
워워! 다 때가 있어, 지금은 페이스를 조절할 때
아름다운 욕심이 차오른다.
꾸준히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인생레이스를 달리자.
달리기에 탕진하는 지금 이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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