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지나 dreaming/음미하기 28

작은 말 한마디 흘러 넘쳐, 이렇게 명랑한 꽃 한송이 (에밀리 디킨슨 6)

작은 말 한마디 넘쳐흘러 에밀리 디킨슨(1830∼1886) 작은 말 한마디 넘쳐흘러 듣는 이는 누구나 추측했다 열정이라고, 또는 눈물이라고,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흘러, 전통이 성숙하여 쇠퇴하니, 웅변인 듯하다 - 이렇게 명랑한 꽃 한 송이에 에밀리 디킨슨(1830∼1886) 이렇게 명랑한 꽃 한송이에 마음을 빼앗겼으니 비통한 마음 이었다 - 그렇다면 – 아름다움은 고통인가? 전통은 알아야 한다 - : 에밀리의 시집을 골라 옮긴 박혜란은 ”백년도 훨씬 전 그것도 미국 시인인데 요즘도 읽으 만 합니까?“하고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시가 읽을 만하다는 것은 ”시인이라는 발화의 주체가 시를 쓴 순간이 아닌 발화 이후 시를 인식하고 사유하는 언어의 주체와 시가 조우하는 순간 작동한다. 우리에게 남겨진 시는 읽는..

마녀에는 계보가 없다 (에밀리 디킨슨 5)

마녀의 마법에는 계보가 없다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마녀의 마법에는 계보가 없다 그것은 우리가 숨쉴 때부터 존재했고 그것이 나갈 때 문상객들이 그것과 마주치는 우리 죽음의 순간 - : 작가의 3권째 –(박혜란 옮김/2019)- 시집을 펼쳐 읽는다. 옮긴이 박혜란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작가의 시를 읽으면서 페미니즘 시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고 한다. 에밀리 디킨스 시를 번역해 시집을 만들고 있다. 에밀리 디킨스 그림시집 4권과 에밀리디킨스 시선 시르즈 4권 총 8권의 시집을 엮어 출판했다. 는 작가의 다양한 주제의 시들을 골라 엮었지만 그 중에서도 다른 시집보다 여성자아가 강하게 드러난 시들이 많다고 전한다.

아침이 전보다 순해졌다 (에밀리 디킨슨 4)

아침이 전보다 순해졌다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아침이 전보다 순해졌다 - 밤들은 점점 밤색이 되어가고 - 산 열매 빰은 더 포동포동하고 - 장미는 외유 중이다 단풍은 화사한 스카프 걸치고 - 붉은 드레스 차려입은 들판 - 구식 차림 안 되려면 나도 뭐든 액세서리 하나 해야 겠다 : 순하다-고분고분하고 부드럽다-. 순두부는 좋아하는데, 순하게 살 수 없었다. 아침이 전보다 독해졌다. 천변은 꽁꽁 얼어가고, 몇 일째 강추위가 계속되고 천둥오리는 외유 중이다. 거리엔 온통 검은색 롱패딩, 나도 너도 구식차림

마음에는 문이 많아 (에밀리 디킨슨 3)

마음에는 문이 많아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마음에는 문이 많아 - 나는 그저 노크할 뿐 - 혹시라도 달콤한 “들어오세요” 들릴까 귀를 쫑긋하고 있을 수 밖에 - 퇴짜 맞더라도 슬프지 않아 내겐 늘 있는 일이니까 어딘가, 거기 존재하는 지존 : 50이 지나, 삶이라 껍질을 벗기고 보니, 슬픔이라는 속살이 자주 드러난다. 슬픔은 어쩌면 인생의 가장 가까운 친구일지도, 그 친구가 예전만큼 슬프지 않다. 인생은 늘 슬픈 일이 있으니까 어딘가, 거기 존재하는 지존 슬픔이여. 지존의 원문을 살펴보니 ‘supremacy’ 였다. 최고, 우월, 우위. 지존 이라는 뜻인데.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어제는 에밀리 디킨슨의 2번째 시집-을 읽었다. 시집 첫장을 펼치니, 에밀리 디킨슨이 평론가 히긴..

꽃잎 (에이미 로웰 3)

꽃잎 에이미 로웰 (1874∼1925) 삶이란 흐르는 물결 같아 우리는 심장에서 꽃잎을 뜯어 하나둘 물 위에 뿌린다. 결말은 꿈속에서 길을 잃고 꽃잎은 시야를 벗어나 떠내려가니 우리는 기쁘게 시작된 삶의 시작만 바라 볼 뿐이다. 희망을 가득 품고 기뻐 빰을 붉히며 갓 피어난 장미 꽃잎을 뿌린다. 얼마나 넓게 퍼질지 얼마나 멀리 가 닿을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한다. 꽃잎은 모두 강물을 따라 흘러 흘러 무한한 길 저 너머로 사라진다 세월이 서둘러 가는 동안 우리는 홀로 남겨지고 향기는 여전히 머무는데, 꽃잎은 저 멀리 흘러가고. :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시다. 봄이 기다려진다. 흩날리는 꽃잎아래 세월을 실어 삶을 아름답게 노래해보리라. 삶이란 흐르는 물결 같아 우리는 심장에서 꽃잎을 뜯어 하나둘 물 위에 뿌..

택시 (에이미 로웰2)

택시 에이미 로웰 (1874∼1925) 당신에게서 서서히 멀어질 때 세상은 축 늘어진 타악기처럼 의기소침하게 울립니다. 쏟아지는 별을 향해 당신을 부르고 바람 부는 능선에 대고 소리칩니다. 길 하나가 스쳐 지나면 또 다른 길이 빠르게 엄습하여 당신을 아득히 밀쳐내고 도시의 불빛이 눈을 찔러 당신 얼굴이 더는 보이지 않습니다. 밤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상처 입히면서 어찌하여 나는 당신을 두고 떠나야 하나요? : 쏟아지는 별빛아래 당신을 부르며 달리고, 바람 부는 능선에 올라 소리없이 울었다. 시간의 선물이 당신의 얼굴을 지워주고 그렇게 이별이 내게로 왔다.

고집스러운 생각 (에이미 로웰 1)

고집스러운 생각 에이미 로웰 (1874∼1925) 생각 하나가 고집스레 이어지면 그 속엔 고문이 도사립니다. 아무리 다정하고, 떠올라 기뻐도 지친 마음엔 그 생각은 아프기만 합니다. 흐릿한 기억이 습관처럼 떠오릅니다. 부러 떠올리려 하지 않았으나 우리 사이의 오래된 그 모든 기쁨이 거듭 되살아나 미묘하게 고통을 줍니다. 습관이 되어, 몸부림치지만 또 사로잡힙니다. 당신은 내 심장을 둥지 삼아 서식하고 있습니다. 내 삶에 평화로운 듯 날개를 접고 내려앉아 나를 얼마나 무겁게 짓뭉개는지 당신은 짐작도 못 합니다. 내가 당신을 지독히 사랑하기에 당신은 정당한 내 자유를 얽어매는군요. 인제 그만 처뜨린 날개를 펼치고 훨훨 날아가 주세요. 에이미 로웰 (1874∼1925 미국, 시인, 평론가) 그녀는 여자에게 고..

잃어버린 날을 꼽아 보라(조지 엘리엇)

잃어버린 날을 꼽아 보라 조지 엘리엇 (1819∼1880) 일몰의 자리에 앉아 자신의 지난 행동을 꼽아보라. 그렇게 꼽으면서, 찾아보라 이타적인 행동을 했는지, 말 한마디로 듣는 이의 마음을 위로했는지, 극진한 눈길 한 번으로 햇볕처럼 따스하게 비췄는지 - 그러면 그날은 가치 있게 보낸 날로 쳐도 좋다. 하나, 생을 살면서 어느 한순간 누구의 마음도 격려하지 않았다면 - 이 모든 날을 살면서 누군가의 얼굴에 햇볕을 비춰 준 순간을 떠올리지 못한다면 - 비싼 값을 치르지도 않건만 한 영혼을 돕는 작디작은 행동 하나 하지 않았다면 - 그 날은 잃어버린 것보다 못한 날로 쳐야 한다. : 부끄러운 장면이 떠오른다. 언젠가 지인들과 남쪽의 첫 봄을 서둘러 맞이하러 간 적이 있었다. 꽃샘추위에도 환한 온기를 전해주..

“희망”이란 놈과 “희망”에 대해 (에밀리 디킨슨 2)

“희망”이란 놈은 깃털이 있어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희망”이란 놈은 깃털이 있어 - 영혼에 자리를 틀고 -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지 - 멈추는 법이 없자 – 절대 - 그런데 가장 달콤하기는 – 강풍 속에서 – 들릴 때 - 살을 에는 폭풍도 몰아치고 - 그래서 이 작은 새는 수줍을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 많은 이들을 따뜻이 해줬지 - 나는 몹시도 추운 땅에서 들어봤어 - 너무나 낯설었던 바다 위에서도 - 그럼에도 – 결코 – 극단에 빠지지 않았고, 그 녀석은 부스러기 하나 달라 했지 – 내게 Emily Dickinson (1830∼1886) “Hope” is thing with feathers - That perches in the soul - And sings the tune w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