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reading /소설읽는 밤

sf11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을 읽고

지산22 2020. 11. 27. 18:26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2020/허블)을 읽고

 

천선란의 천개의 파랑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작으로 단 숨에 읽어 내려간다. 2번인가 시큰해진 눈동자, 눈물이 흘러 내리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주는 슬픔과 따듯한 여운이 좋았다. 또한 나에겐 콜리라는 강인공지능로봇 때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기도 하고 인간을 뛰어넘는 로봇이라는 존재의 탄생이 흥미롭고 신비롭다. 우주의 원리인 우연과 필연이라는 생명탄생의 기적처럼.

 

2035년 가까운 미래의 배경이다.

로봇만들기 등 천재적인 능력을 소유한 주인공 17세 연재가 장애(척수성 소아마비로 휠제어 사용)를 가진 언니은혜와 함께 안락사를 앞에 둔 투데이라는 경주마와 인공지능로봇기수 (브로)콜리를 중심으로 수명이 다한 투데이의 마지막 경주를 달릴 수 있도록, 행복한 달리기의 기적을 만드는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천 개의 파랑, 천개의 하늘을 담는 인간과 동물, 인간과 기계(로봇과 인공지능), 생명과 무생물의 공존과 따듯한 연대를 그린 디스토피아속의 유토피아를 만드는 감동을 맛보게 한다. 좌절과 절망, 고통과 상처, 불평등과 차별속에서도 행복과 희망을 놓치 않고 만들어 가는/ 갈 수 미래의 사람들, 동물, 차가운 기계임에도 치유와 위로의 온기가 느껴지고 전할 수 있는 이들...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느냐?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냐에 대한 물음이다.

 

책속에서는 15년 후의 미래의 기술발전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상용화되는 휴머노이드가 등장한다. 먼저 경마장의 기수(빨리 달리는 경주마에 적합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스트린(거리의 쓰레기 처리 로봇), 각종사무직, 서비스 휴머노이드 베티(은행, 매표소, 편의점, 식당 등), 소방관, 경찰관, 응급 등 재난 구조용 로봇 다르파들이다, 휴모노이드가 대체한 미래의 노동시

장은 로봇과 인공지능분야의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수의 사람들은 노동시장에서 퇴출되고 사회의 불평등은 심화된다. 로봇들이 대체한 미래, 휴머노이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소방관이었던 연재의 아빠는 사고로 죽고, 엄마 보경은 식당을 하며 홀로 자매를 키운다. 연재 엄마 보경은 휴머노이드를 보면 빼앗긴 적이 없는데 빼앗긴 기분이었고 버려진 적이 없는데 버려진 기분이었다휴머노이드가 빠르게 인간을 대체하고 특히 빈곤한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인공렌즈삽입도 인간의 뼈대와 관절을 재현한 생체적합성 소재를 이용한 시술도 받을 수 없는 다수의 사람들...

 

1) 기술의 발전이 누구에게, 누구를 위해 어디에 사용되는가 ? 기술로 우리 모두 사이보그가 되어야 하나 ? 기술에 도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은 ?

 

책속에 등장하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상되고, 나는 어떤 로봇을 필요로 하는가 ? 집사로봇, 스승(사소한 질문부터 책읽기와 전문지식과 경험, 체험 학습지도)로봇, 1인이동자율주행로봇 겸 운동 트레이너 로봇 등 생각하다보니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인간 혼자 하던 일을 인공지능이 인간을 보조하면서 훨씬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긍정적인 시너지효과.

 

그러나 휴머노이드의 편리와 효율은 어떤 인간들에게 돌아갈까 ? 더 많은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불필요한 노동을 대체하고, 인간에게 풍요로움과 자유를 돌려주지 않을까 ? 하는 막연하고도 낙관적인 기대는 부의 불균형 분배,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세기적 과학기술은 세기적 윤리 문제의 쌍둥이라는 글을 읽은 적 있다. 과학기술은 그 자체보다 사회적 수용과정에서 간접적, 부차적으로 폐해가 일어나고 나타난다고 한다. 신기술이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과 결합되면 새로운 계층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의 인간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반복될 것이므로.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계층갈등을 유발하기도 하고 기존의 갈등체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다. 어쩌면 기술의 발전보다 더 필요한 것은 발전된 기술을 어디에, 누구를 위해 사용하는지 사회 윤리적 상상력과 논의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이보그라도 괜찮아 ?

인간은 기계와 결합하는 사이보드로 진화할 것인가 ?

사이보그기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

 

소설속 연재가 만든 소프트휠 체어는 인공근육이 장착되어 휠체어 바퀴가 장애물모양에 따라 변형되어 자유롭게 이동과 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신기술이 인간이 진정으로 가고싶고, 외롭지 않기 위해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위해 은혜의 다리가 되는 휠체어. 은혜는 세상이 조금만 더 자신을 남들처럼만 대해준다면 사이보그 따위는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고가의 다리부착수술보다는 더 필요했던 건 인도를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리프트, 횡단보도의 여유로운 보행자 신호, 버스와 지하철을 누구의 도움없이 탈 수 있는 안전함이었다.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아도 다닐 수 있는 환경, 도움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이 아니라 연재는 누구는 쉽게 수술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 수술은 누군가에게는 불가능한 비용이라고. 그리고 어떤 사람은 온전한 두 다리를 갖고 싶은게 아니라 다리는 형체일뿐 진정으로 갖고 싶은 것은 자유로움이라고 가고자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움말이다. “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아주 잘 만들어진, 오르지 못하고 넘지 못하는 것이 없는 바뀌만 있으면 돼요.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서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연재는 말한다.

 

새로운 시대와 기술에 도태된 사람들의 삶은 어떤가 ? 인공지능시대의 흙수저 ?

이 질문은 아날로그에 익숙한 내가 디지털 세상의 진입과 코로나 이후 디지털세계 가속화에 따른 현재이기도 하다. 마치 연재의 엄마 보경처럼 말이다.

보경이 보기에는 시대의 흐름에 탑승하지 못한 애견된 추락일 뿐이었다. 길거리에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낸 휴머노이드를 보고도 자신과는 엮이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도태의 씨앗이 된 게 분명했다.....하지만 그 시대의 역풍과는 전혀 다른 바람이 불어와 보경을 낭떠러지로 밀었다

 

몇일전 지인이

샘 그러다가 행버거도 못시켜 먹으면 어떻게 해요 ? 배워야 해요

나 햄버거 안 좋아해

걱정마 머지않아 곧 강인공지능 로봇이 나와서 나 대신 따라다니면서 다 해 줄꺼야

노안이라 눈을 바꾸고 싶어, 기술이 발달 되어 만능인공렌즈을 넣는거지, 생체이식을 할 거야 ? 아님 안경을 쓸 거야 ? ”

 

SF세계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지금)현실과 미래를 떨어져 생각해 보게 한다. 사고실험인 셈이다. 궁극적으로 SF를 통해 미래가 아니라 현재, 현실의 패러다임을 깨는 상상력-현재상황의 저항의 씨앗이 길러지는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기술이 인간을 변화시켜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된다는 것-인간존재는 어디까지 변할까 ?, 인간으로 남아있길 원한다면 반드시 보존되어야 하는 것은 인간적인 것무엇일까 ? 강인공지능이 나오는 시대의 기술이 인간의 삶과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고 위험하게 할 것인지 ? 그렇다면 현재의 기술발전과 사용의 우선순위와 선택들을 명확히 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일 아닐까.

 

2) 행복과 기적에 대한 이야기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 당신의 오늘의 생존율은 ?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이야기, 콜리(기계)몸에서도 연재와 투데이의 체온이 전도되어 차갑지만 따뜻하다. 종을 뛰어넘는 공감과 인공지능 로봇까지 확장되는 약자들의 아름다운 연결은 희망인 동시에 기적을 만든다. 서로의 오늘을 지켜주는 것.

 

천천히, 느리게, 여유있게, 느린 호흡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주변을 둘러보고, 네 등에 타고 있는 콜리의 움직임을 함께 느끼면서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수 있어요

 

삶이 이 따금씩 의사도 묻지 않고 제멋대로 방향을 틀어버린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벽에 부딪쳐 심한 상처가 난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방향을 잡으면 그만인 일이라고, 우리에게 희망이 1%라도 있는 한 그것은 충분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지금 창밖의 하늘이 파랑분홍하고 따스한 가을오후가 우리곁에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