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reading /소설읽는 밤

김금희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를 읽고

지산22 2020. 9. 9. 16:58

0200909 아침 솔바람수요조찬북클럽 : 여성작가들의 초단편함께 읽고나누기

9월 작가 : 김금희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오직 한 사람의 차지 , (문학동네/2019)

 

장인과 아내의 눈치를 보며 팔리지 않는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업자 나는 운영난으로 출판사를 정리하며 모욕감과 상실감을 느낀다. 지방대 교수임용이라도 되기를 원하는 시간강사, 아내 기와 강화도에 노후에 살집을 짓는 계획을 가진 장인. 결국 맛집으로 유명한 장인의 닭갈비 식당의 사용하지 않는 냉동고에 책들을 보관하게 된다. 어느날 낸내라는 독자로부터 책에 대한 뒤늦은 컴플레인, 반품요청이 들어온다. 낸내를 만나면서 자신과 처지가 같은 묘한 열패감과 동질감을 느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에게 스웨덴어 개인강습까지 받으면서 만남을 이어간다. 아내 기와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거리감과 외로움이 깊어지고 그럴수록 낸내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간다. SNS검색을 통해 낸내의 감추어진 사실이 하나 둘 드러나고.... 그러던 중 냉동고에 보관된 책이 전부 젖어 썩어버려 처분하게 된다. 낸내는 떠나고, 아내 기도 교수임용에 낙방하고.........집을 팔아 장인에게 빌린 돈의 일부를 갚고 이사를 가고...우리가 완전히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상실뿐이라는 것.....

 

 

읽고 나서 잘 모르겠다고 작품의 이야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솔바람님,

왜 이 제목일까요 ? 제목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누어보았다.

 

우리가 완전히 차지 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상실뿐이라는 것을 일찍이 알아버린 세상의 흔한 아이들처럼

 

자본주의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안정감, 성공하고자 하는 장인과 아내에게 반감이 들면서도 그들에게 먹고사는 것을 의존해야 하는 자신(주인공)의 비루함과 열패감(남만 못하여 경쟁에서 졌다는 느낌) 그로 인한 모욕감과 상실감을 나타내는 제목이다.

 

자기 세계에 대한 충만과 고독, 그리고 왠지 모를 열패감이 뒤섞인 이상한 동질감이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은 낸내를 통해 드러나는 자신만의 환상과 가식을 들여다 보게 된다.

 

두 번째는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인상깊거나 기억에 남는 것에 대해

 

어쩌면 원래 산다는 것이 그런 걸까. 전혀 상관없을 듯한 천체의 무엇인가에까지 계속 빚을 지고 가늠도 못할 잘못들도 하면서 사는 것일까

 

인생은 외롭고 고독하다.

인생은 외롭고 고독하다. 같이 있을수록 더 외롭고 철저하게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각자 책임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홀로 삶과 맞써야 하는데...30대 생존의 늪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부부 그러면서도 경쟁에서 밀려난 열패감과 상실감... 낸내라는 독특하지만 현실을 담고 있는 인물,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감정들 읽고나면 서글프고 쓸쓸하다. 찜찜하다.

 

우리모두 올라탄 자전거에서 내리지 못했던 것뿐이라고...

지금의 내모습이 내가 선택하고 원했던 삶일까 ? 어떻게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까 ? 자신이 원했던 충만한 삶, 진정 자신이 원하는, 자기세계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처음 접하는 낸내라는 인물이 독특하다, 가까이 접하기 힘든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나누면서 보니 어학연수다녀와서 낸내와 같은 한발짝 둘러난/정체모를 ? 2-30대가 많을 것 같다. 주인공처럼 팔리지 않는 책을 열심히 만들고-자기세계가 있는 2-30대 그러나 생존과 생계 앞에서는 무력하고 앞으로도...앞으로의 어떤 고독한 삶을 예감이라도 하듯이

 

삶은 슬픈 분투....연민...이 곡예 운전이 대체 어떻게 끝날지도 모르는데

관계들속에서 인간을 들여다보고 각자의 삶의 껍질을 한꺼풀씩 벗겨내면 나름의 분투들이 슬프게 전개된다. 한 껍질만 벗끼면 누구에게가 존재하는 삶의 비극이다.

우린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한발짝 거리를 두고 각자의 삶을 다가가 들여다보면, 상실과 슬픔으로 이루어진 인생의 강을 건너고 있다. 타인들의 삶에 한발짝 거리를 두고 이해하려면 연민의 물이 흐르는 강가에 서 있어야 할 것 같다. 먹고사는 일의 위대함과 슬픔,

 

그리고 책과 냉동고에 대해서

실제 김금희 작가는 6년동안 출판편집자로 일하다가 서른 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작을 시작해 2009년에 등단했다. 왠지 냉동고의 책들이 경쟁에 빌려난 사람들 아님 이도저도 처리하지 못하는 마주하고 싶지않는 걸어온 삶의 흔적들 ? 냉동고는 어떤 곳인가 ? 버리기는 아깝고 그래서 눈앞에 치워 냉동고에 쌓아둔다. 그러나 꼭 한꺼번에 정리해 버리게 된다. 결국 버려야 하는 것이 될 확률이 높다. 내가 직접 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우선 냉동에 보관하는 것이다. 직면을 미루는 것. 결국 젖어 썩고 태워버리게 되는 것이다.

 

2층 창가엔 날이 개기 시작하면서 출근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들려온다.

조찬독서모임을 마무리하며 가을 아침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