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reading /소설읽는 밤

조남주의 '여자아이는 자라서'을 읽고

지산22 2020. 8. 3. 13:16

20200729 아침솔바람 - 수요조찬 북클럽

 

7월의 작가 조남주의 두번째 이야기 "여자아이는 자라서"

여자아이는 자라서 호텔창문(2019/은행나무) 중에서

"2 남학생들이 핸드폰으로 교실에서 여학생들을 신체를 불법촬영 ㅡ 디지털 성범죄ㅡ을 저지른다. 학폭위에 사건이 접수되고 성적과 고등학교 진학에 피해갈까 걱정하며 가해자편을 들고 가해학부모들은 피해여학생의 평상시 행실을 문제ㅡ성적떨어뜨리려고 남자에 꼬신다ㅡ삼아 2차가해를 일삼고, 사건을 목격한 주하에게 학폭위의 증언을 부탁한다. 그러나 주하는 학폭위 진술을 거절하고.....일부러 찍은거야...은비랑 대사 연습도 했어."

 

최근경남 김해 등에서 현직교사들이 교내화장실에서 불법촬영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가운데 중고등학생 3%는 학교생활 중 불법촬영과 촬영중 유포 피해를 봤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한 학생들의 9.2%는 교사 등 교직원에게 신체적 성희롱 피해를 경험하고, 24.4%는 학교생활에서 성희롱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715일자 중고교 양성평등의식 및 성희롱 성폭력실태조사 결과)

 

이런 현실에서 소설속 주하와 은비 피해여학생들이 2차가해와 부모들의 외면과 무지속에 직접 저항행동과 전략으로 동영상을 찍어 함정수사를 하게 된다. 공적 처벌과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무책임한 사회와 한심한 어른들ㅡ자기아이에게 눈이 먼 부모들-을 고발한다. 빻았어....빻았어. 빻았어...

 

3대에 걸친 힘들고 치열한, 지난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여성들의 삶,

여성들의 갈등과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본

15세 주하가 살아갈 현실과 미래

 

주하의 외할머니는 여성폭력과 차별의 현실을 고발, 피해여성들을 위한 법과 제도를 위한 선구자적 활동한 세대 그럼에도 딸의 딸의 양육을 위해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희생하는 현실.

 

나는 일하는게 어느정도로 무서웠냐면, 상담소 정리하고 집에 걸어오는 길에 그 약국 건물뒤로 구불구불한 골목있잖아, 거기 지날때마다 여기서 칼 맞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주하를 양육한 외할머니인 과거 지방소도시에서 사비를 털터 폭력피해 여성들을 위해 가정폭력피해자들을 위해 상담소를 개소하고 운영, 적극적으로 활동한 여성운동가-선구자다. 자신의 인생을 모두 상담소에 바칠 것 같은 할머니는 한순간 모든 것을 놓고 임신하고 일하는 딸을 위해 주하를 키웠고, 일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63세 엄마는 심리상담공부를 시작해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 엄마는 창피하지도 않나 ? 남자애가 아주 작정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더구만 쯧쯔

 

주하의 엄마는 여성운동가 엄마로부터 어릴 때부터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접하고 여성폭력상담소에서 발행한 책과 이프잡지를 보고 청소년 성교육 캠프에 자연스럽게 참여했다. 대학에서는 여성주의 학회나 동아리를 만들고 페미니스트과 만나고 여성혐오와 차별에 분노했다. 그러다고 현실에 느끼는 고통과 불합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졸업하자마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결혼을 하고 주하를 낳고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하고 워킹맘으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2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성인지감수성-성별권력에 대한 인식부족,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꼰대 주하엄마, 가해학부모들, 성적만 좋다면 자기자식만을 생각하는 사회, 아이들의 반복적 피해 일상에 대해 무지, 무감각이 괜찮은 사회.

 

대학 때 친구들은 나를 정색이라고 불렀다, 남들 다 농담으로 넘기는 말들에도 진의를 따져 묻곤 했다. 그랬던 내가 어쩌다 이렇게 실없이 웃는 사람이 되었을까 ? ”

 

나빠지지 말아야지, 내 아이에게만 매몰되지 말아야지, 나빠지지 않고도 아이를 무사히 키울 수 있다고 계속 나를 다 잡는다. 일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63세 엄마는 심리상담공부를 시작해 대학원에 다니고 내 엄마지만 엄마는 참 멋있는 사람이구나.... 엄마를 자랑 스럽게 생각하다가 어쩌나 나같은 딸이 나왔을까 ? 내내 나는 엄마와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한심해했다. ”

 

남자애들이 왜 성희롱을 했고 어떤 의도도 했고 그게 어떻게 학폭위까지 올라갔고 뭐 그런 거 있잖아 ? ”

 

남자애들이 일부러, 그러니까, 그런 성적인 의미를 담아서 그런게 맞아 ? 그냥 장난친 게 아니고? 남자애들은 원래 생각이 없어, 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웅심에 그런 걸 수도 있어

 

15세 주하는 여성혐오와 차별에 익숙한 어른들과 사회에 성인지감수성과 범죄인식에 대한 업데이트를 요구한다. 고통과 피해-범죄에 대한 학교와 공적체계에서 처벌이 이루어지지않아 스스로 자력구제할 수 밖에 없는 세대들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현성이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젓는 주하. 현성이가 왜 이렇게 싫어졌나 ? 빻았어여성혐오와 차별, 여성이 인격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15세 남학생들의 성희롱과 불법촬영 범죄들이 일상화되어 있는 현실. 성폭력의 진실은 범죄를 저지르는 불법촬영한 가해자에게 있다. 피해자유발론과 피해자다움은 성폭력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통념이다. 가해자의 범죄의도와 원인까지 피해자가 헤아려야 하는가 ? 은비와 주하, 피해자들이 무력한 피해자다움에 벗어나 스스로 힘을 갖고 대응하면 가족, 학교, 사회로부터 2차 가해가 시작된다. 결국 피해자는 이상한 여자나 꼬신여자(꽃뱀)가 되는 것이다.

 

왜냐고 ? 나도 좀 묻고 싶어, 한두 번도 아니고 대체 왜들 그러는지. 지금 우리반 분위기 최악이야 ?”

 

“ ....아마 (현성엄마)이모가 한 말 다 틀렸을거야, 이모도 알고 있을 껄? 알면서도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 현성이한테 눈이 멀어서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건지

 

걔네들은 상습범이야. 걸핏하면 여자애들 다리나 가슴 쪽으로 카메라를 뻗으면서 셀카 모드로 해서 찰칵찰칵 소리내고 낄낄 거린다고. 여자얘들이 기겁하면 더 좋아해. 나도 몇 번 당했어,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아 ?”

 

그랬겠지, 무려 20년 전에, 그리고 지금 엄마는 남자애들은 생각이 없다. 이해해줘야 한다. 몰래 사진찌고 낄낄거리는게 장난이다. 그러는 사람이 됐어. 여자얘들이 성적 떨어뜨리려고 남자애를 꼬신다. 그런 한삼한 소리나 하는 사람이 됐다고, 그러니까 엄마 업데이트 좀 해

 

치열한 생존의 전투/재난에서 얻은 증상/ 질병들...

7월 한달은 웰컴투 비디오 아동성착취 범죄자 손정우의 석방과 송환불허에 고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까지 진보,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넘어 스트레스와 무력감, 환멸에 시달린 한달이었다. 국가는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재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코로나19보다 더 힘든 시간이었다. 마치 늪과 같다고 할까 ?

 

여성주의 역량강화상담에서의 상담전략 중 내담자가 가진문제를 파악하는 전략 중 하나가 증상은 의사소통의 도구이다는 것이다. 증상은 병리가 아니라 외상적 경험에 대한 정상적 반응으로 재해석하게 되는데,

주인공들이 겪는 증상을 따라가 보면 여성들이 가부장제 일상의 삶의 경험으로 개인이 겪는 문제가 여성들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인 것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인지 이해 할 수 있다. 여성혐오와 여성의 몸에 대한 성적대상화와 성착취 범죄가 놀이나 유머코드가 되는 남성중심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을 생존하기 위해

증상과 질병들을 훈장처럼 달고 산다.

 

사소하고 별거아닌 이질감, 순간 서늘하고 따가운 느낌이 싹뚝부터....

주하엄마는 당황해도 민망해도 쑥스러워도, 아니 불쾌하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웃음으로 대처하고, 워킹맘 이중고, 삼중고로 피로와 두통, 편두통...

주하의 할머니는 어디서 칼맞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을지도

주하는 머리도 아프고, 갑자가 관자놀이부터 쑤시는 편두통... 쎠터 소리만 들리면 앞이 잠깐 안보여...”

 

반면 소설 속 남성들은 불법찰영에 항의하는 여학생에게 가해 남학생이 말하는 것처럼 왜 오버하고 그러냐 ?’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사소화시키며 놀이로 삼는다. 또한 주하 아빠는 소파에 풀썩 쓰러지며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웃는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

 

“....한집에서 한이불덥고 십오년 넘게 살아왔지만 어쩌면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재미있고 싶다. 예민하게 생각하지않아도 항의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 편하게 인간답게 존중받으며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주하처럼 쓰면서 머리가 아프다. 조남주 작가의 결말은 ?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의 딸의 이야기였다. 주하와 은비가 업데이트를 요구하는 이야기.

 

학교현장에, 포괄적인 성교육과 효과적인 성폭력예상교육이 절실하다. 성폭력에 대한 주변인 개입교육- 사건이 발생시 가족, 친구, 동료, 교사가 주변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 알아야 하고 2차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연대와 지지자가 되어 범죄를 해결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