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7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2016/문학동네)
17세 여름방학, 소유와 쇼코는 학교의 자매결연 프로그램으로 만나게 되었다. 한국 교환학생프로그램으로 온 쇼코는 소유의 집에 머물게 된다. 소유는 할아버지와 엄마와 함께 산다. 쇼코가 소유의 집에 머물며 가족들은 그 전과 달리 활기와 에너지가 넘친다. 빛이 바라고 멈춰버린 괘종시계 같은 가족들이었던 할아버지와 엄마의 모습이 낯설다. 식민지시대를 살아 일본어를 하는 할아버지는 쇼코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편지를 교환하며 친구가 된다. 소유는 쇼코와 같이 영화를 보고, 쇼코는 소유에게 작가나 감독이 될수 있을 거라 자극을 주기도 하고, 자신은 집을 떠나 넓은 세상에 나가 살 거라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며 세계지도를 선물한다.
소유는 쇼코가 떠나고 종종 세계지도를 보며, 쇼코를 생각한다. 쇼코는 일본으로 돌아간 뒤 소유와 할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쇼코는 할아버지에게는 긍정적이고 밝은 이야기만 보내고, 소유에게는 힘들고, 어두운, 그녀의 그늘이 담긴내용이다. 소유는 쇼코의 모순된 모습에 혼란을 느낀다. 세월이 흘러 편지는 끊기고 소유는 대학을 가고 캐나다로 유학을 간다. 유학생활 중 우연히 쇼코와 함께 교환학생으로 왔던 쇼코의 친구를 만나 그녀의 소식을 듣는다. 쇼코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할아버지 병수발을 들고 지방의 학교를 다닌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소유는 갑자기 연락이 끊긴 쇼코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쇼코는 소유를 반가워하지 않는다. 퓨즈가 나간 있는 것 같은, 부셔져 버린 쇼코, 노인같은 쇼코, 친구라고 하기에는 낯선사람이었다. 쇼코는 찾아간 소유를 비난하며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욕을 하고 이해못할 증오를 터트린다. 시간이 흘러 꿈을 쫓으며 영화감독이 된 소유, 그러나 나아지지지 않은 현실, 허울뿐인 꿈, 하루하루 힘겨운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비오는 어느날 쇼코가 다시 편지를 보냈다며 할아버지가 찾아온다. 그러나 소유는 자신의 수렁에 빠진 초라한 삶을 들키고 도리어 위로하는 할아버지에게 화를 내고 만다. 물리치료사가 된 쇼코의 소식,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 쇼코,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해 할아버지와 고모에게 의존하고 있었다고 고백하는 쇼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고. 소유는 뒤늦게 할아버지의 병을 알게된다. 암투병을 하는 할아버지의 간병을 하게 된다. 마지막 간병하는 2달 소유의 가족들은 한방에 지내며 그동안 못나눈 이야기를 나누며 화해를 한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소유는 허황된 꿈이라며 영화감독의 일을 정리하고 취업을 준비한다. 소유는 편지를 보내온 쇼코에게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린다. 얼마후 쇼코가 할아버지의 편지를 들고 소유를 방문한다. 화가가 꿈이었던 할아버지, 부끄러움 때문에 평생 무뚝뚝한 할아버지. 사내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시대에 태어난 사람. 소유에게 남긴 오랫동안 한푼두푼 모은 할아버지의 돈. 소유가 만든 영화를 보러 영화제에 왔었고...쇼코를 통해 소유는 자신이 모르는 할아버지의 삶을 듣는다. 둘은 할아버지의 납골당에 인사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쇼코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아침솔바람님들과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며
1.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
가까울수록 전달하지 못하는, 무심하고 머언 관계, 기족들이란 ?
쇼코라는 렌즈를 통해 낯설게 마주한 소유의 가족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일부분을 알고 있을 뿐은 아닌지 ? 한사람의 정체성은 그 사람의 삶의 여정에서 누구를 만나는지, 시간과 공간, 그 곁에 누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나란 존재의 의미는 나의 삶이 나에게 질문한다는 것, 나란 누구인가 ? 인데 이는 반대로 나 자신이 세상에게 나의 대답을 전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유네 가족들이 쇼코라는 세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전에 보지 못한 서로의 모습에 낯설어한다.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
처음엔 한 70년대 이전의 작가가 쓴 듯한 소재와 문체가 올드하고, 교환학생, 홈스테이 등 소재가 요즘 이야기가 아닌 듯,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선명하지 않았다. 두소녀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쇼코의 이야기가 좀 더 궁금했는데 뒤로 갈수록 소유의 가족이야기가 주제로 이동되어 좋았다. 쇼코는 소유의 가족관계를 풀어내는 소재. 소유네 가족들도 쇼코라는 렌즈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마주보게 된다.
두 주인공들보다 할아버지가 고시원, 소유의 방에 왔다 간 것, 비 맞고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깊게 기억에 남는다. 서로에 대해 전달되지 않는 마음, 가장 가까이 있지만 무심하고 더 멀어진 전달할 수 없는 관계. 그렇지만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마음이 비처럼 내리고 슬프지만 전달하는 것같은 느낌이 있었다. 손녀는 자신의 초라한 삶을 보여주기 싦었지만 할아버지는 그 마저도 위로한다. 어떤 분은 자기가 성공하지 않았을 때(배우였는데) 엄마가 자기집에 오는 것이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집이 번듯해서 엄마를 초대해서 식사를 풀코스로 대접하고 싶었다고 그게 행복하다고, 지금 사는 것에 대한 좋았던 것처럼 친구인 쇼코와 소유에게서도 보는데 인정욕구가 강한 가족들에게 더하지 않을까 싶다.
“ 너의 인생이 낫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던 때, 집에 틀어박혀서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쇼코를 한심스럽게 생각했던 일....나는 쇼코의 그늘을 보지못했다 ”
우리모두 자기의 그늘과 삶이 초라할 때, 그리고 꿈이 멀어질 때....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보이고 싶지 않고 보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쇼코가 소유의 할아버지와 소유에게 자기의 그늘을 미소로, 편지로 가릴 수 있는 것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관계일 수 있기에. 마치 쇼코의 편지와 마음은 마치 SNS. 트위트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편으로 자유롭게 하듯 현실이랑 다르게 가면을 쓰고, 현실에서 진짜할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2. 꿈을 찾는, 쫓는 이들에게
재능없이 꾸는 꿈은 허울이고 삶을 좀 먹는다.
누가 곁에서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 ?
속물적인 사람들과 다르다며 꿈이라는 고상한 것을 추구하는 삶, 비열한 욕망을 감춘채 꿈이라는 이름을 포장한 재능없는 다수의 사람들.... 수렁에 빠진 주인공-소유의 삶을 알고 있었다고 결국 할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꿈을 정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깨닫는다. 그럼에도 꿈을 쫓는 너를 멋지게 생각한다고 지지를 해주고 마지막 돌아가시면서 지폐를 한장한장 모아 남겨준 감사한 마음에 울컥했다. 그런 할아버지의 위로와 지지를 통해 소유는 꿈을 포기하고도 좌절하지 않고 삶을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 영화는, 예술은 범인의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자들의 노력속에서만 그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렀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 ”
“아무도 나의 삶을 인정해주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그런 식으로라도 나를 위로해 주고 싶었겠지”
17세 소유는 쇼코를 통해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안내받고, 쇼코가 남기고 간 세계지도를 보며 쇼코의 꿈인 유학과 여행을 가기도 한다. 무너진 쇼코의 일상을 보며 소유는 자신의 꿈을 쫓는다. 시간이 흘러 우울증을 극복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쇼코를 보며 수렁에 빠진 꿈을 포기하고 일상의 주어진 삶을 추스린다. 미래의 어느 날, 단절과 연결의 반복하는 소유와 쇼코는 서로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친구, 서로를 잃지 않고 삶의 여정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3. 쇼코의 미소란 ?
우리는 관계안에서 얼마나 자주 쇼코의 미소를 보일까 ?
(일본인들 그들의 웃음이 이야기할 때) 공손하지만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싫고, 피해받는 것도 싫어한다고 한다. 내 경계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듯한, 웃고 있지만 냉정하고 차가운 느낌, 상처받기 싫어서 자신을 벽을 치는 것은 아닌지, 일상적으로 만나지만 자신의 내면은 드러내지 않고 타인이 다가오면 경계하고 방어하거나 쳐내는 미소. 직장 또는 사회생활을 할 때 영혼없는 듯, 허허실실하면서도 주어진 역할을 하듯 연기를 한다.
쇼코의 미소보다 더 책의 표지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옆모습에 머리로 뭔가 다 가리고 한쪽 귀만 쫑끗. 독특했다. 쇼코의 미소는 자기의 우울을 감추는 듯. 여성들은 미소나 웃음으로 많은 것들을 지나치는데, 불편하고 계면쩍거나,답을 할 수 없거나 웃음으로 무마시키는, 무안하거나 난처할 때 그냥 웃음으로 피해가는 가는데, 명료하지 못함을 나타내는 미소이기도하고. 웃음은 우리안의 자기의 기쁨을 드러내는 하나의 표상인데도 남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이는 웃음이지만 자신을 감추는 가면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여성은 약자라서 강자는 예를 들면 남성은 자신을 자기마음대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심지어 욱, 화를 내는 것이 일상이다(일상이 권력, 눈치볼 필요가 없다)그러나 여성은 화, 분노를 내거나 싫다는 거절을 굳이 웃으면서까지 표현하는 현실(웃음이나 미소가 익숙하거나 강요된 생존전략이기도 )
왜 제목을 쇼코의 미소였을까 ? 그 뭔가 자신을 감추는 이상하고 차갑고 서늘한 가짜미소의 삶 - 쇼코의 가짜 웃음으로 시작해서 나중엔 자신의 진짜 웃음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않고 받아들이는 미소.
'책 reading > 소설읽는 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화길의 '호수-다른사람'을 읽고 (0) | 2020.07.06 |
---|---|
강화길의 음복 (0) | 2020.06.12 |
최은영의 아주희미한 빛으로도 (0) | 2020.05.28 |
sf 10 : 코니윌리스의 All my darling daughters과 Chance (0) | 2020.04.29 |
장류진의 새벽의 방문자들 (0) | 2020.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