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6 #LETTER 17 해녀와 다리미 그리고 한걸음
비온 뒤 청명한 파란하늘이 마음까지 청안하게 만드는 날이네. 6월의 모악산의 녹음이 전하는 숲의 향기 베란다 창문을 열자 바람을 타고 전해 오는 듯 했어. 난 요즘 초록예찬으로 주3일은 아침 모악산 산행을 하고 있어. 더욱이 이번주 지리산에서 트레일 훈련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금요일 새벽에 지리산 훈련을 같이 할 예정이라 겸사겸사 산행을 해. 단련해야 하는데 꽤가 생겨 모악산 금곡사 계곡과 능선의 편안한 산길 6K정도를 왕복하고 있어. 광교산에 올랐다고 맛있는 초개국수와 고구마돈까스? 맛있었겠네. 난에 산에가면 매번 우주, 자연과 더불어 기원과 감사, 축복을 하는데 효과가 좋아. 지리산에 가면 H와 이이의 건강기원과 더불어 6월의 학기 마무리와 하와이 가을여행학교를 위해 마고할미께 기원할게.
하와이 여행프로젝트를 위한 책들 흥미롭네.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심시선여사와 시선의 딸들과 손녀들의 생각나네. 좋아하는 작품인데. H가 소개한 하와이 관련 책들도 도서관에서 찾아볼게. 오후엔 ‘커뮤니티 시네마 페스티벌2021’ 지역에서 영화상영을 하는데 다녀왔어. 생소한 ‘커뮤니티 시네마’는 항구적인 장소로서 영화관의 의미를 넘어 지역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영화상영과 영화매개 문화활동을 의미하고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문화권을 개선, 지역의 사회적 의제들을 영화를 통해 시민들과 공유하는 사회적 가치활동 전반을 말한다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영화제라고 소개가 되어있어. 포스트코로나시대에 5개도시에서 작은 영화관에서 5일간 상영하는데 전주는 20명이 소규모 상영관에서 관람객이 나포함 2명이었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여러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고 그 해의 중요한 영화적, 사회적 의제들을 담는다고 하네. 상영작들은 4개의 기획주제로 전환도시, 국제연대, 영화문화, 움직이는 여성들 섹션이 준비되었는데 최근 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대한 의제를 다룬 전환도시와 홍콩과 베트남 민주화시위관련 작품들도 상영되고, 주말까지 진행되는데 일정이 있어 아쉽다. 난 다양한 여성들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움직이는 여성들’ 4개의 다큐 중 고희영 감독의 제주해녀이야기 ‘물숨(2016)’을 보았어. 척박한 제주에서 살기 위해 바다와 함께 살아야 했던 여성들, 자신만의 숨의 길이만큼 주어진 냉혹한 인생처럼 상군 중군 하군으로 구분되는 해녀들, 삶과 죽음의 바다-삶의 숨비소리와 죽음의 물숨, 6-7세부터 바다에서 헤엄치고 16세부터 한사람의 직업인으로 해녀가 되어 가족을 부양하고 80세에도 물질을 하는 그녀들의 삶과 바다는 무엇이었을까 ? 역사가 기록되지 않는 여성들의 삶. 딸 엄마 할머니 3대의 해녀들의 바다와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일. 우도의 4계절의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영상과 그 영상만큼 찬란한 슬픔과 더불어 강인하고 당당한 존재로서의 해녀의 삶과 죽음, 바다의 여신이 되는 해녀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보지 못할 마지막 세대의 해녀들,,,, 기억하고 기록되고 의미를 찾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네. 가을 H와 함께하는 청소년들이 주류역사에 가려진, 기록되지 않는 하와이의 이민사 허스토리를 이어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네.
6월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린다는 ‘문화예술 다리미’-2021 성평등문화예술비평학교를 수강하고 있어. 8월까지 총 10강을 듣고 비평글쓰기를 하는 과정인데. 전북지역의 5개 문화예술재단과 전북대부설여성연구소가 주최하고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와 여성주의지식공동체 지지배배라는 단체가 주관하는 프로젝트. 전북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데 그간의 지역문화예술생태계를 고민하면서 그동안 고착된 불평등하고 위계적인 가부장적인 문화예술작품과 집단의 균열을 내고자, 좀 더 성평등하게 만들고자 여성주의 예술비평학교를 개최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평가들을 양성하는 과정이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좌로 진행되며 3인1조 글쓰기과정과 맨토링, 마지막엔 개별 비평문 발표와 워크숍 수료후 활동계획세우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어. 총 15명 수강생이 함께하고 있어. 반정도는 조금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반정도는 모르는 지역사람들. 오랜만에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 신청한 15명은 여성주의와 함께 지역에서 앞으로 비평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인데. 30%는 이미 지역에서 비평이나 글쓰기가 업인 강사나 연구자들이고, 30%는 지역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 화가, 영화감독, 공예가, 작가 등 마지막은 지역여성활동가들 나-팟캐스터, 여성단체활동가, 시민교육활동가 등이야. 매주1회 목요일마다 강의를 듣고 매회 짧은 강의평과 피드백을 써 단톡방에 올리는 것과 예술분야별 비평에 관한 기초 7강의 후에는 본격적인 비평글쓰기가 진행되네. H가 영화비평에 관심이 많다고 들은 것 같은데,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기초강의는 강사진이 좋아, 듣고 싶더라고 글쓰기에 부담이 되지만, 신청을 하게 되었어. 나를 알던 사람에게는 글을 통해 서로의 이면이 드러날 것이고 낯선 사람에게는 배울 기회가 될 것 같아. 2번의 강의가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는 여성주의 예술비평의 기초적인 이론에 대한 이해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제, 문화예술세계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었고, 비평의 방향과 여성주의예술비평의 방향에 대한 정리가 되었어. 비평은 (창작자의)결을 따라 읽는 방향과 결을 거슬어 읽어가며 ‘발견’하려는 것(보고, 읽고, 분석하고 해석하며)을 쓰는 노동이다. 여성주의예술비평의 방향은 먼저 기존의 작품은 여성주의 시각에서 저항독자로서 바라보기와 정전과 문학제도에 대한 문제제기, 고착된젠더 규범에 균열을 내는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여 의미화하기, 비평의 언어를 고안하기로 정리되네. 두 번째는 연극비평이었는데, 문외한이었던 연극에 눈을 뜨게 해준 강의였어, 심봉사가 눈뜬 기분이라고 할까. 연극비평집단 ‘시선’이라는 곳에서 활동하는 김민조 연극평론가의 강의였는데 연극이라는 장르의 특성과 이해, 극장, 사건, 연기, 관객으로 강의가 진행되었는데, 강의 끝난 후 연극을 보고 싶어 가슴이 뛰더라고. 강의 후 지역의 연극에 관심이 가고 찾아가야지했는데, 바람빠진 풍선이 되어, 연극비평글들만 찾아서 읽고 있네, 결국 주1회 정도 지역의 문화생활을 하는 것으로 내 자신과 타협했어. 이번주는 여성주의 문학, 강의 자료를 보니 강의자료가 시만 써있네. 최승자, 김혜순, 황인숙, 김민정의 익숙한 시들과 김연희, 성미정, 이수명, 이소호, 주민현 낯선시인들이네. 다음번에 H에게 시들을 소개해 볼게. 편지를 쓰다보니 길어졌네.
한동안 공군부하사관의 죽음과 요즘은 이준석 당대표된 이야기로 세상이 시끄럽고 이래저래 울퉁불퉁한 마음과 꺼끌꺼글한 사회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처럼 불편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 그럴수록 자신만의 삶의 현장에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곁을 지키고 삶을 보살피고, 돌보는 힘을 일상에서 소중히 해야겠다고,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고 용감하게 자신의 길을 가자고 각자 원하는 다양한 색깔의 삶을 위해 오늘을 다져나가자고. 주말에 4300K PCT 트레이를 간다는 산악회 남난희선배를 만나러 가. 그 선배가 쓴 책‘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에 나온 이야기인데 ‘나에게 매기는 점수’라는 장이 떠올라. 아침에 산에 가면 20점, 해맞이자세 요가 수리야나마스카 6번 10점, 자전거로 출근하면 10점, 잘 듣기 10점, 읽기 10점, 글쓰기 20점, 감사하기 20점, 밥먹기 10점, 잠자기 10점, 화초와 이야기하기 10점, 맥주안먹기 20점, 혼술1켄만 먹기 10점 등등 자신의 삶을 응원하며 보살피는 이야기. 그럼 한주도 건강하고 자유롭고 용감하게 오늘을 위해 한걸음을!
#해녀#물숨#커뮤니티영화페스티벌#다리미#여성주의예술비평#연극#남난희#삶#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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