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3
# LETTER 16 축구과 트러블, 애도를 전하며
동물가족들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H의 모습, 고양이의 말을 해독해주는 신기한 어플 미야오톡 어플이라니! 신통방통. 난 예전에 동물가족들과 이별을 하고 한동안 펫로스타로카드에 빠져 있었어. 못 다한 말을 전하는 셈이었는데, 돌아보니 내 강쥐들은 떠나간 뒤에도 남겨진 나(가족)를 위로한 셈이지. 반려묘들과 하루하루 틀별한 사랑 많이 하길. 몇일전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신작이 소개되었는데 고양이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생각나네.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문명‘이라는 제목이었어. 고양이의 모험 속에 담겨진 인간과 인간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이 세상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인간은 조연이라는 것, 인간중심세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고 소개가 되어 호기심이 생겼어. 난 작가의 ’천사들의 제국‘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 실제 그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고, 그 전에도 개미, 동물, 신이나 천사 등 초월적인 시각을 갖고 작품을 써왔는데. 기대가 되네. 한번 읽어봐야지.
비가 내리는 6월의 아침, 인디언들은 6월을 ‘나뭇잎이 짙어지는 달’이라고 했는데. 봄이 끝나가고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달인셈이지. 여름을 알리는 비소리와 함께 연구공유공간 큰창으로 ‘옥수수와 토마토들이 키가 자라고 푸른 수국, 흰수국이 환한 꽃송이를 피우는 달‘의 아침풍경에 편지를 쓰고 있어. H는 지난 달 다녀간 전주나들이로 나의 일상의 공간 풍경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을 거야. 봄이 오기까진, 무척 반가운 친구를 맞이하듯 기다리며 봄이 주는 희락과 여유, 세월을 탕진하리라 잔뜩 기대하며 보낸 것 같은 데, 정작 보낼 땐 작별 인사도 못했네. 요즘 대구 교육일정과 간간 온라인 수강, 연구사업 등으로 종종거리며 분주하네. 더욱이 편지도 수요일 저녁에 쓰는 편이데 말이지. 5월부터 축구훈련이 모악산 축구장에서 수요일 야간에도 진행이 되어 어젠 집에 돌아와자마자 뻗었네. 5월 말 후보선수에서 첫 경기출전을 하고 지난 주에는 연습시합 중에 헤딩 슛을 하면서 슛이 아니라 상대편 선수와 이마를 부딪쳐서 잠시 경기를 중단했어. 나도 상대선수도 공을 잡기위해 튀어올랐는데 ’딱‘ 큰소리가 났어, 둘다 ? 돌머리라 다행이긴 했는데, 서로 신인이라 축구공만 보고 튀어올랐던 것이지. 지난 해 우리팀에서 헤딩슛 하다가 큰 부상이 있었다고 하네. 이마가 찟어지고 눈까지 다칠뻔해서 엠블란스에 실려갔다고...회장님과 코치님이 ’부상주의‘ ’공만 보지말 것‘ ’시야를 확보 해 상대팀과 우리팀을 볼 것‘ 정말 기초 중에 기초를 반복반복 이야기 했지. 다행이도 난 헤어밴드를 하고 있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한주 내내 푸른 멍과 어지러움, 흉통에 시달렸어. 아마 상대팀 선수 이마도 푸른멍과 일주일을 보낼 듯 해. 둘다 예사롭지 않는 ’석두‘. 어젠 남자팀과 2경기를 했는데, 난 후반 왼쪽 수비수로 15분 정도 교체 선수로 뛰었는데, 갈팡질팡, 어리버리하다가 공을 뺏겼네. 내가 우리팀의 구멍이라 코치님과 주장의 고뇌가 느껴져, 한없이 미안했네. 선배들은 괜찮다고 한 3년 정도 하면 ’구력‘이 생긴다고 위로하는데 맘은 씁쓸했어. 요즘 우리팀이 전성기라고 하네, 분위기도 좋고 신입회원이 많이 들어오고 어제도 30대의 신입회원이 들어왔어, 아마추어 축구동호회에서 활동했다는 분 6살짜리 딸과 함께 왔더라고, 탄탄한 몸이 예사롭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우리팀 선수들 일부는 축구프로팀에서 뛰는 자녀들 든 분들, 중고등학교때 축구를 했던 선수들, 프로팀 선수였던 분, 국제축구심판 등 축구와 관련된 사람들. 3-5년 이상 축구동오회 활동하신분이네. 최근에 들어온 신입회원들은 배구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 3명까지 생 초짜는 바로 나인셈인데...결국은 훈련과 실전 경기장에서 구멍을 메꿔야 해서 당분간은 악순환이 계속 될 듯. 그렇지만 운동하는 여성들 축구하는 여자들과의 몸을 통한 즐거움과 유대, 승부의 희열, 격렬한 질주와 호흡, 거친 몸싸움과 소소한 분노, 골인 후 하이파이브과 환한 웃음, 음원의 함성과 더불어 달빛 모악산 경기장을 달렸네. 6월 여름의 시작 축구와 함께 그렇게.
H의 여름은 ‘트러블’로 시작하네. ‘젠더 트러블’ 토요양생프로젝트 공부 난해함에 대한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어. 왜 이렇게 책을 어렵게 썼을까 ? 에 대한 이야기, 결국 학계에서 자리잡기 위해, 학문적으로 무시받지 못할 연구대상이 되기 위해 난해함으로 무장한다. 예전에 90년대 초반 여성해방이론을 공부할 때, 대학 때 동기가 했던 말 ’여성해방에도 이론이 있어 ?‘ 의 동기의 무지함을 2000년대 후반 내가 ‘젠더 트러블’을 읽으며 느꼈던 것이 어려풋이 떠오르네. 책장에서 책을 꺼내보니 2009년 여성이론연구서에서 젠더트러블책과 함께 강좌를 들은 흔적과 책 뒤장에 ‘아......악.... 힘들고나 읽기’ 이렇게 쓰여있네. 그동안 페미니즘에서의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 전통적인 개념과 구분자체가 이성애중심사회-페미니즘의 고정된 정체성으로 이루진 것에 문제 제기하면서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 3가지 모두 젠더라고 트러블을 이르켰지. 사회가 왜 그런지 ? 젠더자체에 문제를 제기해보게 된 책. 나에게도 난해한 트러블, 그 당시 만화 한컷이 생각나는데 알몸의 사람이 옷장안에서 다양한 옷(젠더)이 걸려있는데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트러블)’ 생각하며 옷을 고를는 장면이야. 버틀러는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결정되기 보다는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다는 구성주의자인데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 구성도 우리의 몸도 욕망도 모두 사회적 구성물과 제도담론의 결과이기 때문에 우연적, 일시적, 잠정적으로 형성되기에 어떤 옷을 입을 까 입는 행위를 통해서만 재현, 체현-몸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나는 것이 젠더라고. 개인적으로 그 당시 페미니즘의 ‘여성’이라는 ‘단일한 정체성’ 정치학을 전복시킨 셈이지. 젠더트러블에 이어 젠더를 가로지고 젠더를 가지고 놀기(케이트번스타인의 젠더무법자), 어차피 기존 사회의 이분법적 규범에 맞추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젠더를 가지고 놀자고... 젠더를 가지고 놀면서 이분적 규범과 권력(가부장적 이성애)을 폭로, 저항-페미니즘 실천으로 연결되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덕분에 먼지낀 책장에서 책을 꺼내보네. H와 함께 공부하는 도반들의 몸과 욕망이 재현되고 체현하는 젠더, 젠더트러블도 들려주길. 모니크 위티크의 ‘스트레이트마인드’가 책이 나왔구나. 여유있을 때 읽어 봐야겠네,
암튼 덕분에 나를 양생(養生)했던 책들을 돌이켜보네. 고마우이.
젠더트러블이 90년도에 나왔지만, 몇일전의 5월 22일 성폭력 피해로 공군부하사관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야. 진상조사와 가해자분리와 처벌은 고사하고 ’없던 일로 덥자‘로 전방위적으로 피해자를 억압하고 군과 가해자가족은 피해자와 피해자가족에게 지속적인 2차가해를 일삼았어, 결국 피해자는 세상에 자신의 억울함을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자살을 했어. 뒤늦게 군당국에서는 사건조사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감춰졌던 또다른 불법촬영범죄가 드러났네. 군대조직은 계급/권력에 상관없이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범죄들...그럼에도 이제서야 사건화되어 공론화될 수 있는 폭력과 범죄들. 그동안 군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침묵을 강요당하고 타살을 당했을까? 애도를 전하며.
녹음이 짙어가는 6월
일상의 심리적 탈진과 피로에 쉼과 여유를 주는 나무와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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