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reading /즐거운 할머니

소노 아야코(1931∼)의 ⌜무인도에 살 수도 없고를 읽고

지산22 2021. 4. 26. 17:07

20210426

 

소노 아야코(1931)

무인도에 살 수도 없고-인간에게 성숙이란 무엇인가 (2020/ 책읽는 고양이) 읽고

 

30대 후반 쯤 40대를 맞이할 때, 나이들어 간다는 것을 어설프게 마주하며, 계로록의 대가 소노아야코의 책들을 과식하듯 닥치는대로 읽었다. 50을 넘어갈 때도 그녀의 새책들을 지나치지 못한다. 나에게 소노아야코는 80년대 만화 호호 아줌마와 같은 이미지다. 호호아줌마는 노르웨이 작가의 숲속의 요정을 일본 애니로 만든 작품이다. 호호아줌마가 작은 차 숟가락 크기로 작아져 숲속의 동물들과 소통하며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다. 경쾌, 유쾌하며 위트와 유머로 지혜로운 호호할머니같은 소노아야코, 그녀의 책을 통해 추하게 늙지 않겠다고 다가올 노년의 나를 상상하며 매번 다짐을 하곤 했다. 그녀의 책 무인도에 살 수도 없고의 책 부제가 인간에게 성숙이란 무엇인가이다. 손바닥크기의 에세이로 타인에 대한 감각, 존재의 무게는 똑같다, 타인의 고통, 인간에게 성숙이란 무엇인가 라는 4가지 주제로 25개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점심을 먹고 한가롭게 1시간 만에 산책하듯 유유자적하며 단숨에 읽어내려가지만, 되새김질 해보야 할 것들로 긴여운을 남긴다.

 

무인도에 살 수도 없고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

1. 어른이란? 성숙한 사람, 인간의 성숙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녀의 글속의 어른에 대해 내 맘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소노아야코는 타인과 외부세계에 대한 감각의 부재에서 미성숙한 어른이 태어난다고 말한다. 어른이란 타인과 외부세계에 대한 감각이 있음, 타인에 대한 감각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녀는 상식이란 상대의 존재를 의식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무관심에서 비상식이 비롯된다고.

들째는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 세상이 나를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우리는 서로 평가할 수 없다. 그것을 꺠닫게 되었을 때 비로소 성숙해진다고 한다.

셋째는 인간이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닫는 것, 그 깨달음이 한 사람의 몫을 다하는 어른다운 자세라고 말한다.

넷째는 인생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은 단념, 단념하는 것도 인생에 필요한 성숙, 단념할 줄 아는 지혜로운 어른이라고

다섯째, 성숙이란 상처 없는 인격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열매가 익어가듯 변해가는 과정이다. 인생에서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2. 유대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그녀는 일본의 지진을 통해 우리는 이 엄청난 재난 속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 라고 묻는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까? 소노아야코는 지금 껏 세상에 나 혼자인 것처럼 마음대로 살아왔던 사람들이 지진을 겪고나서야 비로소 진심어린 유대라는 것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잃기 전까지 소중함을 알아내지 못한다고 타인의 행복이 궁금하지 않는 사람은 불행하고다른 누군가를 걱정하지 않는 마음은 연약하다. 그녀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인간됨의 증명이고 보이지 않는 사람 마음을 헤아려 그의 불행과 슬픔을 미리 예견하는 것이 사람의 능력이다. 유대란 상대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고, 돈을 포기하고, 일해주고, 불편을 감수하며 고통을 나누고 손해를 대신하는 행위이고 유태인의 동지의 에를 들어 설명한다. 유태인에게 동지는 단순히 생각이 같은 것만이 아니라 서로 공유하는 그 생각을 위해 피 또는 재산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조건이 따른다. 생명의 위험을 각오하고, 전 재산을 잃어도 좋다는 확신을 나눈 사이야말로 진짜 동지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내 몸의 편리함과 안전을 그들이 보장해줬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숙명이고 어쩔 수 없는 관계들에 둘러싸여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참의미는 내 주변의 불행한 운명까지 감수하겠다는 각오.

 

3. 단념이라는 지혜에 대해

소노아야코는 인생에서 반드시 배워야 될 지혜는 단념이라고 말한다. 지혜로운 어른만이 할 수 있는 행위가 단념이다. 단념은 인생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라고. 그녀는 단념을 통해 우리는 기대하지 못했던 평안과 만나며 언제, 어디서, 무엇을 졔기로 단념하는 게 좋을까라고 묻는다. 단념의 정해진 룰은 없다. 마음이 알려주는 것이 이유이며, 마음이 그만두자고 말하는 그때가 기회다. 단념은 결국 자각이다. 자기 스스로 내가 단념했음을 인정하게 될 뿐이다. 나름대로 생각하고, 노력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했지만 여기가 한계였다고 나 자신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먼 훗날 삶의 마지막 시간에 지나온 생애를 뒤돌아봤을 때 그 일이 후회스런 감정으로 남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4. 그 밖에 책속의 그녀의 계로록 -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중년 이후 인생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몸과의 싸움이다. 특히 컨디션과의 투쟁이다.

: 엄살부리지 말고 건강은 각자 알아서

: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는 일 따위 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

: 인생에서 번잡함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므로 차라리 내가 만들어서 겪는 편을 선택했다.

: 예기치 않는 일이 일어나는 게 인생이다. 예기치 않는 일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말투일 뿐, 신은 세상 그 어떤 극작가도 따라할 수 없는 복잡한 줄거리와 복선을 숨겨둔 채 세월과 함께 그 의도한 바를 우리에게 하나씩 보여준다.

: 타인의 행복이 궁금하지 않는 사람은 불행하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재미있고, 복잡한 것은 타자 즉 사람이다(타인에게 감사와 존경과 흥미를 잃지 않는 것)

: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길이라면 실패를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내가 고수하는 인간관계는 지금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것, 그리고 나와 같은 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만나는 것이다.

: 혼자 있는 시간도 소중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빛이 난다. 침묵과 대화는 인간을 다듬고 빛내주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둘 중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 삶이 올바르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길이라면 실패를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될 대로 되겠지,

: 나이에 관계없이 남은 인생에서 이것만은 꼭하고 죽고 싶다는 꿈이 없는 사람들이 참 많다.

 

침묵과 대화가 필요한 때 50.

40을 맞이하며 읽었던 그녀의 계로록을 다시한번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