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6
Audre Lorde (1934-1992)의 ⌜블랙유니콘(1978)⌟(2020/움직씨)을 읽고
일주일내내 오드리로드의 블랙유니콘을 들고 다니며 한편씩 읽다가 어제서야 다 읽었다. 블랙유니콘은 그녀의 1978년에 출판한 시집으로 2018년 출판된 한국어판 ‘시스터 아웃사이더(1984)’(후마니스트/2018)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내가 그녀의 이름은 접하게 된 것은 1990년 대초로 기억한다. 여성해방이론서에 언급된 흑인여성페미니스트이자 시인으로 소개되었다. 오드리로드는 서구백인중산층여성중심의 페미니즘을 비판하여, 흑인과 유색인 여성들의 경험과 역사, 레즈비언공동체, 자매들의 체험을 드러내며 인종과 젠더, 계급과 섹슈얼리티의 억압체계(교차성)가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권력의 지배구조를 생생하게 고발하는 시인이자, 전사로서 페미니스트이다.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자신을 정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우리를 정의하려고 할 것이며 이는 우리에게 막대한 손해가 될 것이다” (Audre Lorde)
“억압이 매일 먹는 음식처럼 일상적인 미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Audre Lorde)
“우리 삶을 성찰할 때 우리가 어떤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우리가 빛어낼 삶의 형태와 그 삶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변화가 결정된다. 우리가 마법 같은 일들을 생각해 내고 그것을 실현할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바로 이런 빛 속에서이다. 우리는 시를 통해-그 시가 있기 전까지는- 이름도 형식도 없이 미처 태어나지 못한 채 느낌 만으로 존재하던 아이디어에 이름을 부여할 수 있다. 꿈이 개념을, 아이디어를, 앎이 이해를 낳듯이, 경험을 정제해 나온 진실된 시는 우리의 사유를 가능케한다” (Audre Lorde)
언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아름다움과 감동의 선물이 시라고 생각한다. 번역된 시를 읽는 것은 대양에서 살아숨쉬는 활어를 작은 어항에 가두어 죽은 물고기를 보는 것같다. 생명력과 에너지가 사라져 버린 듯한,,, 그럼에도 40년이 지나서 만날 수 있어 오드리로드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값진 책이다. ⌜흑인 페미니즘 사상⌟과 ⌜시스터 아웃사이더⌟를 옮긴 박미선교수의 해재 ‘삶의 원천, 깊은 감정의 빛을 나누는 시의 힘’을 통해 오드리로드의 시와 그녀의 삶과 사상을 소개하고 작품에 대한 해설을 통해 좀 더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또한 오드리로드의 전작 블랙유니콘을 통해 등장한 반가운 여신들, 신화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그녀의 연설문과 투쟁기록인 ‘시스터 아웃사이더’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 로드의 시집 ⌜블랙유니콘⌟은 근현대 역사를 미국과 아프리카의 흑인과 흑인 여성들의 경험을 초점으로 기록한다. ⌜블랙유니콘⌟에서 로드는 근현대 폭력과 식민의 역사에 대항해 온 흑인 여성들의 저항과 힘을 기록한다” p201
“ 신화란 집단적 무의식과 매우 오랜된 무의식과 소망을 담은 이야기다. 여성신화는 여성들이 오랫동안 억눌려 온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가장 억압된 바로 그곳에 숨겨둔 무의식적 힘을 보여준다. ⌜블랙유니콘⌟은 아프리카 여성신화를 사용하여, 무의식화된 깊은 감정이 삶을 살아가는 강력한 자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로드가 서아프리카 여성신화에서 끌어오는 것은 강인한 생존의 원천... 흑인 여성들의 자기변화와 사회변화의 원동력으로 만들어내어...대안적 삶의 방식과 사유를 제시....흑인여성들을 저항하는 여성, 말하는 여성으로 정의....저항하는 것이 생존의 길...서로를 응원하는 여성공동체를 향한 집단생존과 사회변화의 동력을 제공한다” p202-205
67편의 시 중에서
8편의 오드리 로드의 시들이 내게로 왔다. 2021년 2월에는
블랙 유니콘, 여성이 말한다, 마가릿 정원에서, 초상, 이별 , 콘텍트렌즈, 하지만 내딸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시스터아웃사이더 내 삶을 비춰주는 8편의 시와 함께
잠 깨는 갱년기의 밤, 즐거운 침잠의 시간을 갖아야 겠다.
1. 블랙 유니콘 The Black Unicorn
블랙 유니콘은 탐욕스럽다.
블랙 유니콘은 성마르다.
블랙 유니컨은 오인되었다.
그림자로
또는 상징으로
차디찬 땅을 헤치며
끌려 다녔다.
네 분노를 향한 조롱이
안개처럼 흩뿌려진 곳을,
유니콘의 뿔이 놓이는 건 그녀의 무릎 위가 아니라
커져 가는
달 구덩이 깊숙한 곳이다.
블랙 유니콘은 가만있지 못한다
블랙 유니콘은 수그릴 줄 모른다
블랙 유니콘은 자유롭지
않다.
2. 여성이 말한다 A Woman Speaks
해의 흔적과 손길을 받은 달
내 마술은 쓰여지지 않았으나
바다는 되돌아올 때
내 형체를 뒤에 남겨 두겠지.
나는 호의가 필요 없다
혈연에 연연해 하지 않고
사랑의 저주만큼 가차 없으며
내가 저지른 실수만큼
또는 자만만큼 영원하기를
나는 혼동하지 않는다
사랑을 동정과
증오를 경멸과
만약 나를 알고 싶다면
끊임없이 바다가 철썩거리는
천왕성의 내장을 들여다보길.
나는 출생에도 신성에도
깃들지 않으며
늙지 않고 반쯤 자라
여전히 찾고 있다
내 자매들을
다호메이의 마녀들은
우리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돌돌 감은 옷 안에 나를 입고
애도한다.
나는 여성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미소를 조심하라
나는 오래된 마법과
정오의 새로운 분노
당신에게 약속된
드 넓은 미래를 품은 위험한 존재
나는
여성이고
백인이 아니다.
3. 마가릿의 정원에서 In Margaret's Garden
당신이 색체를 피워 내는 모습을 지금 처음 봤다
저항이 당신의 빠른 손으로부터
새로 솟는 손가락들처럼 자라났다
당신은 배우는 중이었다
스스로 고통받는 대신에
타인의 배반을 이용하는 방법을
그리고 당신의 입은 미소를 띠었지
완전한 혼란에 사로잡혀서
중심을 비껴간 채로,
낮에는 본 적도 찾은 적도 없다
당신의 백조들이
짓밟혔던 그곳을.
다시 당신을 만났을 때
당신의 입술은
고립 속 중심에 있었어
당신은 자신이 무너졌다 했지만
당신의 땅은 자양을 얻어
짙은 향을 풍기는 새 정원이 되었다.
당신이 애도하고 싶어 하는 걸 느꼈다
시작의 무지함
담담함을 향한 그 오래된 열망을
당신의 슬픔을
내 가슴 한가운데 깊은 곳에서 느낀다
그리고 약속한다 자매여
당신이 슬퍼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4. 초상 Portrait
강인한 여성들은
자신의 증오가
어떤 맛인지 안다
나는 언제까지나
바람 부는 곳에
둥지를 지어야 하겠지
나는 내가 포함되지 않는
비스듬한 숫자들이 안전하길 바란다
추한 순간을 지닌
비밀스럽고 참을성 있는
아름다운 여성
한니발의 야망에 부응하는
즐겁고 육중한 코끼리들처럼
그들은 흔들리며 걸어간다
집으로,
5. 이별 Parting
덫에 걸린 따오기처럼 호전적이고 아름다운
당신의 기다란 손은
새벽이 오기 전
세 번 입을 연 희생물이다
아침에 낳은 알에는 피가 묻어 있어서
나는 돌아서서 흐느낀다
당신을 본다
고통을 화환으로 엮어
올가미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나는
선인장과 같은 혀를
축이려고
심장을 햝는 데
지친다.
6. 콘텐트렌즈 Contact Lenses
보고 싶은 게 보이지 않아
내 눈은 굶주리고
두 눈은 오로지
고통만을 느낀다
옛날에 난
유리로 된
두꺼운 벽 뒤에 살았고
내 두 눈은
다른 윤리에 속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것들의 가장자리를
주뼛주뼛 문지르곤 했지
앞을 본다는 것과
내 뇌 안에 있는 것들을
연결시키는 문제였어.
이제 내 눈은
신속하게 위태롭게
늘 똑 같은 위험에 노출된
나의 일부.
이제는
훨씬 더 잘 보인다
그리고 눈이 아파
7. 하지만 내 딸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But What Can You Teach My Daughter
무슨 뜻입니까
안돼요 안돼요 안돼요 안돼요
얼마나 자주
우리가 서로를
추위에 맞서기 위한
은신처로 만들었는지
당신은 알
권리가 없어요
그리고 내 딸조차도
당신이 아는 것이
당신을 아프게 할 수 있음을 알아요
내 딸은 안 된다고 말하고
그건 그 애를 아프게 합니다
그 애는 말해요
해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건 그런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뜻이라고
그 애는 알아요
당신이 아는 것이
당신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것은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
8. 시스터 아웃사이더 Sister Outsider
우리는 가난한 시절에 태어나
결코 서로의 굶주림을
어루만지지 못하고
결코
빵 부스러기를 나누지 못했다
두려워서
빵는 적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을 존중하고
또 서로를 존중하라 가르친다
이제 네게 외로움이란
성스럽고 쓸모있는 것
이제
더는 필요 없는 것
네 빛은 환하게 반짝인다
하지만 난
알려 주고 싶어
너의 어둠 역시
그윽하고
두려움을 넘어선다고
'책 reading > 즐거운 할머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노 아야코(1931∼)의 ⌜무인도에 살 수도 없고를 읽고 (0) | 2021.04.26 |
---|---|
김초엽☓김원영의 ⌜사이보그가 되다⌟(2021/사계절)를 읽고 (0) | 2021.03.09 |
어떻게 살 지 ? AC After Corona19 대전환의 시대, 삶의 방식을 고민하며 (0) | 2020.12.03 |
오늘의 필사 : 코로나 이후 살아가기 (0) | 2020.11.27 |
2020년 1월 8일 오후 02:01 (0) | 2020.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