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차 20210203 아침솔바람
임솔아작가의 ‘병원’ (⌜눈과 사람과 눈사람⌟/2019/문학동네) 을 읽고
● 책 속으로
2월의 작가 임솔아 (87년생 대전 출생) 시인이자 소설가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로,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소설로 등단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장편소설<최선의 삶>,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을 출간
● 임솔아작가의 ‘병원’ (⌜눈과 사람과 눈사람⌟/2019/문학동네)
유림은 감기몸살로 알약 120개를 넘게 먹고 자살시도를 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유림은 한달 후 만 18세가 된다. 구청직원은 유림에게 자살시도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정신병력이 인정, 정신과 진단서를 재출하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유림의 아버지, 고모들, 삼촌들, 할머니가 있음에도 집안사정으로 함께 살지 못하고, 유림의 이름으로 받는 각종 혜택은 친척들이 골고루 사용하고 있다. 유림은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어른이라 생각하며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않고 홀로 서울로 상경하여 살아가고 있다. 유림은 홍대에 베이커리 아카데미의 수습생으로 6개월만 지나면 삼년이 되어 수료증이 나올예정이었다. 그러나 유림이 다니는 아카데미원장은 수료증을 빌미로 수습생들을 자신의 다른 영업장에 대타로 일을 시킨다. 수료증을 위해 거절을 하지 못하는 유림은 일을 하다 실수로 영업장의 튀김기계를 고장내고 영업장이 영업을 중단하게 된다. 원장은 유림에게 기계수선비용과 영업손실에 대한 손해배상금 대신 6개월 무급노동을 요구한다. 유림은 당장의 생활고로 인해 약을 사서 먹은 것이다. 유림은 정신과 의사에게 보험혜택을 위해 진단서를 요청한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는 자신만의 정신질환진단서 원칙과 보호자 동의를 요구하며 거절한다. 정신과 의사는 ‘정유림씨의 폭력성을 책임질 보증인’을 요구하며 재차 거절한다. 출근을 하지 못한 유림은 아카데미 원장에게 해고 통지를 받는다. 유림은 결국 자신의 폭력성과 부정적인 태도와 거짓을 나열하며 정신과 의사에게 편지를 써 정신과 진단서를 발급받고 보험으로 병원비를 해결한다.
● 함께 나눈 이야기
1) 소년소녀가장이라는 말, ‘아동학대’ 미화/ 묵인하는 잔인함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부당한 사회 소녀소녀가장 ? 이라니 !
가장? 가정과 사회적 책임을 소년소녀 ‘아동’에게 지우는 학대의 정당성, 미화하는 말이 아닌가 ? 대견하고 불쌍하다는 그리고 부당함, 동정의 눈빛과 대견하다는 거짓된 칭찬으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잔인한 사회의 단면이다.
2) 최선을 다해서 살아도 ‘정상’이 될 수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비극의 악순환,
사회적 약자의 삶
안전망이나 보호막없이 홀로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처지를 이용 노동력을 착취하며 이윤을 취하는 부당한/정의롭지 못한 사회. 차별과 모욕과 불공정으로 인한 악행과 악덕이 당연시되는 계급사회, 가학적인 환경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갈수록 추락하는 삶이 된다.
좀비처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현대인들의 악이라는 불평등, 불안, 부채, 스트레스, 불안정노동의 만연화, 환경파괴와 기후위기, 극우포풀리즘의 대세-배제와 혐오가 확산-어디까지 개인이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나 ?
3) “제가 지금 사정이 있어서요”
아플 수 조차 없는 사람들, 고통을 느낄 수도, 고통에 머무룰 수 없는 사람들, 당장의 생존을 위해 비용을 환산하며, 남은 돈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 결코 죽고 싶었던 적은 없지만 자살기도를 하고 잘살고 싶었지만 죽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 유림의 사정과 상황과 그 불공정한 사회에서 당연시되어 각자의 사정들을 풀어 담어낼 수 있는 합당한 제도와 안전망을 만들 수 있는, 절망속에서 희망의 정치를, 발걸음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질문해 본다.
질문)
1) 병원 밖을 나간 유림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
2)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말할 수 있나 ? 자신의 고통을 말하고 연대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나 ? 저항을 시작할 수 있을까 ?
3) 어떻게 해야 할까 ? 나를 지키고 타인을 지키는 일은 무엇인가 ?
고통에 대해 말하고 보살피고 애도하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1차적 가족안전망에 기대어 생존할 수 밖에 없는 취약한 현실에서, 재난과 위기시에는 불평등과 격차는 심해지고 여성의 삶은 한층 더 절박해 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속을 걸어가며 가도 가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유림은 다시 학원장을 찾아가 사정하고.. 헬조선의 3포 연애, 결혼, 출산, 5포 집과 인간관계 7포의 꿈과 희망을 포기 하는 청년의 현실이 펼쳐진다.
말할 수 없는 약자의 사정을 돌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약자가 되어 고립되어 신자유주의 시장의 하루살이 노예로, 생존을 위한 죽음의 레이스에서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궁긍적인 억압에 도전하여 부와 자원을 재분배하지 않는다면, 약자들의 각자도생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이제는 무엇을 포기할까 ? 목숨을 포기할까 ?
기본소득, 청년기초자산, 사회재난연대세 등 부와 권력을 재분배할 수 있는 정치가 어떻게 가능할까 ? 불안한 노동과 삶을 지배하는 불확실성, 재난과 위기의 포스트코로나시대 개인의 사정이나 몫으로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실질적인 삶의 자유와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 보장할 수 있을까 ? 각자도생의 삶을 넘어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와 공존이 가능한 공동체,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애도하고 보살핌과 돌봄이 중요가치가 되는 개인, 공동체, 사회의 다시 만들고 이어져가야 할 때이다. 서로의 사정, 말을 주고 받고 대화, 상의하고 나누고 보살피는 사람이 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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