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reading /소설읽는 밤

사랑의 흔적- 기억이 깨우는 삶의 미래: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지산22 2018. 6. 14. 14:58


사랑의 흔적 - 기억이 깨우는 삶의 미래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천희란/ 문학동네 , 2017)

 

 

사랑의 영()이 어떻게 숱한 시간을 인내하면서 보존될 수 있었는지... 처음부터 전제적인 앎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의도적으로 차단된 채, 부분적인 앎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우리 삶의 비극이 어떻게 허구의 가능성을 낳아 기어코 삶을 이어가게 만들고 진실을 보존하는지, 물러서지 않고 말한다. 군데군데 미봉으로 남아 있는 삶의 불연속선들을 회피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어떻게 이전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다음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지, 성장과 진화에 눈먼 생장으로서가 아니라, 간직해야 하는 기억을 원동력 삼아 어떻게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것은 어쩌면 생의 불연속선에 맞서 자신의 삶에 책임을 다하려는 엄마가 효주와 선생님에게 남겨주고 싶어 했던 삶의 태도일지 모른다.”

양경언의 사랑의 해설 중에서

 

인생은 순식간에 바뀐다. 삶의 불연속선- 그 비극, 예기치 않는 사건의 충돌 앞에 어떻게 살아갈까 ? 살아가야 할까 ? 천희란의 단편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는 효주와 선생님(효주 엄마의 전 레즈비언 연인)이 서로에게 쓴 5통의 편지글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효주의 엄마는 겨울 얼음 강에 빠져 사고사를 당한다. 그 후 엄마의 전 연인인 선생님의 가족은 15년동안 효주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살게 된다. 5통의 편지글은 효주와 선생님의 관계와 함께한 삶, 레즈비언으로서 선생님의 삶과 엄마에 대한 사랑, 그 기억과 흔적, (선생님의 마지막 편지로) 엄마의 죽음의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의 유일한 목격자인 선생님이 왜 효주를 가족(후견인)으로 받아들여 함께 살아가게 되었는지, 레즈비언으로서 삶, 엄마와의 사랑의 흔적과 기억이 어떻게 효주를 통해 삶의 변화를 직면하고 확장하게 하는지를 두 사람만의 거리만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편지를 쓴다. 아마도 꽃무늬 편지지가 아니라 미색바탕의 무지노트 종이에 담담히 기억으로 써내려 간 편지일 것 같다.

 

누구나 과거 자신의 삶에서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진 점, 확연히 달라진 점이 형성되는 상황, 사건에 직면하여 삶의 물음에 바로바로 응답하며 살아간 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 일 것이다.

 

생존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바꾸는 일을, 자신과 주고받는 영향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세상의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할 수 없어서,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하면, 그 변화가 세상의 다른 것들을 바꾸기도 한다고... 생존하려는 것은 스스로 변할 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기도 한다...”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책속에서 -

천변지나산책만의 별표 (최고 5)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 (READING : 2018614)

Good : 전형적이면서도 한편으로 레즈비언연인에게서 이상적으로 볼 수 있는 서사(레즈비언연인-이별-재회-대안가족), 용기있게 삶을 직면하는 등장인물, 누군가로 인해 삶이 바뀌고 성장한다는 것, 삶의 비극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

 

Bad : 전형적인 레즈비언 서사(엄마의 삶 레즈비언 연인-부모/결혼-출산-이혼), 편지글 형식이라 행간 행간을 읽으며 모호한 난독과 오독의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