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reading /소설읽는 밤

여우가 잠든 숲 1/2

지산22 2018. 6. 20. 13:58


시간은 변하고 그 시간 속에 우리도 변한다.

 

여우가 잠든 숲 1/2 (넬레노이하우스, 박종대()/ 북로드 , 2017)

IM WAID (Nele Neuhaus/ 2016)

 

소설읽기 모임의 6월의 작가는 넬레 노이하우스다. 독일의 미스터리 여왕으로 그녀의 유명한 타우누스 형사 시리스 8번째이야기 최신작이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30여개국에서 출간되어 600만부이상 팔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2011)’에 이어 두 번째로 다루는 작품이었다.

 

여우가 잠든 숲 2권 부록에는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작가의 이번 작품은 타우누스 시리즈의 주인공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 지극히 시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리버는 그간 시리즈 소설에서 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로 등장했던 중심인물이었고, 그래서 작가는 이번 책에서는 그를 위해서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 보고 싶었다고 한다.

 

여우가 잠든 숲은 보덴슈타인 반장의 고향 타우누스 숲과 루퍼츠하인의 작은시골마을이 주요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2014103명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42년 전의 보덴슈터인의 절친실종사건중심으로 60여명의 등장인물과 일주일간 수사와 사건의 종결까지 마치 안개가 짙게 깔린 숲속의 미로를 걷는 듯하다. 그런데 걸으면 걸을수록 안개가 자욱해지며 잡힐 듯 말 듯 답답하게 읽혀지는 맛이라고나 할까 ? 역시 놀라운 것은 넬레 노이하우스만의 방대한 등장인물, 한명 한명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사람들의 삶을 통해 드러내는 삶의 비극과 공동체의 아이러니 그 속의 인간의 내면을 선악을 촘촘히 엮어낸다. 작가는 할 말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이다.

 

휴가철이 지난 10, 한적한 숲속 캠핑장에 불이 나고 불에 탄 남자시체(클레멘스)가 발견된다. 사건 며칠 후 요양원에서 죽음 선고를 받고 마지막을 기다리는 남자시체의 어머니(로지)가 질식사 당한다. 보덴슈타인과 피아형사가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살로 위장된 신부살해(마우러)가 계속되고, 사건은 미결로 종결된 42년전 아이실종사건(아르투어)과 연관되고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고립되고 외진 시골 루퍼츠하인 마을공동체의 폐쇄성과 잔인함이 서서히 드러나고 42년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현재의 살인사건들이 일어나고 3대에 걸친 마을공동체의 침묵과 공포의 비밀이 점점 드러나고....

 

사람들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 선의 끝은 있어도 악의 끝은 없다? 악의 시작은 어디일까 ? 악은 어떻게 자라고 퍼질까 ? 삶의 비극은 비극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이지만, 악한 인간과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런 악한 인간이 된다는 진실. 악의 평범성. 악은 보이지 않는 다는 것, 보이는 악은 보이지 않는 악보다 악하지 않다는 것. 작가는 범인을 통해 악의 속성-나쁜을 끝까지 미뤄미뤄 드러낸다. 2권의 마지막까지 범인의 윤곽을 모호하게 안개처럼... 밝혀지면 삶이 하찮고 허무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악의와 시골의 외진 마을 공동체 나쁜 인간들이란 ?

 

래싱부부와 그들의 아이들(피터와 그 의부인), 또 그들의 아이들(엘리아스, 레티시아)

자부심이 대단하고 그런 우월감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사람들의 아픈 곳을 인정사정 없이 찌르기는 사람 래싱박사,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마을의 권력을 장악하여 사람들에게 호의와 선물을 베풀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태를 렌든 같은 부류들.

 

이간질하고 불화를 일으키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선량한 얼굴 뒤에 비열함과 이기심의 음험한 심원이 입을 벌리고 있는 부류들

 

상습적인 거짓말, 머리가 비상할 뿐 아니라 사람을 조정하는 능력이 있고, 자기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류들.

 

자신만의 합당한 근거와 변명을 갖고 있고 자신의 상황과 그런 일의 결과를 인식할 만큼 똑똑하지만 통찰력이나 후회는 전혀 없는 부류들,

 

아르투어와 어린여우 막시를 질투하던 잉카하젠과 9명의 아이들

상처받은 허영심과 질투심으로 타인의 마음을 조정하는 잉카

9명의 아이들-부모의 내면을 담은 작은 악마들

건강한 인간은 타인을 괴롭히지 않는다. 보통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다시 타인을 괴롭힌다(). 현재의 모습에는 다 그런 이유가 있다. 정신적 폭력이 훨씬 더 잔인하고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때가 더 많았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감정적인 협박의 되물림.

 

마을 공동체

겉으론 평온해 보이는 마을 이지만, 실제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질리는 인간들

작고 외진 오래된 마을이 폐쇄성과 배타성, 이기심과 시기와 질투, 무관심과 무감각

 

비극와 악의 속성

 

1) 끝은 없다.

더 이상 놀랄 일은 없다고 하지만 모든 일엔 여전히 더한 것들이 있기 마련. 더 이상 악할 수 없다고 이보다 더 잔인할 수 없다고 하지만 상상하지도 못한 악들이 펼쳐진다. 지옥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승이 현재, 현재의 사람들이 지옥이다.

인간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까지 할 수 있을까 ? 인간은 거짓말 재능을 타고난 동물이다.

 

2) 이방인(타자) - 개인과 집단의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사실은 마무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지,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라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러시아 이방인 아이가 사라진 것에 불과했으니까 ?

다들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는 사실만 기뻐할 뿐이다. 침묵과 발뺌은 이미 오래전에 제2의 천성으로 변해 인간의 마음 속깊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 올바름이나 연대감 보다는 구경꾼 심리.

 

3) 선과악의 경계는 얼마나 가로지르기 어려운지? 악의 그림자가 얼마나 짙게 드리워지는지 ?

원래부터 잔인하고 비양심적인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것,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인성은 변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성격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진다.

 

4) 일상과 비극의 틈새는 얼마나 좁은지 !

모든 살인의 90%는 피해자와 범인이 서로 아는 사이다.

 

5) 무슨 일이 일어나건 삶은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에서 보덴슈타인-피아, 피아-타리크 형사 파트너 쉽과 피아의 리더쉽으로 성장기가 들어있다. 패기와 활기가 사라진 보덴슈타인와 반장이 되어 능력을 펼치는 피아의 삶, 형사의 일을 좋아하는 신참 형사 타리크의 재능있고 열정적인 모습도 앞으로 타우누스 형사시리즈의 새로운 전개가 예상된다.

 

아쉬움은 등장하는 피아를 제외한 여성인물들에게 드리워진 가부장성 (잉카, 엥겔과장 . 펠리치타스, 레티시아 등)이 사실적이면서도 부정적인 그림자가 늘 아쉽다.

 

 

소설속의 진실을 말하는 목소리가 가슴에 남는다. 시간이 흘러 우리도 변하지만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는 삶을 바라며... 오늘도 소설을 읽는다.

 

진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고 누구든 침묵을 깨뜨리기만 하면 되지만

진실은 컴컴한 구석에 숨어 있다가 밖에서 끈질기게 파고 들어야만 간신히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이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모든 진실도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로 보이는 것조차 빈틈이 있을 경우, 또는 맥락을 도외시 할 경우 전체 그림을 왜곡할 수 있다. ”

 

 

천변지나산책만의 별표 (최고 5)

 

여우가 잠든 숲 1/2 ✭✭✭ (READING : 2018618-19)

Good : 60여명의 놀라운 인물들이 펼치는 촘촘한 의 그물망, 트라우마와 상처, 삶의 비극이 전해주는 인간성 그리고 악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 물음을 던지게 한다.

 

Bad : 보덴슈타인의 친구들 실종에 얽힌 9명의 아이들의 반복된 이야기는 약간 지루함. 그리고 여성등장인물 아쉬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