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3
달리기와 존재하기 31 : 6번째 하프도전
포기하고 싶을 땐. 호흡을 컨트롤하며 다시 시작하지
• 이번주 총 29.51K 2021년 달리기 164.72K
(2월 21일 비대면 6번하프대회-제18회동계마라톤 도전)
2월 20 일 토 21.83K
날씨 : 황사심한 약간 더운날 17℃ 낮 2:28-5:54
복장 : 가벼운 쿨긴.반팔티, 러닝레깅스, 모자, 선글라스
코스 : 삼천천변(효천체련공원-삼천교-신평교-원당교-신평교-삼천교-효천천변 체련공원-삼천교-신평교-원당교-신평교-삼천교-효천체련공원) 총22K중
기록 : 21.14K (2:51:07 08'05''/ 05'57'')
2월 21일 일 축구(오전 7-9시 /패스 등 기본기 익히기와 풋살경기 20분)
2월 22일 월 7.67K 회복러닝
날씨 : 포근한 봄 아침 13℃ 오전 6:30-7:30
복장 : 상하 면 운동복, 모자,
코스 : 삼천천변(삼천교-신평교-삼천교-집) 총8K 중
기록 : 7.67K (0:57:02 07'25''/ 06'18'')
드디어 6번쨰 하프도전 당일이 되었다. 2020년 2월 동학마라톤대회 취소 후 1년만에 다시 대회를 하는 것이다. 하나둘씩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하여 "비대면 언택트 서바이벌" 마라톤이 진행되고 있다. 마라톤대회를 검색해보니, 2월 대회가 3개정도 비대면 언텍트 마라톤이 개최되는데, 그중 참가비가 저렴한 한국마라톤협회 제18회 동계마라톤대회, 하프 코스에 참가하기로 했다. 마라톤 참가비는 기념품과 참가후원사에 따라 정해지는데 보통 하프와 풀코스는 3-5만원정도 이다. 기념품은 메달, 기록증, 기록칩, 참가티 등이고 후원사에 따라 마라톤용품이 지원된다. 동계마라톤대회 비용은 15,000원이다. 참가비가 저렴한 만큼 메달도 기록칩 등도 없고 본인이 직접 마라톤 앱을 깔고,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2월20-28일사이에 원하는 시간을 정하여 완주한다. 완주후 완주 증명서류와 사진을 보내면 기록증을 보내준다. 메달에 작은 욕심이 났으나, 다음 도전비용을 고려해 불필요한 지출은 참기로 했다.
20-28일 사이에 마라톤을 해야 하는데, 우선 마라톤 코스와 대회날짜 선정, 구간별 탈수예방을 위해 급수를 해 줄 도움이가 필요했다. 마라톤 코스는 천변을 평소 달리는 11K 구간을 2회 왕복하는 것으로 했다. 대회날은 날씨와 급수를 도와줄 후배의 일정에 맞추어 20일 하기로 결정을 했다. 일주일전부터 비/눈/황사 등 날씨가 안좋아 마지막 훈련도 하지 못하고 해서 25/28일 정도 생각을 했는데, 25일은 날씨로 28일은 후배의 일정이 어려워, 날씨가 포근하다는 20일 토요일에 하기로 했다. 근 일주일 동안 달리기를 못해서 차표를 사놓고, 다른 날로 차표를 바꿀까 말까 서성거리며 우왕자왕하며 토요일 대회 당일을 맞이했다. 날씨는 봄날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초여름이다. 지난 주 궂은 날씨와 꽃샘추위를 고려해, 오후 3시에 달리기를 시작을 정했는데, 황사에, 더위에, 오후햇살마저도 도전이 되었다. 2시반부터 체련공원에서 가볍게 달리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바람막이는 필요없고 얇은 쿨긴팔에 반팔을 겹쳐입었는데, 반팔만 입어도 좋았을 것 같다. 등산을 할 때는 옷을 겹쳐 있고, 체력손실예방을 위해 옷을 입고 벗고를 자주하는 것이 좋은데, 나에게 달리기 복장은 항상 난제이다. 언제가 되면 달리기 복장이 척척 맞는 경험과 체력을 갖게 될까 ? 체중과 더불어 불필요한 짐을 주렁주렁들고 달리는 두리뭉실한 고무공같다. 급수/주유를 도와 줄 후배와는 6K지점마다 만나기로 했다. 후배는 자전거를 타고 출발과 도착지, 반환점 2번 총 4, 혹은 지칠 경우 5번을 만나기로 했다. 슬슬 출발을 시작하기 위해 달리기 앱의 기록을 준비한다. 평상시에는 핸드폰 자체 헬스앱을 사용하는데, 오늘은 삼성앱과 나이키러닝 앱을 동시에 사용하기로 한다. 둘다. 하프 21.0975K 가 정확히 입력이 되지 않아. 21.1K과 22K를 입력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삼천천변 레이스는
효천체련공원-삼천교-신평교-원당교 6K-신평교 8K-삼천교-효천천변체련공원-11K
-삼천교-신평교-원당교-신평교16K-삼천교 19K- 효천체련공원 총22K중
초반 달리기는 페이스 조절이다. 보통 대회에서는 ‘대회빨’이 있다. 대회흥분에 취해 러너들의 에너지와 속도에 자신도 모르게 오버페이스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초반 무리가 페이스는 완주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에 초보러너들은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초반 6‘:34“ - 6’:45”로 달리고 있다. 오버페이스가 되지 않도록 7분 초반으로 달리려고 페이스를 조절하면서도 중반이후 지칠텐데 전반에 조금이라도 빨리 달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잠시 4K지점을 지나자 7분대 후반까지 떨어지고, 몸이 무겁다. 평상시에는 4-5K지점을 지나면 몸이 풀려 달리기에 쾌적한 몸이 되는데..... 허덕이며 8분대까지 떨어졌다. 시선을 멀리두고 모악산을 바라보며 달리기의 즐거움을 되새기며 6K 원당교 반환점을 목표로 달린다.
지금 쯤 러닝하이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추를 메단 죄수처럼 천변레이스 바닥을 기어가고 있다. 훈련보다 실전인데, 온갖 잡다한 고뇌와 부실한 체력, 게으른 훈련과 자책 등이 뒤섞여 반환점이 보이지 않는다. 후배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내앞을 지나간다. 쉼호흡을 하고 완주를 생각하자. 성실한 후배가 원당교 앞에 이온음료를 들고 서 있다. 헉헉거리며 단숨에 이온음료를 마셨다. 이제 겨우 4분의 1지점인데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 배가 출렁거리지 않도록 캔의 반반 먹으려고 노력한다. 후배의 응원을 받고, 신평교까지 달린다. 이제 출발지점까지 가면 11K다. 오른쪽 종아리가 당겨 속도를 조금 올리고 싶은데, 쥐가 날까 올리지 못하고 조심조심하며 달린다. 이상하게 오늘은 허리가 아프다. 그럴수록 시선을 멀리하고 체간을 똑바로 세우고 달리려고 하는데, 하리통증이 반복된다. 처음 달리기를 할 때는 어께가 아팠다. 긴시간 고정된 팔과 어께자세로 반복하다보니, 달리고 나면 어깨통증에 시달렸다. 그 뒤 달리기 자세와 시선을 교정하니 어께 통증은 사라졌다. 달리기의 허리통증은 불어난 체중(뱃살)과 코어근육부실이 원인인 것 같다. 복근과 등근육강화, 코어운동 플랭크나 브릿지 등을 철봉매달리기와 근력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두손을 허리에 대고 달리기훈련의 나태함과 안일한 훈련으로 인한 부실한 체력을 확인하고 있다. 컨디션이 계속 떨어진다. 완주의 경험은 레이스를 포기하고 싶을 때 좋은 자산이 된다. 몸은 기억하고 있다. 완주를, 달리는 것을 멈주지 않는다면 완주는 자연스런 선물이다. 그럴수록 다음의 달리기를 상상하며 11K 반환점을 돌아 완주의 목표만을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만을 기뻐하자. 호흡에만 집중하자. 크게 코로 들이쉬고, 내쉬고 호흡에 허리통증을 잊는다. 16K 지점의 신평교 헉헉거리며 달려가는 내게 천변산책족이 굳이 나를 붙잡고 묻는다. 원당교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대답할 기운도 없는데 따라와 묻는다. 어이없어 대답을 해주고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오늘따라 그리고 러너들과 대회의 페이스메이커들이 그립다. 노란 풍선을 달고 달렸던 대회의 친절한 페이스 메이커 시간기록을 이끌어준 안내자들이 더욱 감사하고 그립다. 오늘은 완주를 목표로 하자. 그러면서도 이렇게 힘들게 달리다가 풀코스는 어떻게 할지 ? 18K지점, 힘들다. 앱의 기록이 이상하다. 핸드폰의 음악이 들리다 말다, 음성서비스가 중단되고, 신호가 부실하고...이런저런 신경에, 지친 페이스에 포기만 하지 말자 다짐한다. 힘들땐 보폭을 짧게하고 불필요한 몸의 동작을 줄이고 시선을 멀리 다시 호흡에 집중하자. 멈추지 않고 숨을 들이쉬고 내 쉬고 호흡부터 컨트롤하자를 반복한다. 마지막 삼천교 19K 지점 기다려 주고 있는 후배가 반갑고 고맙다. 마지막 이온음료를 마시고 달린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미 속도는 8분대 9분대까지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자, 천변아파트사이로 저녁을 나르는 새들을 바라보며 마지막 남은 달리기 1K를 달린다. 아 1K는 너무 길고 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터벅터벅 병든 병아리처럼 달린다. 드디어 마지막 반환점을 돌아 출발점에 다시 섰다. 완주했다. 어떻게 오늘의 코스에서 러닝하이가 한번도 없을 수 있지 ? 기록을 보며 나에 대한 아쉬움과 실망, 달리기의 책망을 뒤로하고 오늘 또 한번의 완주를 몸에 새긴다.
느리더라도 조금 더디더라도 기다리더라도 러너로 살아가는 오늘의 나를 좋아하자.
달린 후 지친 몸을 씻는 행복한 시간, 따뜻한 차한잔, 메리 올리버의 시로 나를 위로한다.
춤을 추고 있을 때는
규칙을 깨도 돼
규칙을 깨는 게 가끔은
규칙을 확장하는 거지.
규칙이 없을 때도 가끔 있어.
메리 올리버의 ‘세 가지를 기억해둬’ 시 중에서
아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자.
체중조절과 복근으로 3월의 달리기에서는 달리기의 기쁨을 노려보자. 3시간을 함께 마음으로 달리고, 지원 해 준 후배 미정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3월의 7번째 도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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