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speaking

함께하는 피로감과 찝찝함과 불편함에 대하여

지산22 2021. 2. 2. 11:35

20210202

 

함께하는 피로감과 찝찝함과 불편함에 대하여

 

지난주 공유공간의 활동가들이 모인 작은 아이디어, 기획회의가 있었다. 2021년 성평등전주공간의 토닥서점관련 앞으로의 서점운영과 전시에 대한 회의였다. 30, 40, 50(초반/ 중반/후반 ) 5명이 모인 자리였다. 회의 후 피로감과 남겨진 찜찜함과 불편함이 주말내내 마음 한켠에 있더랬다. 그전부터 버려둔 소통과 대화의 찌꺼기인지. 남겨진 쓰레기인지, 마치 쓰레기봉지를열고 뭐를 찾는지는 모를 쓰레기봉지를 열고 해집어 보는 심정이다. 세대별의 협업, 차이와 소통의 잔상이 찜찜함과 불편한 감정의 쓰레기로 남아있다. 인간의 감정은 신비롭다. 이제까지 자신만의 쌓아온 논리와 경험의 일시적인 총체가 감정으로드러난다는 김보영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감정의 찌거기를 들여다보니 꼰대스러움이 드러난다.

가치, 방향보다 중요한 반짝이는, 재미있는 아이디어

실행단계과 책임성보다는 지금 이 순간 순간의 생동감

지도가 필요없는 자유로움과 개인성

 

첫 번째 찝찝함은

일을 가치, 방향보다 중요한 반짝이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중요시 하는 점이다. 이미 가치나 방향은 공유되어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님 기성세대인 내가 익숙한 프레임의 사고방식으로 집단이나 공동체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먼저 질문하고 나누는 것이 불필요하게 다뤄지는 것.

 

두 번째 찝찝함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과 피로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행과정과 집행위한 책임보다는 지금 이 순간 순간의 그들만의 생동감이 그렇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 허무함만큼 이 자리가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들과 함께 정말 협업을 하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가 ? 피곤하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 그들만의 운동장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혹 갱년기를 겪고 있어, 경년기의 발한증상처럼 괜히 욱하거나, 생떼, 트집을 잡는 것은 아닌지 피로하다. 기성세대가 아니라 변화하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

 

세 번째는 불편함이다.

나는 꼰대스럽게도 지도가 필요한 사람이다. 지도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체계를 만들고 내용을 채워가는 것이 좋다. 밀레니엄세대들은 더 이상 기성세대가 그린 그들과 함께 그린지도가 불필요할지 모른다. 그들은 지도가 필요없는 자유로움과 개인성으로 능력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다. 다음 기획회의의 참석을 해야 하나? 어쩌면 기성세대인 나는 조용히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 변화된 배움의 자세와 역할은 아닌지?

 

쓰다보니 80년 이후의 출생한 밀레니엄세대와 기성세대 나에 대한 이야기 인셈이다. 밀레니엄세대들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활동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 머릿속의 계산기-이해관계를 분명히 하는 점, 수평적, 공평한 인간관계나 문화를 추구한다는 점, 능력과 전문성이 중요하고 자신만의 경력을 쌓고 집중하는 편이라고 하는데...그들이 보이는 개인성이 피로하다.

 

성평등전주라는 다양한 세대의 활동가들과 협업에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을 배우고자했는데 기성세대인 나의 배움과 성장은 자리를 내어주고 믿고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할수록 더 좋은 결과가 나올테지만, 이제는 자리를 비워주는 기성세대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

 

욱하거나,

생떼(생트집)를 쓰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과거에 사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아....

 

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요. 학교 선생님들도 모두 과거에서 왔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시대를 함께 갖고 왔지. 낡은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그 시대에 뿌려놓았어....하지만 아무도 자신들의 시대에 도망칠 수 없었어....시간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시대를 읽지 못하고, 자신들의 떠나온 시간에 머물렀지. 과거에 사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신들보다 영리한 줄 모르고, 부끄러움도 모르고 과거의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었어. 자신들이 아는 것을 아이들이 모두 아는 줄도 모르고, 너희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옭아매고, 어리석은 일에 시간을 들이게 하고, 낡고 고루한 가치관을 강요하며 자신들이 너의 인생의 선배고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인 척했어. 자신들이 과겅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 김보영의 ‘01사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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