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reading

오늘의 필사 -백수린의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지산22 2020. 9. 2. 22:05

20200902

 

오늘의 필사의 문장  - 백수린의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2020/현대문학)

 

"어떤 상처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작은 자극에도 고무공처럼 튀어 올라왔다"

 

상처로 인한 결핍은 생의 마디마디 용수철처럼 튀어나온다. 주인공의 양육과정, 부모, 가난한 환경으로 인해 누리지 못한 것들, 욕망하는 것 조차 누리지 못하는, 꿈꿀 기회도 박탈 그로인한 좌절과 체념이 일상인 불평등한 삶-빈곤한 삶이었다. 이와 반대로 주인공의 친구 한나는 계급적 특권과 환경으로 당연하듯이 모든 것이 주어지며 누리는데, 마치 김애란 소설의 ' 숲속의 작은집' 남편 정우처럼 어려서부터 몸에 벤 '귀족적 천진함' 세상에 대한 '무심한 순진함' 을 넘어 '단순하고 맑아서' 복잡하지 않고 개운함 삶을 살 수 사람들....남으면 버리고, 없으면 사고, 제약없는 풍족함이 허락되어 세상이 시험대가 아닌 사람들...

 

" 그녀는 자신이 지금껏 누구에게도 떼쓰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일찍 철이 든 척했지만 그녀의 삶은 그저 거대한 체념에 불과 했음을 ...... 나는 사랑을 몰라,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좌절을  역경을 태도가치로 승화시킨다.

 

" 그녀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지금 누릴 수 없는 것에 대해 괴로워하기보다는 인생의 단계, 단계에 맞는 역할을 수용하는 것이 성숙한태도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 충분하고 감사하고 행복했다 "

 

 

나에게는 그렇고 그런 지루한 이야기-기혼여성의 삶에 관한 짧은 단편이었는데.....읽고 나면 아지랭이 처럼 슬픔이 올라온다.

 성평외과 페이닥터남편, 둘째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2아이 돌봄노동과 지친일상의주인공. 오랜만에 만난 학창시절 동창 한나의 식당개업식 참석 후 오랜 추억과 동경의 발레리나의 꿈 회상, 한나의 후배 발레리노와의 만남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조우,  집근처 단독주택을 보며 내집마련 열망과 삶의 욕망 그리고 체념 그리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