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reading /소설읽는 밤

최은미의 소설을 읽고-삶은 비극정전, 살아가는 것은 느⁓무 아름다운 꿈

지산22 2018. 6. 6. 17:40


최은미의 소설을 읽고

삶은 비극정전, 살아가는 것은 느무 아름다운 꿈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 아홉 번째 파도)

 

너무 아름다움 꿈 (최은미, /문학동네, 2013)

목련정전 (최은미, /문학동네, 2015)

아홉번째파도 (최은미, /문학동네, 2017)

 

기다려질 것 같다. 최은미 그녀의 다음 이야기가.

전주살이를 시작하면서 취미생활인 독서와 독서모임에 참여를 하고 있다. 21회 독서모임이 열리는데 작가별 3권의 도서를 선정해서 4-5인이 정해진 형식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평상시 소설을 잘 안 읽는 편이었고 이번 기회에 다양한 소설을 읽는 기회라 여기며 참여하고 있다. 7월이면 1년이 되어 간다. 보통 나에게 소설읽기는 보통 좋아하는 책이나 읽어야할 중요한 책(편식이 심한 편이다)을 읽다가 혹은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할 책이 있을 때, 중간 중간 머리 식힐려고 읽는 책이었다. 마치 극 중간에 막간 사회자나 진행자가 나와 틈을 메꾸거나 맥을 끊지 않게 하는 휴식용 놀이용 독서 정도. 1년간 소설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소설만이 주는 울림과 깊이에 감동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세상을 소설을 통해 만나고 싶어졌다. 그 소설만의 재미를 최근에 알려 준 이가 최은미였다.

 

최은미작가는 78년생 강원도 인제 출생으로 200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너무 아름다움 꿈, 목련정전 2권의 단편집과 아홉번째 파도 장편작품이 있고 위 3권으로 모두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작가의 고향을 알고 책을 읽으면, 척추의 바다와 산이, 목련이 살았던 마을과 나무, 숲들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작품에 스며든 비극과 지옥의 세상이 불교라는 붓질로 섬세한 세밀화가 완성된다.

 

3권의 소설은 최은미만의 비극의 세계로 초대하고 느무느무 아름다운 삶의 비극정전이 펼쳐진다. 그녀만의 지옥의 비밀 잔혹, 공포와 연민, 징글징글, 맹렬하게, 끔찍하게, 비정하게, 버둥대는, 뭉개지고, 고통과 상상, 공포와 질병, 꿈과 악몽, 슬픔과 시련, 우연과 필연, 불편함과 불행, 온갖벌레와 냄새, 흉터, 되물림과 반복, 폭력과 사랑, 부모와 자식, 희망과 욕망, 죽음과 삶, 핵과 약, 자연과 인간 등 이 지금-여기 현재 우리의 삶을 더 깊고 넓게 보게 한다.

 

먼저 너무 아름다운 꿈(2013)2008년부터 2011년 발표한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비밀동화/ 전임자의 즐겨찾기/ 너무 아름다움 꿈/ 수요일의 아이/ 눈을 감고 기다리렴/ 전곡숲 / 간밤 강가/ 울고간다. 이다. 간략히 감상평을 풀어보면

 

비밀동화는 희주와 희수남매이야기.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아이들, 부모의 비참함과 절망 가혹하고 잔인한 유년의 동화. 최은미만의 독특한 비극의 전조 아름다운 높새바람과 고추장물, 별사탕, 조리뽕이라는 고통과 연민의 음식들이 비벼진 단편. 음식이 주는 비극과 삶을 공감하는 나, 유년의 음식과 비밀을 찾아보게 한다. 저마다의 삶이 시작되는 비밀을 유추하게 된다.

 

전임자의 즐겨찾기는 도청소속의 해양수산연구소를 둘러싼 3인물이 스틱스 강(이승과 저승의 경계)의 건너기 전의 사후세계 영입전의 영혼들의 마지막 푸닥꺼리라고 할까 ? 지하연구소의 동자개 빠가사리 치어 등의 꾸물거림과 부패와 냄새의 독특한 지옥도. 잊지 못할 와사비 냄새가 난다.

 

너무 아름다운 꿈은 무서운 꿈이고 사방이 막혀서 빠져나갈 기약이 없는 곳, 이 세계가 꿈이고 환이라는 것, 그걸 알아 차리는게 출발점. 無明은 고통의 출발점. 20032월 지하철 화재사건부터 사스와 모래폭풍발생, 홍콩배우 리 투신자살 6월까지 이라크 서희부대 실종과 죽음 등까지 엮어 다루는 게 인상적이고 황사와 미생물이 결합해서 바이러스 증식, 모래폭풍에 사스가 자라 퍼진다.

 

수요일의 아이는 슬픈 또는 연민코믹동화/ 잔혹상상비극같다. 비극은 슬프고 잔인하다고나 할까 ? 악성비염인 비염, 천식, 충농증의 삶과 고통으로부터 해방, 못의 잔혹함과 고통 즉 비극이 주는 특별한 능력 고양이- 동물과의 관계과 소통.

 

눈을 감고 기다리념은 기이한 졸음, 도저히 저항할 수 업는 거대한 졸음, 뇌는 깨어있는데 몸의 근육이 잠에 빠지기 때문에 생기는 발작증상의 은영이. 극단적인 채식을 하는 비건 요람.

 

전곡숲은 기이한 전곡숲 비밀, 그 전곡숲을 둘러싼 남매의 성장과 사라진 22번째 실종자 아빠이야기.

 

간밤 강가는 과거 군대 취사반시절 상사의 잔혹한 동물학대를 겪고, 전역 후 매럴뮤트 미숙이는 키운다. 미숙은 간밤 강가에서 심장사상충에 걸려 피을 토하며 죽어간다. 그 후 맬러뮤트 동호회에서 과거 부대의 잔혹한 상사를 만나게 된다. 무지와 반복되는 비극은 우리의 삶에 늘 곁에 있다. 생생이 살아나서 순식간에 번식에서 조여와 손쓸 수 없다. “ 왜 비극은 늘 그것을 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덮치는 거요 ?” 필립로스의 네메시스에서처럼.

 

울고간다는 영희엄마 임모씨는 식당창업이 꿈이라 파격적인 혼수품으로 업소용 냉장고하나만 장만. 물리치료사 영희의 냉장롱과 이사이야기. 무력함과 잔인하도록 투명한 일상은 냉장롱을 열고 닫고 열고 닫고 계속된다.

 

삶은 슬픈 비극, 고통위에 아름다운 꿈이었네. 순간순간 잊고 사는 삶의 본질.

최은미의 두 번째 단편집 목련정전(2015)2012년부터 20149편의 단편을 엮은 책이다. 너무 아름다운 꿈에서의 슬픈 비극들이 진화되어 구전이나 동화와 설화로 들려주는 지옥도.

 

창 너머 겨울/ 라라네/ 목련정전/ 근린(近隣)/ 나리이야기 / 겨울고원/ 백일 동안/ 어느 작은/ 한밤

 

지옥도에 들여다 볼까 ? (저자가 발표한 년도 별로)

 

목련정전(2011)은 목련의 아명은 목아, 다섯 살 엄마 잃은 목련이 열다섯이 될 때까지 키운 마을과 사람들의 비밀이야기. 산자와 죽은 자/ 우연과 필연. 부모와 자식, 현실의 지옥을 불교의 88열을 둘러싼 지옥과 목련존자, 의령수와 가지마 나무와 마을 등 아이의 눈으로 본 찬란한 서정이 주는 아름다운 비극.

 

한밤(2012)은 산후조리원에서 3*7일 동안 벌어진 이야기. 유산방지약의 부작용와 괴물생명체, 불행의 이유를 알려면 끝이 없다. “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좋은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해가 되는 것을 무조건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가 생존 하는데 가장 중요한 철칙입니다”. 예기치 않는 재난에 닥쳐 비극적인 일상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질 때, 세월호 비극에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찾는다.

 

창너머 겨울(2013)은 사회교육단체에 일하는 나는 말 못할 불치병을 앓고 있다. 제초제를 마신 아버지의 지옥과 죽음 그로인한 불치병, 어머니의 락스신봉, 사촌 규와 형수, 딸을 바라보는 나의 욕망과 좌절이야기. 남성간의 위계와 남성성, 주인공 나의 공사영역에서 여성혐오와 여성을 대상화, 욕망하면서도 비하하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백일 동안(2013) 백일동안 피는 자미화 잃어버린 모성과 허주임, 군청 퇴직공무원 강상기의 제이골 한옥 자미재집 짓기를 배경으로 15년 전의 비밀이야기.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신화와 아름다움이지만 타인에게는 끔찍한 고통일 수도....

 

근린(2014) 근린공원에 매일 등장하는 사람들, 그들의 삶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비밀과 미스테리가 숨겨져 있다. 요양원의 연인들, 아이의 죽음, 되물림과 반복, 삶과 가난 등 그런데

근린공원에 죽은 자는 누구인가 ? 누가 죽었단 말이야 ? 죽은 사람 누구야 ?

 

겨울 고원(2014) 발왕산 스키장에서 일하는 제욱, 슬로프 사고가 같은 장소에서 계속 일어난다. 발왕산 정상을 둘러싼 주목나무와 황태덕장을 둘러싼 40년전 김필상 노인과 봉산리 부령꾼 이야기. 봉산리 사내의 부령에 대한 정념과 집착. 그 정념과 집착이 결국은 삶의 불행을 지속시킨다. 한겨울 황태덕장과 진부령과 발왕산이 바로 눈 앞에서 보인다.

 

라라네(2014) 6세 라라와 19세 유리, 47세 엄마 진나경의 이야기, 혼자노는 아이 라라의 자위와 머릿이의 지옥, 힘들 때만 때리는 유리의 폭력 지옥, 생물학적(생식기관이 있는) 여성의 성과 중년의 늙어가는 엄마와 딸 살아가는 비극. 견디기 힘든 삶의 고통과 결핍을 대신해, 생존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반복한다. 반복이 될수록 결핍의 수렁은 더 깊어지고 늪이 되어 침몰한다.

 

나리이야기(2014) 하리티의 비밀과 극락도를 그리는 나리 설화이야기. 태중아기들, 태아탕의 아기요리, 울부 짓는 엄마들과 개구리 울음 설화형식의 교훈 착해진다는 것은 입장 바꿔 생각할 줄 알게 된다는 거다. 입장바꿔 생각할 줄 알면 말이다. 세상에는 안 되는 일이 없단다

 

어느 작은 (2014)3000마리 이상의 소들이 구제역으로 안락사당하는 현실, 한우 출산지원센타의 일하는 류와 공이야기, 인공수정일인자며 돼지고기 알러지가 있는 공과 유전형질 씨수소의 정액으로 최고의 한우농장 조합장이 되고자하는 탐욕의 강박증 환자 류.

두 번째 단편집 목련정전을 평론가 김형중는 마법세계로의 귀환이라고 했다. 주술과 설화풍의 이야기는 재난의 시대들을 상징화하는 방식으로 세계의 탈세속화를 선택했다고 한 것이다. 동화를 쓰되 현실적인 모순을 판타지로 봉쇄하는 동화는 아니어야 하고, 설화 형식을 차용하되 그 역시 재난들이 연발하는 지금 세계의 참혹함을 마법적으로 해결하는 서사는 아니어야 한다.

 

최은미의 첫 장편 소설인 아홉 번째 파도(2017)’는 동해안 소도시 척주를 배경으로 펼쳐진 (비극의) 사랑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한다. 주인공 송인화는 척주보건소 예방의약담당 공무원이다. 18년전 석회광산-동진시멘트의 임원으로 근무하는 아버지의 의문의 자살로 척주를 떠나, 윤태진과의 이별 후 다시 돌아온다. 아버지의 의문의 자살과 관련된 노인이 송인화를 찾고 사망한다. 석회광산 동진시멘트를 둘러싼 의문의 죽음들과 사건들, 약왕성도회을 둘러싼 척주의 비밀, 약 없이 잠들 수 없고 하루하루 견디지 못하는 진폐환자와 노인들의 약물 남용과 중독, 핵발전소 찬반 유치를 둘러싼 척주지역 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이 첨예하게 부딪친다. 송인화는 윤태진과 이별을 털어내고 새로운 사랑 서상화를 위해 손을 내민다. 송인화는 아버지의 둘러싼 죽음의 비밀을 캐고 석회광산을 둘러싼 동진시멘트와 약왕성도회의 음모를 밝힌다. 그 와중에 서상화는 척주의 바다에서 살해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실제 2012년 강원도 S(삼척)사에서 실제 있었던 시장 주민소환투표를 모티브로 였다고 한다. 작가는 그 당시 핵을 둘러싼 공포와 불안 그리고 실제 현실에서는 소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일/ 사건/ 사고/ 재난들이 계속 일어났다고 했다. 이 작품을 쓰면서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삶의 비극들이 일상에 몇 배로 확장되어 소설의 인물들의 눈빛에서 더 아픈게 살아 움직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척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생생이 살아있으며 세상의 온갖 인간군상들이 리얼하게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비극을 펼친다. 특히 3명의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각장의 전개를 이끌고 주인공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이 촘촘히 엮는다.

특히 송인화와 하경희라는 여성인물과 관계가 비극의 한복판에서도 오늘 하루를 버티고 살아가게 한다. 주인공 송인화의 조심스럽고 더디고 답답하지만 솔직하고 단단한 도망치지않고 비겁하지않는 심지 굳은 모습이 좋았다.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옆에 있어 줄 사람이 있다는 것, 송인화에게 믿고 나가라는 따뜻한 사랑의 말을 하는 하경희. 하경희의 든든함이 삶을 버티게 하지 않을까 ?

 

반면에 윤태진과 서상화는 한국현실의 남성성의 전형과 변형을 그리는 인물이지 않을까한다. 윤태진은 우월감과 열등감과 자기상처에만 빠져 자기학대를 일삼고-생식능력상실로 인한 희망없는 자포자기-절망의 괴물 ? 결국 약왕성도회의 괴물이 되는...잘 나고 싶은 전형적인 남성성의 소유자. 그밖에 서상화를 제외한 윤태진을 둘러싼 정치인 동창들 후원자 약왕성도회 사람들, 만나는 노인들까지 전부 한남들.

서상화를 통해 송인화와 함께하는 남성상을 볼 수 있는데, 맨스플레인이 아니라 여자들과 거리낌없이 대화를 하고, 수다를 떨고 격의없이 친구가 되는 호의 있게 다가서는 사람 그런데 돈없고 가난하고 눈굴절 이상에 일찍 죽는다. 위의 남자들은 오래오래 사는데 말이다. 여기서 송인화와 같은 여성들의 비극적 사랑이야기.

 

아쉬운 것은 결말의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서상화의 죽음과 기대보다는 시시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소설속의 세상과 사람들로 지금의 내현재의 질문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게 된다.

공동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할 때,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결정하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 윤태진의 희망없는 욕망이 갖고 있는 위험한 독, 욕망의 독, 약의 중독 등등

 

최은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 삶이 비극이라며 그것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비극이 아니라, 그것을 살아내는 비극이기 때문에 절망적이거나 허망하지 않다고 그래서 소설을 쓴다고.

 

송인화는 그 자리에 서서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송인화는 어른 거리며 따라오는 그 따뜻한 것이 상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송인화는 빰으로 흐르는 것들을 그대로 둔 채 강으로 계속 걸어갔다.”

아홉번째파도’ 364쪽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효과는 인생무상이라는 전율과 평범한 자신의 삶에 위안을 받음과 동시에 후련함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진지한인간의 행위를 모방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연민과 공표를 불러일으키고 이렇게 환기된 연민과 공포를 표출함으로써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다고... 최은미의 다음 비극을 기다린다.

 

너무 아름다움 꿈 ✭✭ (READING : 2018328)

목련정전 ✭✭✭ (READING : 2018331/ 5)

아홉번째파도 ✭✭✰ (READING : 2018416/ 5)